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일을 하며 살아가야 한다면, 그 일이 내가 좋아하는 일이어야 한다고 어렸을 때부터 생각해 왔다. 미래에 전망이 있는 일이나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심지어 대학에 원하지 않는 전공으로 진학했을 때도, 언젠가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아갈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대학생활 2년을 지나며 선배들이 걷는 길을 바라보면서 두려움과 초조함이 몰려왔다. 내가 원하는 일을 하지 못할 거라는 불안감이 커져갔다. 그 순간, 한 발자국 더 나아가면 되돌릴 수 없는 길로 들어서게 될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비록 내가 좋아하는 것이 뚜렷하지 않았지만, 이 길을 계속 가는 것을 멈추고 방향을 바꿔야 한다는 마음의 목소리가 강하게 느껴졌다. 이후,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기 위해 헤매기 시작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는 데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내가 이 일을 하며 살아갈 생각에, 앞으로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도 머릿속에 빠르게 그려졌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할 수 없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머릿속에 떠올랐다. 독일로 유학을 갈 결심을 하고 열심히 준비했다. 주변에서는 반대의 목소리가 많았다. 외국에 간다고 다가 아니다, 독일 삶이 쉽지 않다 등의 부정적인 이야기들, 나를 좌절시키는 말들, 나를 은근히 평가절하하는 말들을 많이 들었지만, 그런 말들은 무시할 수 있었다. 그만큼 내가 좋아하는 일에 대한 확신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독일에 가서 나는 힘들게 학교에 입학했고, 그보다 더 힘들게 졸업했다.
학교에 다니며 깨달은 것이 있다. '나는 이 일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이 일을 하기에 내가 가진 열정이나 재능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지만, 처음에는 이를 부정했다. 억지로 좋아하는 척도 해보고, 더 좋아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이지만, 주변 환경이 그것을 방해하고 있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렇게 하고 싶었던 일인데, 좋은 기회를 얻었음에도 내가 이 일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나 자신에게 큰 실망을 느끼기도 했다.
현재 나는 다른 일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 내가 공부했던 시간을 아깝게 여기지는 않는다. 그 분야에 쏟았던 열정과 시간들이 나에게 좋은 자양분이 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지금 나는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고 있지 않지만,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사는 사람들을 부럽게 바라본다. 그들이 좋아하는 일로 돈을 벌며 살아간다는 것은 정말 그 일을 사랑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 안에 숨겨진 고충도 이해하고 있다. 그래서 그런 이들이 더욱 존경스럽다. 여전히 내 마음속에는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자리 잡고 있다. 더 늦기 전에 지금 가고 있는 길을 멈춰야 한다. 대학 시절 내가 선택한 길을 틀었던 것처럼, 지금 내가 걷고 있는 이 길을 바꿀 용기가 내게 있을까? 내가 좋아하는 일이 과연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