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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감아도 치앙마이

by Jane C

요즘 처음 연재 시작 글부터 마지막 글까지 다시 읽어보면서 조금씩 손보고 있습니다. 글을 쓰면서 셀프 대나무숲 효과를 내서인지 비로소 숨통 트이는 좋은 곳에 와서인지 아니면 그 둘 모두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어느덧 미움과 원망, 자격지심 등 끝없이 마음속에서 소용돌이치며 스스로에게 생채기를 냈던 뾰족한 조각들이 서서히 마모되고 있음이 글에서 느껴집니다. 초반엔 '외로워도 슬퍼도 나는 절대절대 안 울어' 모드였던 것 같아요. 그러다 점점 외로움과 슬픔 등의 감정에 잠식되기보다는 그냥 다 해도 괜찮은 나를 생각하게 되었달까요. 정신과 선생님이 괜히 '이사'를 권하신 것이 아니었어요. 물론 선생님도 놀라셨을 정도로 많이 먼 곳으로의 이사였지만 말이죠.


미움에도 끝이 있는 걸까 궁금합니다.

우울에도 완치가 있는 걸까 생각합니다.

긴 휴식에도 여행에도 심지어 달콤했던 사랑까지도 끝이 있는데 하물며 나를 심연으로 잡아당기는 구렁텅이에 바닥이 없다면 너무 억울한 일일 것 같아요. 우유에 빠진 생쥐가 열심히 헤엄을 쳐서 치즈를 만들어 올라 타 목숨을 건졌다는데 '끝이 없는 것의 끝'을 만들어 내는 일 또한 스스로의 몫인 건지 조금 의문입니다. 지금 서서히 보이는 모든 것의 '마지막'이 자연스럽게 온 건지 제가 열심히 헤엄친 결과인지는 확답할 수 없어요. 하지만 어쨌든 중요한 건 저는 보다 더 행복해지고 있다는 겁니다.



얼마 전 우연히 다른 작가님의 브런치를 보다 연재작 횟수에도 제한이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작품당 30회가 끝인 줄도 모르고 제대로 맺음 하지 못한 것을 몹시도 아쉬워하고 계셨어요. 그리곤 제 글을 하나하나 세어보니 어느덧 29회 차가 되더라고요.(중간에 어리석은 '자축'글만 쓰지 않았더라도 더 많은 화를 쓸 수 있는 기회가 남아 있었을 텐데 말이죠.)

그래서 아쉬움과 미련 없이 <안녕>이란 인사를 건네야겠다 생각했습니다. '눈 떠보니 치앙마이'라 제목 지었는데 아마 제게는 오래도록 '눈 감아도 치앙마이'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아! 다음 브런치 북 제목은 '눈 감아도 치앙마이' 어떨까요ㅎㅎㅎ

이 제목으로 연재하게 된다면 아마 내용은 통일성도 관계성도 일절 없이 단순히 제가 사랑하는 치앙마이의 정신없는 이곳저곳이 될 듯합니다. 아마 현재인들만 가는 코코넛 전문 디저트 가게, 예쁜 그릇과 직접 디자인한 옷으로 가득 찬 아주아주 작고 귀여운 편집숍 등등 대체로 한국인 비인기 장소가 추려질 듯합니다. 비인기 작가엔 비인기 장소가 찰떡이지요! (마이너 감성이라 미화해서 받아들여 주시길.)



시작보다 더 행복한 끝으로 마무리하게 되어 다행입니다.

그동안 '눈 떠보니 치앙마이'에 따뜻한 관심을 보내주신 모든 독자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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