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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부처님은 사랑을 끊어버리라고 말했는가?

사랑을 버려야 도를 볼 수 있다고요?

by 현안 XianAn 스님

요즘은 불교 행사나 책자에서도 “부처님 사랑해요”라는 문구를 종종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본래 부처님의 핵심 가르침 중 하나는 마음속 애욕, 즉 애정과 욕망을 끊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현대인들에게는 이런 말이 의문스럽게 들릴 수 있습니다. 왜 부처님은 사랑이 도를 가로막는다고 하셨을까요?


특히 서구 문화에서는 사랑을 최고의 가치로 여깁니다. 거의 모든 영화가 사랑을 진실로 그리고, 사랑의 힘으로 악을 물리치며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됩니다. 가족과 이웃을 사랑하는 것은 마치 인간으로서 반드시 실천해야 할 도리처럼 여겨집니다.


하지만 부처님은 ‘단욕견도(斷欲見道)’, 즉 욕망을 끊어야 도를 볼 수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사십이장경》에서는 이렇게 비유합니다.

“맑은 물을 손으로 휘저으면, 그 물을 들여다보는 사람은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없다.”


사랑과 욕망은 우리의 마음을 흐리게 만듭니다. 마음이 혼탁해지면, 그 안에 본래부터 있던 도(道)를 볼 수 없다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도반을 향한 정, 스승이나 제자 사이의 애틋한 마음, 가족에 대한 그리움 같은 감정은 어떻게 봐야 할까요? 이러한 감정들이 정말 나를 도에서 멀어지게 하는 걸까요?


생각해보십시오. 사랑하는 대상이 잘못되면 우리의 마음은 괴롭습니다. 아끼는 사람이 멀어지면 불안하고, 뜻대로 되지 않으면 원망이 생깁니다. 수행 중일 때는 특히 그렇습니다. 막 마음이 고요해지려는 순간, 떠오르는 대상은 대개 내가 사랑하고 집착하는 사람입니다.


좋아하는 사람, 밉지만 신경 쓰이는 사람, 나를 인정해 주었으면 하는 사람… 미움이란 감정도 사실은 아무런 관심이 없는 사람에게는 생기지 않습니다. 결국 이 모든 감정은 사랑과 욕망이라는 뿌리에서 비롯됩니다.

부처님은 특히 출가한 수행자들, 사문(沙門)들에게 엄격하게 말씀하셨습니다. “사랑과 욕망을 버려라. 그것이 너희가 택한 길이다.” 세속적인 사랑, 성적 욕망, 세상에 대한 갈망… 이런 것들을 끊지 않으면 도를 이룰 수 없습니다. 도를 이룬다는 것은 번뇌를 끊고, 나아가 모든 중생을 제도할 수 있는 힘을 갖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일반인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정말 사랑도 못 하고 살아야 한다는 말일까요? 물론 그렇지 않습니다. 일반인의 수행은 그 출발점과 방식이 다릅니다. 그래서 수행이 어느 정도 익숙해지고 실력이 쌓이면, 가족과 세속의 일들을 잠시 옆으로 미뤄두고 일정 기간 정진 수행에 전념하는 것이 좋습니다.


출가한 스님들처럼 1년 365일 수행에만 전념할 수는 없지만, 여러분도 좋은 스승을 만나면 점차 사랑과 욕망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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