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이유도 모르겠는데 기분이 안 좋을 때가 있습니다. 마치 갑자기 먹구름이 몰려온 듯 그냥 우울할 때도 있습니다. 면밀히 찾아들어가면 어떤 생각이나 감각에서 시작된 것을 찾을 수도 있지만 그마저도 하고 싶지 않을 때가 있지요. 그 때 생각을 하면 안 좋은 생각을 더 쉽게 하기도 하고 그 안 좋은 생각을 더 쉽게 합리화하고 믿어 버리면서 더 상태가 안 좋아지기도 합니다.
생각!
이건 참 희한한 물건입니다. 긍정적일 때는 한없이 기운이 넘치게 하다가 부정적일 때는 밑도 끝도 없이 기운을 빨아 먹습니다. 이미 부정적으로 회로가 돌기 시작하면 좋은 생각을 하려 해도 소용이 없다는 것이 느껴지지요. 억지로 좋은 생각을 해 봐야 마음에 와 닿지도 않습니다.
이렇게 우울할 때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최소한 우울과 무기력의 바다에 빠져 허우적대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이 도움이 될까요?
우울할 때는 사실 특효약이 없다고 봅니다. 살짝 기분이 안 좋을 때에는 여러 방법을 동원할 수 있지만 일단 우울함이 깊어지기 시작하면 우울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합니다. 뇌의 신경전달물질의 기본값이 바뀐 상태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기본값이 우울한 상태로 바뀌었으니 다시 회복하려면 신경전달물질이 보통 상태를 유지하도록 하기 위해 오랜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부정적인 마음이 커질 때에는 회복하려고 애쓸 일이 아니라 더 악화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금보다 더 나아지려고 애쓰는 것이 아니라 더 우울하거나 기분이 나빠지지 않도록 하는 노력을 하는 것이지요. 그러다가 보면 마음은 저절로 회복을 합니다. 억지를 부리면 오히려 자연 회복을 늦출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생각을 바꾸어 볼 수 있습니다.
슬픔을 존중하자.
슬픔을 존중합니다. 우울함과 기분 안 좋음을 존중합니다. 그 마음을 존중하니까 함부로 바꾸려 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우울함이 쓰나미처럼 몰려 오도록 가만히 두지도 않습니다. 상대를 존중한다고 해서 상대의 말을 다 들어주고 상대가 하자는 대로 다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넌 거기 그렇게
난 여기 이렇게
담담하게 서로 존중하며 적당한 거리를 유지합니다. 그렇게 더 악화시키지만 않습니다. 좋게 해보겠다고 생각을 전환하려고 애쓰지도 않습니다. 그냥 힘을 뺍니다. 너는 너구나. 나는 나다. 거기 있어도 좋아. 난 여기 있을게. 우울과 좋은 관계를 맺어 봅니다. 세상 모든 관계는 나에게서 출발합니다. 내가 먼저 내 마음과 좋은 관계를 맺어 봅니다.
그 다음 할 일은 부정적 생각을 줄이는 것입니다. 존중 받은 슬픔은 내가 생각을 끄도록 허락해 줍니다.
전두엽을 끄자.
서서히 전두엽을 끕니다. 사느라 너무 고생하고 있는 전두엽. 토닥이면서 이제 잠깐 쉬어도 된다고 이야기해줍니다. 전두엽을 퇴근시킵니다. 이렇게 달래도 일 중독자인 전두엽은 쉽게 퇴근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어쩔 수 없습니다. 강제 퇴근이라도 시켜야지. 휴가 좀 다녀오라고. 이제 네가 할 일은 당분간 없다고. 쉽게 일을 놓지 못하는 전두엽을 위해서 오감을 동원하면 좋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인형을 안아도 좋고
내가 좋아하는 향기를 맡아도 좋고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먹어도 좋고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들어도 좋고
내가 좋아하는 그림을 보아도 좋고
위에 나열한 오감의 순서를 잘 보면 동물적 본능에 가까운 순서입니다. 촉각, 후각, 미각, 청각, 시각. 본능의 세계로 온 몸을 던져 봅니다. 언어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잠시 떠납니다. 옛날 그 멋진 광고 카피를 기억할 때입니다. 좋은 인연과 함께 할 때는 잠시 핸드폰을 꺼 두셔도 좋습니다. 가장 좋은 인연은 나 자신입니다. 세상에! 이 세상에 태어날 때 이런 나로 살게 될 줄 알았나요? 엄청 좋은 인연이지요.
이제 전두엽은 자기도 모르게 퇴근길에 들어 섭니다. 일 중독자 전두엽은 할 일이 없어지고 나른한 세상을 좀처럼 못 견뎌 합니다. 알아서 퇴근을 하지요. 이 때 전두엽의 등을 토닥이면서 한 가지 더 해보면 좋습니다.
두피의 힘 빼기
전두엽의 기세가 약해진 틈을 타서 머리를 둘러싼 근육의 힘을 다 빼는 것입니다. 특히 이마, 미간, 관자놀이, 목 뒷덜미에 긴장을 느껴보고 힘을 빼면 전두엽은 지루해서 죽을 지경이 됩니다. 어서 가서 침대에 눕고 싶어 하지요.
전두엽이 퇴근하고 생각의 악순환이 멈춘 상태. 부정적인 생각의 회로가 끊긴 상태. 더 이상 부정적인 생각을 하지 않는 상태, 할래야 할 수 없는 상태. 생각만 해도 기분이 괜찮지요?
그러면 이제 전두엽을 재우러 갑시다. 전두엽에게 자장가를 불러 줍니다.
잘 자라 우리 전두엽~
네 할 일 오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