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자몽 Feb 12. 2022

괜찮다는 말,

나 자신에게 솔직해지기


일본의 미용실에서 일했던 때였다. 언어가 유창하지 않아서 기본적으로 주눅 들어 있었던 시절이었다.

나의 최선은 성실과 진심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여자 손님의 염색머리를 샴푸를 하고 있었다. 샴푸로 별도의 팁도 많이 받았던 나는 그날도 자신 있게 샴푸를 했다. 그분은 중얼거렸다. 그래서 네?라고 하며 다가갔더니 "쿠사이네"(지독한 냄새가 나네)라고 내 눈을 보고 말했다. 그 탄력적인 어감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나도 모르게 "쓰미마생"이라고 사과를 했다


이 정도야, 내가 외국에서 일하는데 이 정도는 큰일도 아니지, 진짜 마늘이나 김치 냄새가 났었을 수도 괜찮아 그날 이후로 일본 미용실에서 일하는 동안은 김치를 먹지 않았다 마늘이 들어간 음식도 먹지 않았다.

늘 한통의 껌을 씹고 씹지 못할 때는 입천장에 붙이고 다시 씹었다.


며칠 후 한 손님은 나에게 신경질을 냈다. 말이 빨라 귀를 좀 더 가까이 댔던 나에게 사람 바꾸라고!! 아프다고!라고 소리를 질렀고 미용실 안의 모든 시선은 나에게 집중되었다.


점장이 달려왔고 나를 보냈다. 나는 화장실 앞으로 숨었다. 동료는 예민한 여자 처음 본다며 나를 다독여주었다. 난 "괜찮아 그럴 수 있지 아무렇지도 않아!"라고 웃으며 말해주었다. 그 손님은 사실 외국인인 내가 싫었던 거였다


괜찮았다. 이 정도야. 맞은 것도 아니고, 잘린 것도 아니니까.


그날 주일 예배를 드렸다. 웃으면서 신나는 찬양에 박수도 치면서. 그런데 온몸이 떨리더니 눈물이 솟구쳐 올랐다. 너무 서럽고, 억울했다. 비참했고 모든 게 싫었다.
괜찮지 않았다. 나는.



그 이후에 살면서 유독 "괜찮아 이 정도는! "이라고 말하는 사건들이 있었다. 괜찮을 줄 알았지만 꼭 무너지는 나를 깨닫는 시간들이 있었다.


캐나다 와서, 지인들에게 괜찮아, 나 이런데는 경험도 많고 아무렇지 않아!라고 자신 있게 얘기해주었다.

그날 밤 깨달았다.

내가 유독 괜찮다고 힘주어 말하는 일은 도무지 내게 괜찮지 않아서 괜찮기 위해 애쓰고 있는 거구나.라고


괜찮지 않다고 말하면 되지. 스스로를 속이면서까지 괜찮을   있어. 괜찮지 않은 일은  버티면 되는 거야.  잘 버텨야지. 라고 말하자

이전 11화 캐나다 공원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