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담자의 편지 5

고통 없는 삶. 어깨를 키울 수 없다면 옷을 바꿔야지

by 나무둘

안녕하세요 상담사님.

먼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제가 아직도 그 회사에 있다는 것입니다.

저도 사람들이 저에 대해 수군대는 건 알고 있었어요.

하지만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도무지 모르겠더라고요.

상담실에서도 상담이 더 깊어지면 사람들이 수군대던 그 이야기를 나누어야 할까 봐 두려웠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인사도 제대로 못 하고 나와 버렸습니다.

무례했던 점을 인정합니다.

사과드립니다.

퇴사하고 싶었지만 퇴사하는 것이야말로 제 삶에서 도망치는 것 같아서 끝내 회사에 남았습니다.

상담실은 그렇게 박차고 나왔지만 회사를 그런 식으로 그만둘 수는 없었습니다.

용기가 없어서 그런 것도 있지만 다른 삶이 안 보였습니다.

이제까지 살아온 삶의 총 결산이 이 회사인 것 같았거든요.

여기서 도망쳐봐야 더 나은 곳으로 옮길 수 없다는 것이 분명히 다가왔습니다.

이 회사에 입사하는 것도 부모님 덕을 안 봤다고 하면 그건 거짓말이니까요.

내가 얻어낸 것이 아닌데 이나마 쥐고 있는 것도 감사해야지요.

물론 마음으로는 여전히 수시로 그만두고 싶지만.

여기에 남기로 한 이상 어쨌든 하는 데까지는 해 보자고 마음먹고 다니고 있습니다.

내 의지대로 살아본 적이 없어서 어려운 게 참 많지만 혼자 힘으로 어떻게든 해 나가려는 제가 대견스러울 때도 있습니다.

응원의 편지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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