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는 4대 기관이 있다. 면사무소, 파출소, 우체국, 농협. 그중 최고의 핫플레이스는 당연코 농협이다. 농협이 취급하는 업무는 다양하다. 금융, 마트, 택배, 영농자재, 주유소, 농기계수리 등등 생활편의시설의 집합체이다. 이러니 시골 사는 사람이면 농협에 안 갈 수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시골농협에는 늘 사람들이 있다. 인정 많은 할매들, 오지랖 넓은 할배들, 오래된 직원들...
사람이 모인 곳에는 어김없이 ‘이야기’가 있다. 조금 촌스러운 이야기들이다. 매우 상투적이고 진부하며 뻔하디 뻔한 따뜻함을 전해주려는 이야기. 어디에나 있을 법 하지만 어디에도 없었던 일들. 그래서 오히려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이런 촌스러운 이야기가 아직도 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것은 때때로 우리에게 큰 위안이 된다. 가 본 적도 없는 고향을 그리워하게 해 준다.
사실 난 예전부터 시골의 할매할배들을 좋아했다. 기름기가 쪽 빠져 말라붙은 피붓가죽. 버석버석거리는 지푸라기 같은 냄새. 아이처럼 숨길 줄을 모르는 솔직한 말. 그런 것들을 볼 때면 그들의 딸이나 손녀뻘이 되는 내가 엄마 같은 미소를 짓고 있다.
그런 할매할배들의 이야기를 기록해보고 싶었다. 그리고 그들과 매일 보고 듣고 대화하는 직원들의 이야기도 담아보고 싶었다. 낡고 퇴색해 가는 듯한 저어기 멀리 시골의 한 귀퉁이에 그 어느 곳 보다도 뜨끈뜨끈한 삶이, 정이 살아 숨 쉬고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