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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안 XianAn 스님 Jan 08. 2024

죽음과 사십구재

우리의 삶은 죽음과 사후 세계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볼만큼 여유롭지 못합니다. 늘 시간에 쫒기고, 사는 것 자체가 고단합니다. 그러니 먼 미래를 내다본다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죽음을 향해서 달려가고 있습니다. 설령 여러분이 젊고 건강하더라도 그건 모두 그렇습니다. 그냥 시간 차이일 뿐입니다. 


제 스승이신 영화 스님은 죽음과 사십구재, 보이지 않는 세계에 관한 이야기를 자세히 설명해주시는 편입니다. 사람들이 듣기에 부정적이라고 느끼거나 무서워한다고 설명을 꺼리거나 긍정적으로 느끼도록 하기 보다는 경험하신 그대로, 아는 그대로 설명해줍니다. 그리고 불교 수행의 가장 궁극적이며, 핵심은 윤회의 바퀴에서 벗어나는 것이라 하였습니다. 누구든 많이 아픈 상태에서 또는 극심한 통증 때문에 약으로 마비한 상태에서 죽음을 맞이하면 아주 나쁜 징조라고 했습니다. 


영화 스님의 미국 도량에 오는 어떤 분의 부친이 돌아가셨을 때의 일입니다. 그의 아버지가 병세가 악화되어 병원에 입원했고, 곧 뇌사상태에 빠졌습니다. 가족은 뇌사상태에 있는 아버지를 4개월간 살려두기로 결정했습니다. 아버지가 혹시 기적적으로 살아날 수 있을까라는 희망 때문이었습니다. 이런 결정도 이해할만합니다. 가족은 뇌사에 빠진 부친의 사십구재를 즉시 시작해야하는지, 4개월을 기다렸다 해야할지 묻기 위해 영화 스님을 찾아왔습니다. 여러분이 스님이라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가족의 뜻을 따라야 할까요?

불교의 관점에서 뇌사상태는 죽음으로 간주합니다. 의학적으로도 죽음으로 선포할 수 있습니다. 불교에서의 죽음은 몸의 온기가 사라지는 것으로 정의하지 않습니다. 우리의 의식意識이 떠나는 때를 죽음으로 여깁니다. 체온은 인공적으로 유지가 가능합니다. 그래서 이 가족의 질문은 대답하기 아주 어려운 문제입니다. 아버지의 몸은 아직 따뜻하기 때문입니다. 진짜 죽었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특히 그 딸은 아직 아버지의 죽음을 받아드릴 수 없습니다. 하지만 영화 스님은 그들에게 아버지를 이제 놓아줄 때라고 말해줬습니다. 뇌사 상태에 빠진 아버지의 인생은 괴로움으로 가득합니다. 그런데 과연 그걸 질질 끌 필요가 있을까요? 이렇게 나이가 들고 많이 아픈데, 만에 하나 뇌사상태에서 깨어난다 해도 좋은 상태로 삶을 이어나가기 힘들겁니다. 이제 놓아줘야합니다. 그래스스도 만약 가족이 원했다면, 4개월을 기다려서 사십구재를 해야했을 겁니다. 


이렇듯 우리들에게 죽음은 두려운 존재입니다. 우리는 죽음에 어떻게 대처해야하는지 정확히 모릅니다. 그렇기 때문에 삶에 매달립니다. 그래서 우리는 스스로 늘 괴롭힙니다. 불교에는 죽음에 대한 정보가 많습니다. 특히 대승불교에는 아주 자세한 가르침이 있습니다. 대승에는 아주 포괄적인 정보가 들어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미래 즉 다음 생에 더 잘 준비할 수 있는 겁니다. 


대승에서는 죽은 자를 위해서 애도하는 방법에 대해 가급적이면 울지 말라고 합니다. 누군가 죽으면 주변 사람은 괴롭습니다. 죽은 자의 가족은 번뇌로운 것입니다. 어떤 자는 자책하며, 살아있을 때 잘 해주지 못한 걸 후회하기도 합니다. 감정적으로 죽은 자에 대한 생각을 멈추지 못하고 매달리게 됩니다. 그건 사실 좋은 일은 아닙니다. 죽은 자에 대한 애도는 감정적인 집착에서 생깁니다. 집착을 부리면 죽은 자는 정토에 가는 걸 힘들어하게 됩니다.


여러분은 비극적인 죽음 대신 좋은 죽음을 맞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요? 우리는 현재의 삶을 잘 살기 위하여 처절하게 살고 있습니다. 당장 일어나는 일들을 잘 살펴보면 우리의 과거 즉 전생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 수 있습니다. 그와 마찬가지로 다음 생에 무슨 일이 생길지는 우리가 지금 뭘 하고 있는지를 보면 됩니다. 그러면 좋은 죽음을 맞이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선행, 즉 좋은 일을 하십시오. 그래야 좋은 죽음을 맞을 수 있습니다. 불교는 매우 간단합니다. 악행을 피하고 선행을 하고, 다른 이를 돕는 것입니다. 그것이 좋은 죽음을 맞이할 방법입니다.


