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든든한 내편이 오다

결혼 6개월 만에 언니네와 떠난 신혼여행

by 해보름

어설프게 시린 겨울날씨에 생전 처음 걸린 종합감기에도 병원 한번 가지 못한 채 어찌어찌 시간은 흘러 이곳 뉴질랜드에도 봄이 오고 있었다. 봄이 오니 이곳이 또 달라 보였다. 낮에는 제법 따뜻한 햇살, 푸르른 나무들과 눈이 부신 바닷가 모든 자연이 저마다 싱그러움을 내뿜었다. 그러운 봄기운에 나도 덩달아 기운이 났다. 그리고 그와 함께 반가운 소식이 있었는데, 그것은 한국에서 언니네 식구가 우리를 보러 이곳 뉴질랜드로 온다는 것이었다. 아직 몇 달이나 남았지만 마음은 벌써부터 설레었다. 우선 먼 곳에서 오는 가족들을 맞을 준비를 해야 했고, 그중 가장 우선은 집이었다. 나 혼자는 다른 사람들과 같이 지낸다고 하지만 가족들이 다 같이 와서 플랫메이트들과 함께 지내는 건 아무래도 아닌 것 같아 마침 계약기간도 다가오고 해서 신랑을 설득했다. 신랑은 아직 혼자 벌이를 하고 있으니 아무래도 생활비를 아끼는 차원에서 지금 사는 곳에서 좀 더 지내고 싶어 했지만 나의 설득 끝에 둘만이 지낼 수 있는 집으로 옮기는 것에 동의해 주었다.


그렇게 몇 주간 집을 알아보고 얼마 후 그중 마음에 드는 집으로 이사를 하게 되었다. 방이 2개에 화장실도 2개인 단층짜리 타운하우스였다. 방이 2개짜리 치고 거실도 꽤 넓고 더블개러지에 앞에 정원도 있었다. 방 하나에서 지내던 것에 비하면 정말 사스러울 정도였다. 이제야 좀 신혼느낌이 나는 것 같았다. 하나하나 필요한 것들도 구입하고 내가 꾸미고 싶은 대로 집도 꾸며나갔다. 그렇게 우리 둘만의 첫 신혼집이 생겼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언니네 가족이 한국에서 도착했다.

Henderson에 위치한 우리 둘만의 첫 신혼집




사실 지난 6개월 동안 신랑 이외에 누군가와 이야기를 해본 적이 거의 없었다. 우리가 사는 동네가 한국인이 많지 않은 곳이기도 했고 종종 신랑친구들을 만나 차도 마시고 같이 시간을 갖기도 했지만 나를 아는 내 사람들은 아니어서인지 나만 이곳에서 이방인인 느낌이었다. 그런데 이번엔 진짜 내 편이었다. 간상으로는 6개월밖에 되지 않았지만 정서적, 심리적으로는 몇 년은 지난 느낌이었다. 가족이지만 나를 보러 이 먼 곳까지 와준 언니랑 형부에게 너무 고마웠다. 조카들까지 함께.. 우리는 여행계획을 짰다. 짧지만 뉴질랜드 휴가기간인 크리스마스 기간에 남섬 '퀸즈타운'에 놀러 가기로 했다. 이번 여행이 결혼하고 바로 이곳으로 오느라 신혼여행도 가지 못한 우리에겐 신혼여행이기도 했다. 만의 여행은 아었지만 언니네와 함께하는 조금 특별한 신혼여행.


뉴질랜드에 살면서 꼭 한 번은 가봐야 되는 뉴질랜드 최고의 휴양지 '퀸즈타운'(Queenstown), 여왕에게 바치고 싶을 만큼 아름다운 마을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왜 그렇게 이름이 붙여졌나 바로 알 수 있었다. 숙소바로 앞이 퀸즈타운에서 유명한 푸카키호수가 있어 숙소 발코니에 앉아 멋진 바다와 같은 호수와 산, 하늘만 바라보고 있어도 마음이 평온해지고 힐링이 되었다. 괜히 뉴질랜드 최고의 관광지가 아니었다.

숙소에서 바라본 퀸즈타운 푸카키 호수

우리는 짧은 일정이어서 다음날엔 왕복 10시간 거리에 있는 밀포드 사운드라는 곳으로 향했다. 즐겁게 떠나 절경을 보고 돌아오는 길에 차를 많이 타서인 건지 앉아있기가 힘들 정도로 몸이 힘들었다. 그렇게 숙소로 돌아와서도 나의 컨디션은 좋지 않았고 결국 다음날 나는 오전 스케줄을 건너뛴 채 숙소에서 쉬어야 했다. 감기기운이 있는듯해 약을 먹었는데도 계속되는 피로감과 몸살기로 여행을 같이 즐기지 못해 속상했다.

밀포드사운드에서 퀸즈타운 가는 길의 절경

그래도 마지막날은 어느 정도 컨디션을 회복해서 조카들과 로지도 타고 여행의 마지막을 장식했다. 뉴질랜드 와서 처음온 여행이자 한국에서 온 가족들과 함께한 여행이어서 너무 좋았다.


그렇게 우리는 3박 4일의 짧은 여행을 마치고 다시 오클랜드로 돌아왔다. 그런데 오클랜드에 돌아와서도 몸의 컨디션이 계속 좋지 않았다. 여름이었고 다른 감기증상도 없어서 감기인 것 같지는 않은데 이상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마트에서 장을 보며 테스트기를 사보았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정말 아무 생각 없이 한 테스트기에서 두 눈이 동그라졌다.

" 두 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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