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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파마(精進破魔): 끝까지 나아가는 마음

굳세게 용감하게 나아가라

by 현안 XianAn 스님

정진파마(精進破魔), 용감하게 나아가 마군을 깨뜨리다

오늘 이야기의 주제는 정진파마(精進破魔)입니다. 앞으로 용감하게 나아가 마구니(魔)를 깨뜨린다는 뜻입니다.


우리의 삶은 늘 선택의 연속입니다. 수행자도 마찬가지입니다. 수행이 깊어질수록 앞으로 나아가기 어려운 시점이 찾아옵니다. 진전하기 직전에 큰 시험이 닥치곤 합니다. 그때 한 발 물러설 것인지, 아니면 불안과 의심을 뚫고 앞으로 나아갈 것인지 스스로에게 묻게 됩니다.


부처님께서는 도를 닦는 이를 “한 사람이 만 명과 싸우는 전장에 나가는 병사”에 비유하셨습니다. 그 만 명의 적은 곧 무수한 생각과 망상일 것입니다. 수행은 결국 자신과의 싸움입니다. 싸움터에 나가기 위해 갑옷을 입고 문을 나서는 순간, 이미 수많은 갈림길 앞에 서게 됩니다. 어떤 이는 두려움에 문밖을 나서지 못하고, 어떤 이는 중도에 포기하며, 또 어떤 이는 싸우다 지쳐 쓰러집니다. 그러나 끝까지 나아가 마침내 승리하고 돌아오는 이도 있습니다.


선 명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끝까지 나아가는 마음’입니다. 포기하지 않는 것입니다. 포기한다고 해서 현실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번뇌로부터 도망칠 수는 없습니다. 결국 피할 수 없는 일을 미루는 것뿐입니다. 이러한 태도는 마음이 약하고 두렵기 때문에 생깁니다. 산속에서 혼자 수행하는 것보다 좋은 도반과 스승이 함께할 때, 믿음이 부족한 사람은 곁에서 신뢰를 쌓고 응원받으며 나아갈 수 있습니다. 누구나 정진을 통해 믿음을 키울 수 있으므로, 서로 포기하지 않도록 격려하면 우리는 해낼 수 있습니다.


열심히 정진하면 자연히 수많은 감응을 얻게 됩니다. 그로 인해 믿음은 더욱 견고해집니다. 그렇기에 선 명상의 이로움을 굳이 과장할 필요는 없습니다. 불교에서는 오히려 그 이로움을 절제하여 전하는 편입니다. 수행 중 경험하는 감응과 변화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합니다. 정해진 가르침을 따라 꾸준히 수행하면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변화와 감응이 일어납니다. 그러한 체험이야말로 수행자가 도중에 포기하지 않도록 붙잡아주는 진정한 힘이 됩니다.


수행에는 확실한 것이 없습니다. 때로는 적이 너무 강해 압도당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실패는 외부의 적 때문이 아니라 믿음을 잃고 수행을 멈출 때 일어납니다. 반대로 끝까지 나아가 큰 승리를 거두는 이도 있습니다. ‘승리한다’는 것은 충분한 지혜의 힘, 즉 혜력(慧力)을 갖추었다는 뜻입니다. 수행을 통해 공덕의 과실을 맺는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수행에는 결심이 필요합니다. 진정으로 어떤 것을 원한다면, 그에 대한 대가를 기꺼이 치를 각오가 함께 있어야 합니다.


수행의 길은 언제나 위험과 시험으로 가득합니다. 그 속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두려움을 이겨내는 일입니다. 그래서 불교에서는 보시의 세 가지 가운데 하나로 ‘무외시(無畏施)’를 가르칩니다. 두려움 없는 마음을 나누는 수행입니다. 이 무외심은 수행자에게 반드시 필요한 자산입니다. 수행 중 흔들리고 지칠 때, 우리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것도 바로 이 두려움 없는 마음입니다.


수행은 고요하고 평화로운 일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가장 치열한 전장에 서는 일이기도 합니다. 마군을 물리친 뒤에야 비로소 도의 열매를 얻을 수 있습니다. 부처님께서도 깨달음을 이루시기 전 수많은 마군과 맞서 싸우셨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부처님을 ‘대영웅(大雄)’이라 부릅니다. 수행자는 조용히 앉아 있는 존재가 아니라, 내면의 싸움을 감당하는 전사입니다. 물러서지 않고, 포기하지 않으며, 끝까지 나아가는 이가 결국 해탈에 이르게 됩니다.


불교에서 ‘대웅’은 ‘위대한 영웅’, ‘위대한 용사’를 뜻합니다. 모든 마군(魔軍)을 항복받고 깨달음을 이룬 부처님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그래서 부처님을 모신 법당을 ‘대웅전’이라 부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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