불교에서 우리는 죽은 후 기독교의 천상과 같은 곳에 가는 것이 아니라, 더 낮은 법계로 떨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더 큰 관심사입니다. 그게 불교에서는 매우 중요합니다. 다시 말하면 우리는 사후 축생계(Animal Realm), 아귀계(Hungry Ghost Realm) 또는 지옥계(Hells)로 떨어지지 않아야 합니다. 왜냐하면 거기 떨어지면 엄청난 고통을 겪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죽을 때 아픔, 괴로움, 분노를 겪으면 낮은 법계로 떨어지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평화롭게 죽는 게 좋습니다. 죽을 때 겪는 마음의 경계는 다음 생에 그에 상응하는 문을 열어줄 것입니다.


우리가 죽는 그 순간 즉 마지막 숨을 쉬기 직전 마지막 생각이 우리가 다음 생에 갈 장소의 문을 열어줍니다. 예를 들자면 죽기 직전 마지막 생각이 분노라면 지옥으로 가는 겁니다. 또는 갑작스러운 사고로 죽는 순간 너무 놀라서 멍하게 됩니다. 그러면 축생계로 갈 수 있는 겁니다. 

이렇듯 불교에서는 죽음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고 있습니다. 우리가 반드시 알고 있어야 할 중요한 내용은 일단 삼악도 즉 축생, 아귀, 지옥의 세계로 가는 걸 피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한번 떨어지면 빠져나오기가 힘들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누군가 죽으면 사찰에 가서 도움을 청하십시오. 


절에서 불경을 염송하거나 부처님의 명호를 염불하면, 삼악도에 떨어지지 않도록 도움을 얻을 수 있는 겁니다.  우리가 절에 가서 죽은 자를 위해서 도움을 청하고, 출가자가 정직하게 불경을 염송해준다면, 죽은자가 더 낮은 법계로 떨어지는 것을 막는데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건 여러분 스스로 할 수 있는 그런 일이 아닙니다. 여러분이 혼자 집에서 망자를 위해서 염불해줘도 된다고 믿는다면, 그건 마치 자신이 스스로 환자를 집에서 수술하려는 것과 마찬가지인 겁니다. 나라면 그런 중대한 일은 전문가에게 맡기겠습니다. 


불교에는 또 다른 중요한 불법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사십구재입니다. 실제로 복을 지어서 죽은 자가 정토에 갈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서방극락정토는 이런 말법시대에 가장 가기 좋은 곳입니다. 사십구재법은 대승에만 존재합니다. 티베트 불교에서는 생불이 되어 다시 돌아오라고 권장하지만, 우리는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극락정토로 가는 게 훨씬 낫습니다. 정토에서 부처가 되는 것이 여기 이 세상에 돌아와 라마승이 되는 것보다 훨씬 여러분에게 유익합니다. 


불법은 자기 자신을 스스로 도울 수 없는 자를 위해 존재하는 겁니다. 여러분이 죽은 후에 무슨 일이 생기는지 알고 있다면, 정말로 무슨 일이 생길지 잘 안다면, 이 세상에 왕생하고 싶은 생각은 없을 겁니다. 왕생의 과정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통제하기 어렵습니다. 우리가 죽으면 자신에 대한 통제권이 전혀 없습니다. 지금은 훨씬 더 따뜻하고 편안하고, 돈도 있으니까 하고 싶은대로 할 수 있는게 있습니다. 하지만 죽은 후에는 우리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우리가 죽으면 오직 카르마 즉 업만 우리를 쫓아와서 괴롭힙니다. 죽는 순간 모든 과거의 업이 달려들어 우리를 괴롭힙니다. 업보는 우리가 스스로 다룰 수 있는 대상이 아닙니다. 그러므로 업보라고 부릅니다. 그래서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업보라 부르는 이유는 우리가 업보에 대해서 무력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괴로워야만 합니다. 오직 몇 안 되는 사람만 이를 피해서 일할 수 있습니다. 그런 힘이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그게 불가합니다. 그러므로 죽은 후 아주 쉽게 더 낮은 법계로 떨어질 수 있습니다. 죽은 후 업보가 찾아오면, 현재 우리가 삶에서 느끼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압도적입니다. 우리는 이미 살면서도 업보가 감당하기 어렵다고 느낍니다. 한번 스스로를 돌이켜보십시오. 누구든 죽으면 의존할 것이 아무것도 없어 무력해집니다. 


따라서 우리는 업보가 오기도 전에 빨리 도망가야만 합니다. 스스로 현생의 업보도 감당할 수 없다면, 죽은 후의 업보를 스스로 감당할 수 없음을 알아야 합니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해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사십구재의 법입니다.


참고자료: 영화 스님의 영어 법문(2017년 9월 10일) 

https://youtu.be/u7ea2BHav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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