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 이제 옛날과 달리 이혼녀에 대한 편견이 많이 사라졌습니다. (최소한 겉으로는 그렇게 보입니다) 하지만 당사자들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면 전혀 그렇지 않아요. 이혼은 역시 사람에게 생각보다 큰 상처를 주고 실패감과 좌절감을 안겨줍니다. 사업실패를 딛고 일어나 또 다른 성공을 이룬 사례가 드물듯 이혼한 사람이 그 상처를 딛고 일어나 좋은 가정을 꾸리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들은 계속 실패를 거듭하지요. (1번 이혼한 사람이 2번, 3번의 이혼을 경험하는 사례들은 많습니다) 따라서 가급적이면 이혼은 안 하는 게 좋습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이혼을 안 할까요?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혼을 하게 될 것 같은 배우자(상대방)를 만나서는 안됩니다. 너무나 많은 여자들이 결혼 전에 막장을 보여주는 남자와 시댁을 보고도 결혼을 강행합니다. 아니라고 생각하면서도 돈이 아까워서, 뿌린 청첩장이 걱정돼서, 부모님께 얘기하기가 겁나서... 등등의 여러 가지 이유로 파혼을 겁냅니다. 제가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릴게요. 파혼하는 것이 이혼하는 것보다 10배는 쉽고 부모님께 드리는 상처도 비교가 안됩니다. 아니다 싶으면 멈추세요. 그게 답입니다.
그래도 여러 가지 이유로 결혼하셨는데 도저히 못 살겠다고요?
이혼을 해야 되는 이유야 각자마다 다르겠지만 예전에 비해 욱(?)해서 이혼하시는 경우는 많이 줄어들었으니 여기서는 논외로 하고 이혼하실 경우만 2가지로 나눠서 살펴보겠습니다. 일단 무자녀인 경우와 유자녀인 경우가 있겠네요.
1. 무자녀인 경우
이혼녀가 된다는 것은 사실 자녀의 유무에 크게 달려있지 않습니다. 자녀가 없어도 여러분은 자신의 정체성에 혼란이 올 것입니다. 당장은 속 썩이던 남편이 없어져서 속이 후련하겠지만 곧 여러 가지 복합적인 감정이 몰려올 것이고 주변정리뿐 아니라 여러분의 마음을 살펴보는 시간이 필요할 것입니다. 마음 정리할 시간도 없이 경제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신없이 일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잘못 끼운 단추라고 느낀다면 아이가 없을 때 갈라서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왜냐하면 자녀가 있을 때 이혼하는 것과 무자녀인 상태로 이혼하는 것은 역시 또 파혼과 이혼만큼의 차이가 있기 때문이죠. (사실 그래서 딩크의 삶이 위험합니다. 딩크족은 언제든 이혼과 졸혼으로 갈 여지가 남아있기 때문이죠. 아이는 큰 책임감도 주지만 부부 사이를 이어주는 윤활유 역할도 하니까요)
2. 유자녀인 경우
아무리 남편이 싫더라도 한 가지 사실만 기억하세요. 세상에서 내가 낳은 아이들을 가장 사랑해주는 남자는 아이들의 친아빠라는 사실은 쉽게 변하지 않습니다. 여러분이 이혼을 하고 재혼을 하는데 여러분이 사랑하는 그 남자가 내 소중한 아이들까지 사랑해 줄 확률은 사실 매우 미미합니다.
1) 자녀가 딸이라면
우리 모두가 잊을 만하면 신문에서 딸을 데리고 재혼을 하는 경우에 발생하는 의붓아버지 성폭행에 대해 보게 됩니다. (그렇지 않은 훌륭하신 양아버지도 많으실 텐데 안타깝습니다) 내 경우에는 절대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확신할 수 없는 게 또한 사람일이죠. 따라서 자녀가 딸이라면 성인이 될 때까지는 굳이 재혼을 안 하시는 게 어떨지요? 혹은 이혼을 늦게하는 것도 방법이 되겠죠. 그런데 사실 자녀가 딸인 경우에 성적인 문제보다 더 큰 문제는 딸을 엄마의 감정 쓰레기통으로 만드는 게 더 큰 문제입니다. 엄마는 아들보다는 필히 자신을 더 공감해주는 딸에게 자신의 어려움을 늘어놓거나 아빠의 흉을 보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엄마에 대한 사랑과 안쓰러움 때문에 딸이 엄마의 감정을 받아주기 시작하면 사실 그 딸은 정상적으로 자라기 어렵습니다. 이혼에 대한 괴로움은 어른들과 아니면 친구들과 나누세요. 딸에게는 가급적 밝은 모습을 보여주시길 권장합니다. 엄마의 괴로운 모습을 보고 자란 딸은 결혼에 대해 긍정적인 모습을 꿈꾸기 어렵고 결혼하더라도 또 엄마의 전철을 밟기 쉽습니다.
2) 자녀가 아들이라면
아들을 키우는 분들도 쉽지 않습니다. 아들은 아버지의 부재로 인해 건강한 아버지상을 확립하기 어렵고, 엄마에 대한 안쓰러움 때문에 배우자와 어머니에 대해서 균형감 있는 시각을 가지기 어렵습니다. 흔히 말하는 고부갈등의 당사자가 되며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하기 어렵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아들을 두신 분들은 필히 남편과의 교류를 멈추셔서는 안됩니다. 심할 경우, 아들은 엄마의 고민에 공감하기 어렵고 그저 자신에게서 아버지를 빼앗았다고 느낄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이혼을 하더라도 배우자와 감정적으로 끝을 보지 말고 향후 자녀들을 위해 교류를 계속할 여지에 대해 반드시 생각해 놓으셔야 합니다.
그리고 자녀가 딸이든 아들이든 아이들은 부모의 이혼에 대해 커밍아웃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저학년같이 어릴 때라면 모를까 조금만 머리가 커도 남의 눈을 의식하기 때문에 부모의 사이가 좋은 걸로 연기하거나 거짓말을 하면서 학창시절을 보낼 가능성이 큽니다. 자신의 잘못도 아닌 일로 거짓말을 하면서 학창 시절을 보내야 하는 아이들이 자존감이 높게 자랄 수 있을까요? 해결되지 않는 분노와 원망이 마음속 깊이 자리잡게 될 가능성이 더 크지요. 따라서 부모님의 이혼이 절대 자녀들의 잘못이 아니라는 걸 늘 상기시켜 주셔야 하고, 배우자가 부모로서의 일정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늘 여지를 주세요.
여기까지 글을 읽고 나니 머리가 아파서 차라리 이혼을 안 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드신다면, 축하드립니다. 여러분의 가정은 얼마든지 회복될 가능성이 있어요. 이혼은 결혼보다 100배 정도 골치가 아픈 일입니다. 이혼을 안 하더라도 자녀에게 "너 때문에 죽지못해 산다"는 말을 하는 것도 이혼하는 것만큼 자녀에게 악영향을 줍니다. 부부싸움을 안 할 수는 없지만 가급적 현명하게 하시고, 여러 가지를 다 고려해보신 다음에 이혼도 진행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