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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투자하기로 했다

프레임 리터러시 : 아홉 번째 이야기

나의 투자법 옳을까?


주변 사람들은 자주 이런 말을 한다.

“이제 노동이 아니라 자본이 돈을 버는 시대야.”

“돈이 돈을 벌 수 있도록 만들어야지.”


하루가 멀다 하고 유튜브에선 ‘패시브 인컴’, ‘불로소득’, ‘경제적 자유’ 같은 멋진 말들이 쏟아진다. 클릭해 보면 대부분 이미 충분한 돈을 가진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더 쉽게 돈을 벌 수 있을지’를 이야기하고 있다. 배당금을 주는 우량 주식을 사거나 ETF(상장지수펀드) 투자를 통해 자산을 불리라 한다. 혹은 변동성이 큰 코인 시장에서 대박을 노려보라 한다.


하지만 나는 그런 이야기들 속에서 자주 길을 잃는다. 주식이나 코인 투자는 겁이 많아 시도조차 하지 못하고, 매달 정해진 월급이 통장에 찍히는 것에 만족하며 살아가는 사람이다. 돈이 돈을 벌어준다는 시대에, 여전히 노동이 돈을 벌어주는 삶을 살고 있다.


회사 점심시간 화제도 투자 이야기다.

“요즘 경기 침체가 온다잖아. 침체기엔 더더욱 자산을 지키고 굴리는 방법을 공부해야 한대.”


실제로 유튜브에선 이미 경기 침체를 대비하는 투자법이 인기다. 경기 침체와 회복, 호황이 반복되는 경제 사이클 속에서 전문가들은 주식 대신 안전자산인 채권이나 금을 추천하기 시작했다. 또한 경기 하락기엔 달러 같은 안전자산의 선호도가 높아져 환율이 상승하기도 한다. ETF를 활용해 주가 하락 시 저가 매수의 기회로 삼으라는 조언도 흔하다. 부동산도 상승기에는 적극적으로 투자하다가 침체기엔 가격이 낮아질 때를 기다리라고 권한다. 게다가 인플레이션 때문에 현금만 가지고 있으면 오히려 실질적인 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고도 경고한다.


하지만 모두 맞는 말 같으면서도 나는 그런 얘기들을 들을수록 더 불안해졌다. 당장 잘 이해되지 않는 복잡한 금융용어와 시장 흐름에 정신이 아득해졌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꼭 모두가 투자를 하고 돈을 굴리는 삶을 살아야 하나?’


침체기가 오든 호황기가 오든, 내가 진짜 잘할 수 있는 건 어쩌면 매달 정직하게 월급을 받아 내 삶을 책임지는 일일지도 모른다. 물론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지고, 고용이 불안정한 시대라는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그런 불확실성 때문에 내가 가장 믿을 수 있는 투자처는 바로 나 자신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나는 결국 돈 대신 나 자신에게 투자하기로 했다.

요즘 헬스장에서 개인 PT를 받으며 근력을 키우고 있다. 두 달 정도 운동을 지속하니 발목 통증도 많이 줄었고, 평소 앓던 목 통증도 완화되어 굳이 비싼 도수치료를 받을 필요가 없어졌다. 러닝머신에서 달리는 속도도 어느덧 8과 9 사이를 오간다. 몸이 좋아지니 삶의 질이 나아지는 게 눈에 보인다.


돈을 굴리는 기술적 지식은 아직 없지만, 나를 위한 투자에 집중하니 오히려 마음의 평화가 찾아왔다.


경제적 자유보다 더 중요한, 나 자신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방법을 조금씩 터득해 가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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