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는 일, 단순한 글쓰기가 아니라, 책으로 발간 하는 일, 그것도 여러 작가와 함께하는 공저 작업은 내게 완전히 새로운 세계였다. 처음이라 아무런 배경적 지식이 없었지만, 그래도 막연히 내 안에 갖고 있었던 ‘출간 작업의 모델’과는 너무 달랐고, 나는 처음엔 그저 멍하니 그 시간을 맞이할 수밖에 없었다.
초반에는 잠과 체력, 시간이라는 나 자신과의 싸움에서 버텨야 했다.
후반 수정 과정에서는, 엄마로서의 역할 사이에서 크게 흔들렸다.
쉽다고 생각한 것은 아니었지만, 사실 이렇게까지 힘들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첫 출간이긴 했지만 공저작업이었기에 조금은 편할거라는 기대도 있었나보다.
그러나 그 기대는 오히려 반대의 영향을 가져왔다. 함께 하는 작업이었기에 느슨해지면 안됐다. 나 혼자의 역할보다 조금 더 해내야 했고, 나 스스로의 역할에 바늘구멍조차 허락되지 않았다다. 그 모든 것은 공진화, 서로의 상생을 위하는 길이었기에...
나는 살면서 공동체를 위해 얼마나 버텨왔던가?
자유로운 성향 탓에 조직과 그룹에서 벗어나 혼자 움직이는 것이 익숙했다.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일을 해야하는 것에 나는 숨이 막혔다.
학창 시절, 나는 또래보다 이해력이 느렸고 속도가 느렸다. 내가 좋아하는 역사, 사회, 영어는 예외였지만 수학과 과학은 버겁기만 했다. 하지만 중학교 때 부모님이 마련해주신 과외 덕분에 나는 낙오하지 않고 수능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다. 나의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던 그 과외선생님은 내 인생 첫 시험에서 나를 낙오자로 만들지 않은, 내 은인이었다.
그 이후 나는 무엇이든 혼자 하는 것을 선호했다. 운동, 스터디, 심지어 쇼핑을 할 때에도 남과 함께라면 나는 속도를 맞추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함께의 힘이 필요하고, 함께 나아가야 했다.
처음으로, 나는 나를 온전히 내려놓았다.
잠, 식사, 운동, 일, 휴식… 내가 세운 규칙들을 깨며, 나를 내려 놓으니 전체 속에서 내 역할과 글의 역할이 보이기 시작했다.
.
글쓰기 초반, 숨이 막히고 가슴이 조여와 며칠 동안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누워 있어야 했다.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그저 한번씩 글을 썼던 내가 내일 글을 발행하며 출간 작업까지 병행하니 나의 정신적 과부하가 컸던듯 싶다. 그러나 전 같았으면 포기를 떠올렸을 나였지만, 이번엔 잠시 '쉼'을 택했다. 포기할 순 없었다.
다행히 며칠 쉬자, 몸과 마음이 회복되었고,
“고통에도 기승전결이 있다(주1)”는 보도 섀퍼의 말처럼, 고통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그 가중치가 달라졌다. 고통의 한복판을 지나 마지막으로 갈수록 가중치는 작아졌다(주2)
누워만 있던 내가, 마라톤 시작점에서 신발끈을 묶고 있던 내가 어느새, 결승점 앞에 도착해 있었다. 그리고 그 앞에는, 선물처럼 그간의 시간을 보상하듯, 우리가 만들어낸 결과물이 있었다.
7개월, 하루도 허투루 쓰지 않았던 그 시간이 내게 준 기적이었다.
보고도 믿기지 않는, 때로는 너무나 힘들어서 마주하고 싶지 않았던 시간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그 책 속의 , 문장, 마침표 하나하나에 남아 있었다.
몇 년 전만 해도 내 몸 하나 추스르지 못하고 누워만 있던 내가, 정신의 힘으로 하루하루 몰입하며 출간 작가가 되었다. 몇 해 전 상상 속에만 머물던 일이, 이제는 현실이 되었다.
주 1,2 > 멘탈의 연금술, 보도 섀퍼, 토네이도,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