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벌이가 힘들다 보니 요즘 딩크가 대세입니다. 저 같아도 그렇게 하겠습니다.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돈도 돈이지만 정말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지 모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아이가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죠. 여기서 아이의 성공이란 뭘까요?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해 기꺼이 커리어를 포기한 엄마들은 최소한 아이가 SKY를 들어가거나, 내로라할만한 직장을 갖거나 혹은 전문직으로 진출하거나 하는 정도는 되어야 만족스럽다고 할 것입니다. 그래서 全초등생 맘의 희망사항은 '의사'로 귀결되는 것이죠. 그러다 보니 똑똑한 여자들은 딩크나 비혼으로 빠집니다.
딩크는 남편과 둘이 노후대비를 하고, 육아 때문에 발생할 수 있는 커리어 단절은 막는 좀 더 나은 선택지로 보입니다. 그러나 딩크족의 정말 힘든 점은 40대에 찾아옵니다. 40대가 되면 남자든 여자든 누구나 일을 그만두고 싶어 합니다. 일이 제일 재미있는 시기는 20대와 30대입니다. 40대가 되면서 일이 더 잘 풀리고, 확실하게 임원으로 올라서는 사람도 있겠지만 퇴보하며 회사에서 잉여인력으로 분류되는 사람도 분명히 있을 것입니다. 딩크는 아이가 없기 때문에 일을 그만두고 좀 쉬고 싶을 때도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단점이 있습니다. 저는 딩크에 대해서는 약간 비관적인 편인데 제 생각이 궁금하신 분들은 계속 글을 읽어주세요.
저는 솔직히 딩크는 여자한테 좋을게 하나도 없는 제도라고 생각해요. 근데 대유행 중임.
나는 아이를 낳고 싶어서 결혼을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제도권 하에서 아이를 낳아야 여러 가지로 좋으니까. 최근에 사유리가 아이를 낳았더라. 여자도 자기 유전자를 세상에 남기고 싶을 텐데 아쉽게도 여자는 아이를 낳을 수 있는 기간이 20년 정도밖에 안된다. 그것도 숫자로나 가능한 것이지 실제로는 한 15년 정도밖에 안된다. 30대 중반을 넘으면서 나는 초조해졌고, 나한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느껴서 거의 결혼을 최우선으로 두었다. 그래서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았지만, 어쨌든(나의 선택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출산과 육아로 인해 나는 내 커리어를 완전히 포기해야만 했다. 사유리도 당분간은 커리어 유지가 쉽지 않겠지만... 한국인이 아니라 일본인이라서 더 많은 선택권이 있었던 것 같기도.(유명인이기도 하고) 그리고 이상민이랑 썸 탈 때도 아무런 편견 없이 받아들여준 부모님이 계셔서 더 가능한 선택이었던 것도 싶다.
이제 삶의 모습은 다양하게 변하는데 모두가 똑같은 길로 갈 필요가 있을까? 예전 90년대 초반에 샌프란시스코를 가서 놀랐던 적이 있다. 그때 샌프란시스코의 날씨는 가을 날씨 같았는데 길거리에 있는 사람들의 옷차림은 반팔부터 패딩까지 다양했었다. 나는 그때까지 여름이면 모두가 반팔을 입고, 겨울이면 모두가 외투를 입는 한국의 옷차림에 익숙해 있었기에 적잖은 충격을 받았지만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간절기엔 흔하게 볼 수 있는 모습이 되었다. 서구문화를 따라갈 필요는 없지만 한국사회가 개인을 중시하는 문화로 바뀌고 있고, 서구에 보편화된 동거문화 대신 나타나는 현상이 바로 비혼과 딩크족 같다.
나도 동의한다. 아이를 낳을게 아니라면 난 평생 연애만 하는 것도 좋은 것 같다. 비혼이라고 해서 연애도 안 할 필요가 있을까? 연애가 얼마나 삶을 다이내믹하게 만드는데... 연애의 목적을 결혼에 두면, 결혼하지 않는 연애는 실패담이 되겠지만 생각을 바꾸기만 한다면 비혼족에게 연애는 삶의 윤활유가 될 수 있다. 그런데 딩크족이 된다는 것은 새로운 연애에는 문을 닫으면서 의무와 책임만 뒤집어쓰는 꼴이다. 물론 결혼이라는 제도가 주는 안정감이 있을 수 있고, 출산과 육아에는 자유로우면서 커리어가 망가질 위험성을 가질 필요가 없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결혼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그다지 녹록하지가 않다. 좋든 싫든 결혼하면 한 가정의 며느리 노릇을 해야 된다. 그동안 행사가 없었던 집에서도 며느리가 들어오면 없던 행사도 부활시키는 게 다반사다. 제사, 김장 등 빠질 수 없는 집안 노동이 생기고 별일 없는 주말이면 시댁 방문을 해야 하는 일도 생긴다. 연애할 때는 싸우고 나서도 집에 와서 쉬고 생각도 정리할 수 있었는데 결혼하면 부부싸움 이후에는 상대방을 내쫓거나 내가 나가거나 아니면 투명인간처럼 대해야 한다. 육아에 시달리지 않는다고 마냥 결혼 시절이 신혼시절 같은 건 아니다. 연애를 오래 해 본 사람은 알 것이다. 아이가 없어도 권태기는 찾아온다.
딩크족이 40대가 되어 출산의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지게 되면, 이제는 부모님의 노후를 책임져야 한다. 요즘은 시대가 좀 변했다고 하지만 형제들이(편의상 남매, 자매 다 총칭하여 형제라고 할게요) 딩크 부부에게 가장 떠넘기기 쉬운 것이 바로 부모님의 노후이다. 거기서 부부 중 한 명이 못하겠다고 말하기도 쉽지 않고, 또한 부모님께 불효를 했다는 죄책감 때문에 억지로 떠맡게 되는 경우도 많다. 부모님의 노후를 떠맡지 않더라도 조카들의 유학자금 등 뭔가를 은근히 부탁하는 경우도 많다(직접이든 부모님을 통해서든).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비혼의 삶도 크게 다르지는 않다. 특히 잘 사는 비혼이라면 100%. (부모님 중 한 분이 돌아가시면 거의 기정사실로 비혼 자녀가 모시고 살아야 함)
우리나라에서 비혼이나 딩크의 삶은 마치 부동산 시장에서 전, 월세자의 위치와 같다. 하지만 대세가 된다면 뭔가 다른 방향이 펼쳐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