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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이지 스위머 Nov 11. 2024

선생님, 아가미는 어디서 사나요

몸치 운동치가 도전하는 수영일기 2탄 숨은 쉬고 살고 싶어요

  7월 점점 날씨가 더워지니, 시원한 수영장의 물은 나에게  리프레시가 되어 즐거움이 더해져 갔다.

수영을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그냥 나는 수영을 시작했고 새로운 걸 도전하고 있는 자체가 뿌듯한 자아도취에 젖어 있었다. 내 몸에 락스물 가득한 수영장 물을 적시고, 그 안에서 아무 생각 안 하고 둥둥둥 유유자적 떠있는 내 모습만으로도 스트레스가 사라지는 듯한 느낌이었다. 더군다나 수영장 큰 창으로 들어오는 햇빛이 비추는 물속 반짝이는 햇빛을 수경사이로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졌다.




  아침 일찍부터 아이들과 실랑이를 벌이고 나서 혼이 쏙 빠질 때쯤 다급하게 시간에 맞춰서 수영물품들을 챙겨서 촉박한해진 시간만큼 발걸음을 서둘러 수영장에 들어가는 풍경이 이제는 제법 자연스러워지고 있었다.




신기초 반에 입성한 지 드디어 일주일이 지나고 이주차에 접어들었다.

이제는 킥판을 잡고서 발차기하는 연습을 지나 킥판 없이 팔 돌리기 연습을 들어갔다. 월수금 반이긴 하지만 성인반이라서 내 생각보다 진도가 빠르게 지나갔다.

수중에서 이 한 몸 의지할 곳 없이 내 몸뚱이 하나 믿고서 스스로 앞으로 나아가야 하다니.


선생님이 자유형 시범을 보여주신다.

"팔을 쭉 피고 왼쪽 오른쪽 돌리면서, 오른팔을 돌리는 것과 동시에 움파 움파 연습했던 호흡을 자연스럽게 추가하면 됩니다. 자, 쉽죠?"

미술 천재 밥 선생님이 떠오르는 설명이다. 참 쉽지요?

초집중의 눈빛으로 선생님의 시범을 뚫어져라 쳐다본다. 선생님 말씀대로 선생님의 수영은 참 쉬워 보인다.


드디어 내 차례, 한팔한팔 저어 나아가본다.

발은 열심히 발차기를 구르고 팔은 선생님 말대로 열심히 저어 본다. 발도 팔도 선생님의 말씀대로 착착 되어가는 듯한 기분이다. 그렇게 물속에 고개를 한껏 처박고 코로 우르르르르르 공기방울을 한껏 내쉰다. 물속에서도 숨을 쉬는 인어처럼 한껏 숨을 코로 내쉬고 드디어 물밖으로 숨을 들이쉬는 타이밍이다. 숨을 쉬기 위해 물 위로 고개를 한껏 쳐들어 내미는 순간, 훅! 내 입속으로 공기 대신 물이 잔뜩 들어온다. 꿀꺽! 맛을 느낄 새도 없이 수영장 물이 한가득 내 입속을 통과해 목 뒤로 넘어가버렸다.

아니 선생님, 이런 건 아까 설명하실 때 말씀 안 해주셨잖아요.



물을 먹을수록 인체의 신비도 깨닫고 있었다 귀, 코, 입, 목은 다 통한다고 하더니 코로 물이 들어가도 목으로 넘어가고 입으로 물이 들어가도 코로 나온다.

몇 잔의 수영장 물을 먹은 후에야 비로소 나름의 꼼수가 생긴다. 물 밖에서 숨을 들이쉬는 대신 물을 먹지 않기 위해 숨을 내뱉기로 했다.

근데 문제는 지금부터이다. 물속에서도 코로 한껏 공기를 내뱉고, 물 밖에서도 숨을 내뱉으니 도대체 숨은 언제 쉬지? 딸리는 호흡을 달랠새 없이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결국 마지막 방법은 수영을 멈추고 일어서서 숨을 쉬는 것이다. 너무 어이가 없고 웃음이 나고,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 터질 지경이다. 차라리 내게 아가미라도 달렸으면 좋겠다는 심정이다.

수영은 못할지언정 숨이라도 마음껏 쉴 텐데 말이다.

코로나의 텁텁했던 집안 공기를 피해 탈출한 수영장은 숨 조차 쉴수 없도록 숨가쁘게 돌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이제와 생각해 보면 수영은 숨 참기 운동의 연속이다. 숨이 편안한 상태에선 수영을 할 수가 없다. 수영을 얼마나 잘 익혀서 앞으로 나아가느냐의 문제는 그다음인 것. 그 정도를 고민한다면 난 수영선수가 됐을 것 같다. 운동을 안 하던 시절에는 제일 쉬운 운동이 숨쉬기였는데, 숨 쉬듯이 쉬운 일이 없었는데 물속에서는 그 마저도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니.

하지만 그 쉬운 숨쉬기조차 안되고 보니 참으로 다른 생각할 겨를이 없다.

오직 숨을 어떻게 쉬어야 하나, 숨도 쉬고 팔도 돌려야 하는데, 몸이 가라앉고 있으니 발차기도 해야 하는데, 그 와중에 앞으로 나아가야 하고, 앞사람은 저 멀리 가고 있는데 나는 언제 따라가나, 뒷사람은 내 발에 차이기 직전까지 나를 따라왔는데, 나는 지금 발차기도 팔 돌리기도 숨쉬기도 무엇 하나 되는 것 없이 허우적 대고 있는 중이다. 그러니 지금 내가  딴생각을 할 겨를이 있을까.

어서 앞으로 나아가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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