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를 미워하는 이유. 분노를 삼킨 대가
상담 선생님, 잘 지내셨지요?
그때만 해도 상사에게 지적받다가 그 앞에서 울음이 터질까봐 조심스러웠는데.
제 속의 화는 생각도 못하고 울면 창피해서 회사는 어떻게 다니나 하는 생각만 했는데.
이제는 그것도 먼 기억속의 한 장면이 됐어요.
요새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상담 때 배운 것처럼 꼭 필요한 부분은 선을 넘어오지 않게 말을 해요.
속으로 화를 참고 쌓고 있거나 나에게 화를 내는 것보다 상대방에게 직접 할 말을 하는 게 훨씬 유익하다는 것을 실제로 깨달았어요.
처음에는 상사도 시부모도 달라진 제 모습에 당황하고 몇 번 화를 더 냈지만 제가 완강하게 경계를 지키고 No라고 얘기하니까 또 생각보다 금세 적응하더라고요.
말 못하고 살아온 내가 바보였더라고요.
내 맘을 편하게 하는 게 생각보다 이렇게 쉬운 것을.
정당한 감정을 표현하는 게 얼마나 정당한 일인지 그때는 왜 몰랐을까요.
이제는 대놓고 저를 함부로 대하는 사람은 없어요.
내가 나를 존중하는 만큼 정말 남들도 나를 존중하는 게 정말 맞는 말에요.
선생님의 편지를 받고는 기억 속에 묻혀 있던 상담 장면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다른 분들은 어떤 상담을 받는지 모르겠지만 저에게는 참 특별했던 심리상담이었어요.
기승전결이라는 바다 안에 또다른 기승전결의 파도가 물결치는 상담이었습니다.
돌아보니 한편의 영화를 찍은 것 같기도 해요.
상담자와 내담자가 함께 대본도 없이 즉흥적으로 찍는 영화.
언젠가 선생님이 상담에 대해 이런 비유를 들기도 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우여곡절이 많은 영화였지만 그래도 해피엔딩이라서 참 다행이에요.
감정이라는 게 한번 지나가면 끝인 줄 알았는데 또 찾아오고 또 찾아오고,
산 넘어 산처럼 심리상담에 엔딩이 오기는 할까 싶었는데
그 시간을 지난 날로 회상하며 편지를 주고받고 있네요.
'지난했다'라는 말이 떠올라요.
다시 그 치유 과정을 통과하라고 하면 한숨부터 나올 정도로요.
나 자신에게 정말 잘했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물론 선생님을 선택했던 것도 정말 잘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말없이 곁에서 지켜주셔서 감사했어요.
사실 마음속으로는 이미 지겹도록 들은 또다른 훈계나 조언을 들을까 봐 조마조마했던 것도 있었던 것 같았어요.
내 마음을 분명하게 알고 싶기도 했지만 아무리 전문가의 설명이라 하더라도 그때는 그런 이야기를 들었다면 아마도 상담을 포기했을 거 같습니다.
제가 경험해야 할 감정들을 차례로 경험하도록 묵묵히 들어주신 것이 저에게는 생각보다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상담 마칠 즈음 말씀드렸던 것이지만 양파 껍질 까듯 하나씩 하나씩 모든 감정을 맛보고 난 이후 나 자신이 훨씬 선명하게 느껴졌어요.
나를 미워하는 대신 나를 사랑으로 감싼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알게 됐어요.
다시 떠올려 보니 생각보다 저에게 많은 영향을 미친 상담이었네요.
저는 선생님과의 든든했던 상담 덕분에 잘 살아가고 있다는 말씀을 전하며 편지를 마무리합니다.
감사합니다.
안녕히 계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