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댁문제는 참 어렵습니다. 나는 내 부모 싫어해도 누가 내 가족욕하면 또 열 받잖아요? 그거랑 똑같아요. 특히 남자들은 엄마에 대해서는 사랑이든 연민이든 미움이든 그 감정이 뭐든지간에 엄청 감정이 많이 남아있어요. 마치 남자의 첫사랑은 엄마와 같은거죠. 그리고 내가 고른 여자가 부모(특히 엄마)에게 인정받으면 마치 자기가 인정받은 것 같은 느낌을 받는거예요. 그래서 그 유명한 대리효도도 나오고 하는거죠. (아내가 부모에게 효도하면 마치 자기가 효도한 것 처럼 느끼는 것은 진짜 남자가 쓰레기라서가 아니라 그 특유의 인정욕구때문이라는 걸 조금 이해하시면 좋을듯합니다) 어쨌든 예전에는 여자가 친정을 떠나 시집으로 취업(?)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였고, 시어머니가 직속상사같은 관계라서 이러니저러니해도 그 관계속에서 질서를 잡아갔는데 이제는 여자가 직장인으로 생활을 하는데 아직 구습을 벗지못한 시부모님께서는 예전에 있었던 질서를 요구하시니 크게 부딪힐밖에요.
전화문제는 예전에 조석인사와 관련이 있습니다. 어른들과 한집에서 같이 살때는 아침마다 "안녕히 주무셨어요?"와 "다녀왔습니다"혹은"안녕히 주무세요"를 했는데 요즘은 같이사는 가족이 드물기때문에 그런 인사를 주고받지 않죠. 그러다보니 전화로라도 그 말을 듣고싶은 겁니다. (원래는 아침저녁으로 해야하는데 하루에 1번이면 양호하지 그런 뜻) 그리고 시부모님 입장에서는 2~3일에 1번이면 엄청 줄여준건데 1주일에 1번도 전화를 안하는 며느리가 성에차질 않는겁니다. 하지만 조부모와 살아본 적이 없는 며느리가 조석인사에 익숙할 리 없고, 특히 요즘은 카톡이나 문자에 친숙한 시대인데 전화(전화는 음성이죠)를 하라는 시부모의 요구가 며느리에게는 부담스러운 겁니다. 차라리 조석으로 문자를 하라면 며느리들도 이렇게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을걸요?
저는 그래서 어머니께 문자를 드립니다. 아주 특별한 날에만 전화를 드립니다. 문자가 익숙지않은 어머니는 전화를 하십니다. 각자가 편한 방식으로 소통을 하면 되는 겁니다. 그리고 시어머니들이 전화에 집착하시는 또다른 이유는 아들은 언제나 "괜찮아요""별일없어"만 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제 남편만 그런줄 알았더니 거의 모든 남편이자 아들이 어머니와 아내에게는 단답형의 대답을 합니다. 길게 이야기할 것도 별로 없고, 어차피 길게 얘기해봤자 말꼬리만 잡히거나 잔소리를 듣거나 했던 경험치가 쌓여서일거라고 추측을 해봅니다. 그러다보니 미주알고주알해주는 며느리가 좋은 겁니다. 태생이 미주알고주알 이야기하기를 좋아하시는 분들이 아니시라면 시부모님과 길게 이야기를 하면 득보다 실이 큽니다. 한가지 예외가 있기는해요. 손주에 관한 이야기만큼은 시부모님입장에서 언제나 환영이지만 안좋은 이야기를 길게 이야기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냥 아들(남편)이 하듯이 하세요.
그리고 결국 여러분과 같이 살 사람은 남편이지 시부모님이 아닙니다. 시부모님께 싫은 이야기를 듣는걸 너무 괴로워할 필요도 없고, 마음에 담아둘 필요도 없습니다. 외려 시부모님께 받은 스트레스를 남편에게 푸는 것이 가장 손해가 큽니다. 시부모님과 사이가 안 좋아도 남편이랑 살 수 있지만, 그 반대라면 같이 살기 힘듭니다. 그리고 결혼한지 10년이 지나가면 시부모님과도 절반은 가족같은 느낌으로 엮이기때문에 그때는 조금 대들어도 또 수습이 됩니다. 초반 몇년을 시부모님과의 기싸움으로 보내지 마세요. 그때 남편과의 사이가 틀어지면 그 이후에는 아무리 노력해도 되돌리기 어려우며 사위과 장모의 사이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초기에 장서갈등을 방치하면 안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