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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집이야? 시베리아야?

집안에서 입김이 나온다고?

by 해보름

내가 도착한 6월 중순은 한국과는 계절이 반대인 남반구인 이곳에서는 겨울의 초입이었다. 여름의 초입인 한국과 달리 쌀쌀하면서 시원한 공기가 맑고 상쾌했다. 그리고 뉴질랜드는 하루에 4계절이 다 있다는 말이 있을 만큼 한겨울이어도 비만 오지 않으면 낮에는 그리 춥지 않아 한국의 가을날씨정도이고 아침최저기온도 남섬은 영하로 내려가지만 내가 사는 북섬의 오클랜드는 영하로 내려가는 날이 거의 없었다. 한겨울에 아주 추운 날 며칠정도 있거나 그마저도 없는 해도 있었다. 이렇게만 들으면 한국에서 온사람들은 '어? 별로 안 춥네~'라고 한다. 나 역시도 그랬으니..


그러나 실제로 뉴질랜드에 성인이 되어 이민온사람들의 대다수가 뉴질랜드 겨울이 추워서 젤 힘들었다고 말한다. 그 이유는 다른데 있었다. 뉴질랜드의 집이 지어진 방식과 난방시스템이다. 뉴질랜드집은 주택이 대부분이다. 많은 주택들이 벽돌로 지어지거나 플라스타 혹은 웨더보드라고 하는 자재로 지어졌다. 오래된 집들중엔 나무로 지어진 목조주택도 꽤 있다. 2000년도 후에 지어진 집들은 벽에 단열을 하도록하는 건축법이 개정되어 벽에 단열재를 넣어 단열이 되지만 그 전에 지어진 집들은 천장 단열만 되어있어 벽은 그야말로 단열이 하나도 되지 않는다. 그래서 벽옆에 있으면 바람이 벽을 통해 숭숭 들어오는 게 느껴질 정도다. 그리고 창문 또한 한국의 아파트에 있는 창문들처럼 두껍고 이중으로 되어있는 더블글레이즈드가 아닌 얇은 싱글글레이즈드가 대부분이다. 이것 또한 2000년도 이 후에 지어진 신축주택들은 이중창으로 짓는 경우가 많지만 그전에 지어진 집들은 보통 얇은 창 하나인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바람이 심하게 불거나 태풍이 오거나 할 때는 창문이 깨질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리고 마지막은 가장 중요한 난방시스템이다. 뉴질랜드의 실내난방시스템은 거의 히터로만 난방이 이루어진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듯이 한국 같은 바닥보일러 시스템이 있는 나라는 내가 알기론 한국과 일본밖에 없다. 대부분의 외국 특히 서양권 나라에는 바닥난방이 없고 히터로만 난방을 유지하고 있고 뉴질랜드 또한 마찬가지이다. 그러다 보니 바닥난방에 익숙한 대부분의 한국사람들이 이민 와서 가장 춥다고 느끼는 것 또한 이 때문일 것이다. 겨울에는 자고로 집에 들어왔을 때 바닥도 뜨뜻하고 훈기가 돌아야 하는데 그런 게 전혀 없으니, 그냥 여기가 밖인지 실내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다. 정말이지 해가 잘 드는 날에는 겨울이어도 실내보다 바깥이 더 따뜻한 날들이 있다. 나 역시도 이 부분이 가장 힘들고 적응이 되지 않았다. 6월 중반부터 으슬으슬 쌀쌀해지는데 집안에서 할 수 있는 거라곤 히터 틀고 침대에 전기매트를 켜두는 게 전부였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옷을 두껍게 껴입게 되고 실내화도 두터운 털신으로 구입해 신게 되었다. 히터는 있는 공간만 틀어 놓다 보니 아침에 일어나서 거실에 나가거나 주방에 나가게 되면 그야말로 밖에 나온 것 같은 느낌이었다. 한국 생각하고 잠옷 입은 채로 나가면 정신이 번쩍하고 든다.




시간이 지나 한겨울이 찾아온 7월 어느 날이었다. 아침 7시면 출근하는 신랑을 배웅하기 위해 아침에 일어나서 방문을 열고 나서는데 '헉.. ' 복도에서 왠 시베리아 바람이 휑하니 들어와서 나도 모르게 방으로 다시 들어갔다. 놀래서 다시 패딩을 입고 나가 현관문 앞에서 신랑을 배웅하는데 입에서 하얀 입김이 나오는 게 아닌가. 순간 '여기가 어디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 여긴 분명 집안인데... 웬 입김이 나오는 거지?'


잠결에 나와 패딩을 껴입고도 복도에서 느껴지는 한기에 놀란 나에게 신랑이 넌지시 이야기했다.

뉴질랜드는 실내가 더 추우니, 방밖에 나올 때 옷 두껍게 입고 나오라고..


'하.............'

한국 집에서 추운 겨울에 보일러 따뜻하게 켜놓고 따뜻한 바닥에 앉아 티브이 보며 귤 까먹었던 한국집이 생각났다. 유난히 추위를 많이 타 한국에서도 겨울이면 밖에 나가기보다 집에서 보일러를 높이고 따뜻하게 있는 걸 좋아하는 나였다. 문득 정신이 들었다.

' 아, 내가 새로운 나라에 와 있었지. 적응 잘할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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