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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레첼리나 Jun 16. 2024

강박사고

유학 가기 전, 돈을 벌어야 한다는 생각에 다니던 대학교를 휴학하고 아르바이트를 했었다. 당시 내 인생의 목표는 오로지 하나였다. "독일에 가야 한다." 이 하나의 목표를 두고 열심히 살았다. 일을 하고, 독일어를 배우고, 수영을 배우고, 운전을 배우고 독일에 갈 준비를 했다.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아, 촘촘히 계획을 세워 하루하루를 최선을 다해 살아갔다. 열심히 사는 나 자신이 좋았고, 뿌듯했다. 아마 그때부터였을 것이다.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라는 강박이 머릿속을 떠나질 않는다.


독일에서는 이러한 강박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독일어를 배우고, 학교에 가서 예술작품을 만드는 것이 내 일상이었으니 말이다. 빈둥거리며 놀고 있을 때 마음이 편하지는 않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나 자신을 용서하기 힘들었다. 아무것도 안 하더라도 도서관에라도 있어야겠다며, 비어있는 시간에는 늘 도서관에 가곤 했다. 도서관에서 온라인 쇼핑을 하기도 하고, 유튜브를 보며 시간을 보냈지만, 도서관에 있다는 자체가 나를 안심하게 했다.


일하기 시작하면서는 업무의 부족한 스킬을 키우려 퇴근 후 이런저런 영상과 책을 보며 나의 업무능력을 향상해 갔다. 몸이 피곤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어, 머리를 비우는 오락적인 일만 하게 될 때도 있었다. 그때도 마음속은 늘 불편했다. 이러면 안 되는데, 뭐라도 해야 하는데, 이렇게 시간을 보내다니 내가 너무 한심하다 등등의 생각이 들며 나를 자책하기도 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나의 강박이 나를 발전하게 하는 긍정적인 힘이 라고 생각했다.


한국에서 일하고 있는 지금은 '자기개발, 자기 계발'이라는 강박관념이 나를 힘들게 한다. 한국은 독일보다 훨씬 경쟁 사회이다. 자기 계발을 하지 않으면 도태될 것 만 같다. 회사에 있는 동료들도 다들 자기 계발에 시간을 쏟는다. 온라인에서 자기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고, 혹은 부동산이나 주식 투자 공부를 한다. 자꾸만 뒤처진 기분이 든다. 퇴근 후 집에서 쉬는 일이 편하지 않다.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는 강박이 심해지는 것 같아, 온전히 쉼을 누리기가 쉽지 않다. 이런 강박이 스트레스가 되고 불면증이 된다. 아무도 나를 스트레스 주지 않는데, 나의 강박이 나를 불행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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