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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이지 스위머 Nov 25. 2024

극 I의 아줌마가 수영장에서 친구 만드는 법

몸치 운동치가 도전하는 수영일기 4탄-수친만들기

나의 MBTI는 ISFJ. 그렇다. 90% 내향적이고 80% 계획형인 인간이라는 것. 그것이 나의 성격이다.

사실 이런 MBTI들이 도대체 뭐가 뭔지 잘 모르는 아줌마이지만 그래도 정확한 건 직장에서 어설픈 척하는 인간관계는 그만두고 전업맘으로 접어들면서부터는 새로운 인간관계를 맺어 나가는 과정들은 피곤하게만 느껴졌다.

그땐 그냥 내가 그런 과정이 귀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요즘 MBTI 가 유행하면서 그런 성향을 가졌구나 본래가 그런 사람이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그걸 너무 숨기고 활발하고 잘하려고 살아왔구나 그렇게 30대부터의 새로운 인간관계는 필수가 아닌 선택이 되었다.






  하지만 수영장 에서의 만나는 인간관계 달랐다. 아니 무언가 새로웠다. 그곳엔 아는이 하나 없지만 친분도 없는 수영장, 그곳은 특별하게도 모두 발가벗고 만나는 공간이다.

처음 보는 낯선 사람도 원래 알던 친한 사람도 수영장에서 만나면 샤워실부터 수영장까지 민낯부터 알몸까지 만나는 공간이다. 신기초반부터 함께 해온 사람들과 뭐 하는 사람인지 몇 살인지는 모르지만 민낯부터 만날수 있는 곳이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 그 이상 말을 걸어본 적이 없었다.

사실 처음에 신기초반에 등록해 수영 수업을 하면서 물안에서는 누구를 쳐다볼 새도, 사귈 새도 없었다. 나 살기도 바빠서 수영하기도 힘들고, 아니 심지어 나는 수영하면서 지금 숨도 못 쉬고 있는데 그 사이사이 떠들어 재낄 여력이 없다고 하는 게 맞겠다. 





수영을 시작한 지 3개월,

이제 못하겠다 나가떨어진 사람은 진작에 그만두었고, 이게 아니다 싶은 사람은 떠나갔으며, 이제는 정말 수영이 살아남나 내가 살아남나 둘 중에 하나만 살자 싶게 달려드는 사람들만 남았다. 45명 정원이 꽉 차서 시작한 신기초반은 3개월 만에 출석률이 70%도 안되게 떨어졌다.

이제 샤워실에서, 그리고 온탕에서 저 사람이 어느 반인가 정도는 알아볼만하게 서로 서로 얼굴을 익혀가고 있었다.

  30대 마지막이던 나는 수영장에서 굉장히 젊은이에 속했다.(그것이 참 정말로 좋았다고 이제야 고백해 본다.) 오전 황금시간 10시에 대부분 수영하러 오는 사람들은 수영 30년 경력의 할머니들, 자녀들이 다 큰 할줌마들, 그나마 아이들을 출근시키고 여유로운 아줌마들이 대부분이다. 

그러기에 더욱이 말주변도 없고 사교성도 없는 내가 친구를 사귀기란 쉽지 않았다. 사실 친구가 딱히 필요하다기보다는 수영친구를 사귀면 수영을 그만두지 않게 붙잡아줄 것 같은 동아줄이 되어 줄 것 같은 생각이 있었다!


  몇 달간의 탐색전을 통해 나와 비슷한 연배에 같은 반이면서 수영을 열심히 하는 몇 사람이 눈에 띄었다. 그리고 처음부터 친하게 접근하기엔 나의 친화력 레벨이 높지 않았으므로 그날부터 샤워실에서 온탕에서 오다가다 하며 눈인사로 얼굴 도장을 찍었다. 부드러운 미소와 함께 말이다.

그리고는 수영레슨이 끝나고 샤워를 마친 뒤에 머리를 말리고 피부단장을 하러 삼삼오오 만나는 파우더 룸에서 호시탐탐 말을 걸 기회를 엿본다.

당연히 한 번에 한방에 오! 안녕하세요? 반가워요?라고 선뜻 말을 걸진 못한다. (조금 답답하고 바보 같은 느낌은 들지만 태생이라 어쩔 수 없다.) 파우더룸 자리를 찾아 헤매며 자연스럽게 옆자리로 다가가 한마디 걸어본다.


"오늘 수영 너무 힘들지 않았어요?"



그 한마디를 위해 몇 주간을 파우더룸을 배회했는지 모른다. 그렇게 용기 내 한마디 던진 말을 상대가 덥석 물면 대화가 시작이다. 하지만 의외로 같은반 사람들은 어머, 맞아요! 라면 나를 반기며 함께 이야기를 나눴다. 생각해 보면 대학생 이후로 선배, 후배라는 이름으로 얽힌 관계부터 시작해서 직장 상사 동료 등등 나의 취향과 성향이 맞아서 만난 다기보다는 소속감으로 만나온 인간관계가 많았다. 아이를 키우면서 조리원 동기 같은 모임이 지친 이유도 아이가 비슷한 시기에 태어나 자리에서 만난 것을 인연으로 여기며 내 아이의 성향이나 나의 성향보다는 비슷한 또래를 키우는 공감대로 시작한 관계들이었다. 하지만 수영강습에서 만나 수도 없이 망설이다 한마디 겨우 걸어서 이어 나가는 대화는 달랐다.

아이도 아니고 육아도 아닌 오랜만에, 거의 20년 만에 나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돌아간다. 나는 어떤 사람인데, 수영은 왜 했고, 지금 수영은 어떤데 내 실력은 왜 이렇고 선생님은 말투가 다정한 듯한데 아닌 듯도 하고, 우리 레인에 누구는 왜 그렇게 빠른지 쫓아 갈 수가 없고. 등등등.

그 집 남편이 뭐를 하는지 그 집 아이가 몇 살인지, 아이가 키가 큰지, 공부를 잘하는지, 내가 몇 살인지 결혼 전에 무슨 일을 하는지 지금은 왜 살림을 하는지, 아니면 무슨 일을 하는 워킹맘인지, 우리가 나누는 대화의 주제로는 중요하지 않았던 것이다. 

공감대. 얼마 만에 느껴보는 공감대였던가. 그래서 인지 드라이기 앞에서 몇마디 나누던 이야기는 금세 커피한잔으로 이어질수 있었다. 그렇게 수영을 마치면 커피한잔 마시러 가는 루틴이 만들어졌다. 



사실 나는 그것까지만으로도 너무나 만족스러웠다. 아니 나의 작은 관계가 발전적이라서 너무 성공적이라 말하고 싶었다. 일단 수영장에 가야 할 핑계를 나눌 친구 한 명을 만들었으니 말이다. 물론 한 명이지만.

하지만 친구는 친구를 부르는 법. 한 명 한 명 이리저리 얽힌 관계들이 붙고 붙고 붙어 우리 반 무시무시한 할머니들의 모임에 초대가 되었다. 네? 제가요? 우리 반 전체가 다 한꺼번에 커피 마시면서 친목을 도모해 간다고요? 이건 문제가 다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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