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건강검진을 받고 결과지를 받아보았다. 예상보다 작은 문제들이 많이 보여 덜컥 겁이 났다. 나름대로 건강하게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식단 관리와 운동도 꾸준히 해왔는데 이런 결과를 받으니 내 생활습관을 다시 돌아보게 된다. 고등학교 때까지는 부모님과 함께 살았고, 그때는 나도 어렸으니 건강했다. 하지만 20살 이후 타지에서 자취하며 먹는 것이 엉망이 되었다. 술도 자주 마셨고, 자극적인 음식이나 배달 음식으로 끼니를 때우기 일쑤였다. 그래도 그때는 몸이 버텨줬다. 아픈 데도 없었고, 피곤하지도 않았다. 언제나 힘이 넘쳤고, 돌아서면 배가 고파 참 많이도 먹었다. 배가 불러도 억지로 음식을 더 집어넣었다. 배가 터지도록 먹어야 한 끼를 제대로 먹은 것 같은 기분이었다.
독일에서 살면서 몸이 많이 망가졌다. 독일은 한국과는 음식도 다르고, 음식이 맛없는 나라 중 하나였다. 바로 옆의 프랑스나 이탈리아와 달리, 식재료가 풍부하지 않다. 가난한 유학생 시절에는 정말 먹는 게 부실했다. 외식은 너무 비싸서, 학교 식당에서 먹거나 간단히 스파게티 정도만 해먹었다. 처음에는 다른 학생들과 부엌을 공유하다 보니 한국 요리도 제대로 할 수 없어서 더 힘들었다. 나중에 혼자 부엌과 화장실을 쓸 수 있는 원룸형 기숙사로 이사하면서 조금 나아졌다. 그때부터는 내가 원하는 요리를 마음껏 하며 김치까지 담갔다. 먹고 싶은 음식은 먹었지만, 좋은 재료를 사용한 것은 아니었다. 마트에서도 가장 저렴한 재료나 중국산 재료를 샀으니, 여전히 건강한 식생활과는 거리가 멀었다.
독일 생활 5년 차에 접어들며 몸에서 신호가 오기 시작했다. 피부에 문제가 생겼다. 병원에서는 면역력이 떨어진 것 같다며, 스트레스를 받지 말고 건강하게 먹으라고 했다. 한 번 떨어진 면역력을 회복하는 건 쉽지 않았다. 한 번 문제가 생기니 그때부터 몸이 여기저기에서 반응을 보였다. 식욕이 떨어졌고, 조금만 움직여도 금세 피곤해졌다. 공황장애까지 생겨 몸도 마음도 지쳐 있었다. 그때부터 건강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마트에서는 품질 좋은 재료를 고르고, 인스턴트 식품을 줄였으며, 패스트푸드도 가능한 한 먹지 않았다. 자극적인 음식을 피하고 규칙적으로 운동도 했다.
한국에 돌아와서는 식습관이 다시 바뀌었다. 아침에는 여전히 서양식으로 간단히 먹었지만, 회사생활을 하며 점심을 사먹어야 했다. 오랜만에 먹는 한국 음식이 왜 이렇게 맛있는지, 점심시간이 기다려졌고 오늘은 뭘 먹을까 기대하며 회사에 출근했다. 사먹는 음식들은 정말 맛있었지만 나에게는 너무 자극적이었다. 내가 오랫동안 떠나 있어서 매운 음식이 힘든 건지, 아니면 한국 음식이 더 맵고 자극적으로 변한 건지 모르겠지만, 점심을 먹고 나면 항상 속이 더부룩했다. 적게 먹어도 소화가 잘되지 않았다. 규칙적으로 운동을 해도 여전히 건강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한국에 온 지 1년이 지나 건강검진을 받았고, 내 몸 상태가 좋지 않음을 객관적인 수치로 확인하게 되었다. 내 건강 문제는 단순히 식습관이나 운동의 문제만은 아니었다. 다시 살게 된 한국은 나에게 낯선 나라처럼 느껴졌다. 가족과 친구들을 제외하면 모든 것이 변해 있었다. 한국의 문화, 식생활, 생활습관, 심지어 사람들의 성격까지도. 모국이지만 새로운 나라에 온 것처럼 다시 적응하느라 나도 모르게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원래 조금 있던 불면증도 한국에 와서 더 심해졌다. 내 생활을 돌아보며 건강을 생각해 본다. 나는 안녕히, 그리고 건강히 지내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