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5-14) 오륙도와 가덕도
2박 3일의 부산 기장 여행은 오늘이 마지막 날이다. 이곳으로 올 때는 김천과 경주를 거쳐 왔으므로 돌아갈 때는 남해안을 따라가다가 사천이나 진주쯤에서 함양을 거쳐 세종시 집으로 가기로 했다. 오늘은 긴 긴 여행길이 될 것 같다.
오륙도는 부산을 상징하는 마음의 정표이다. 오륙도는 해운대보다 훨씬 남쪽에 있다. 넓은 도로를 이리저리 갈아타면서 차는 달린다. 한참을 달리니 광안대교가 나온다. 광안대교는 오래전에 한번 건너본 적이 있다. 그때는 아래층으로 건넜던 것 같은데, 이번에는 하늘이 탁 트인 위층 도로로 달린다. 푸른 하늘과 푸른 바다가 서로 어울려 절경이다. 이전에 광안대교를 건널 때는 그렇게 긴 다리라고 생각지 않았는데, 위층 도로로 달리니 다리가 상당히 길다. 지난번에는 그다지 좋다는 느낌을 갖지 못했는데, 이렇게 위층으로 달리니 정말 아름다운 다리이다. 생각 같아서는 중간에 내려 다리 풍경을 감상하고 싶지만, 자동차 전용도로인데 그게 가능할 수가 없다.
한참 더 달리니 <오륙도 스카이워크>와 전망대가 나온다. 이곳 전망대에서 보면 오륙도가 매우 가깝게 보인다. 아침부터 날씨가 아주 쾌청했는데, 갑자기 하늘이 뿌여지며 바다 풍경이 흐릿하게 보인다. 날씨가 갑자기 나빠져서 그런 것이 아니라 물안개 때문일 것이다. 먼저 전망대에서 오륙도 일대 바다를 내려다보았다. 물안개로 인하여 흐려서 잘 보이지 않는다. 스카이워크로 갔다. 지난달 동해안의 후포항에 있는 스카이워크를 가 본 적이 있다. 바다 150미터까지 들어간 아주 멋진 전망 보도였는데, 후포라는 시골 도시에서 그 정도의 스카이워크를 만들었으니 우리나라 제2의 도시인 부산은 그보다 훨씬 더 멋진 스카이워크를 만들었으리다.
그런데 실망. 스카이워크의 길이가 10미터도 되지 않는다. 입구에서 신발 위에 덧신을 신고 들어가면 바로 빙글 돌아서 나오게 되어 있다. 그래서인지 후포항 스카이워크에서 느꼈던 스릴도 별로 없다. 스카이워크에서 보면 바로 앞에 오륙도가 보인다. 날씨가 흐려 섬이 몇 개인지 알기 어렵다. 오륙도라는 이름은 보는 각도에 따라 섬이 5개로도, 6개로도 보이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스카이워크에서 일하는 아주머니에게 물으니, 이곳에서는 섬이 5개로 보인다고 한다. 영도 쪽으로 가서 보면 6개로 보인다고 한다.
스카이워크에서 내려다보니 바로 아래쪽에 선착장 같은 것이 보이고 큰 주차장이 있다. 거기에서는 오륙도가 또 새로운 모습으로 보일 것 같아 그리로 내려갔다. 주차장에 들어가니 주차비를 내라 한다. 10분 정도 머무를 것이라 하니 3,000원을 내란다. 어이가 없어 그냥 돌아 나오는데, 바로 옆에 공영주차장이 있다. 10분에 300원이란다. 잠시 내려서 경치도 즐기고 사진도 찍은 후 나오니 주차비를 받지 않고 그냥 가란다.
다음 행선지는 요즘 가장 핫한 장소로 떠오르고 있는 가덕도이다. 이곳에 부산 신공항을 건설한다고 하여 부산 시민들은 아주 반기는 것 같다.
나는 가덕도가 아주 작은 섬인 줄 알았는데, 제법 큰 섬이다. 그리고 인터넷을 찾아보니 아주 아름다운 섬이라 한다. 면적이 21평방 킬로라 하는데, 이 정도면 상당히 큰 섬 축에 들어간다 할 것이다. 가덕도는 전형적인 남해의 섬이다. 우리나라의 섬에 있어서 남해의 섬과 서해의 섬은 확연히 다르다. 서해의 섬은 대부분 밋밋한 평지이지만, 남해의 섬은 대부분 산으로 이루어진 험한 지형을 가지고 있다. 가덕도도 섬에 평지는 거의 보이지 않고 대부분이 많은 산들로 이루어져 있다. 가장 높은 산은 500미터 정도가 되며, 300-400미터 정도 되는 산들은 매우 많아 보인다. 이런 곳에 어떻게 공항을 건설하지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섬 안에 공항에 짓기보다는 많은 부분 바다를 메워 공항을 건설하겠지만, 이렇게 높은 산 옆에 공항을 만들어도 괜찮을지 하는 생각이 든다. 오다 보니 바다 안개도 무척 짙은데, 오늘이 특별한 날인지 아니면 늘 그런지는 잘 모르겠다. 여하튼 바다를 메워 공항을 만들려면 여기 있는 산 몇 개는 뭉개야 할 텐데 그것도 마음에 걸린다.
가덕도에는 몇 개의 항구가 있다. 도로를 따라가니 막다른 곳에 대항항이라는 항구가 나온다. 배는 별로 보이지 않는 작은 항구다. 내려서 바다 풍경을 구경하였다. 참 아름다운 섬이다. 가덕도는 부산 근처에서는 아름답다고 이름난 섬이라 한다. 대항항을 출발하여 다시 조금 더 가니 전망대가 나온다. 바다를 내려보는 높은 언덕 위 좋은 곳에 만든 전망대이다. 전망대 근처에는 가덕 신공항 건설을 반대하는 플래카드가 가득하다. 이 플래카드를 내 건 사람들은 정말 자신들의 삶에 불안감을 느껴 반대하는 걸까, 아니면 전략적으로 반대하는 걸까? 진상은 알 수가 없다.
보통 정부를 포함한 공공기관이 추진하는 사업에 대해 그 사업이 확정 단계에 이르면 사업지로 지정된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대부분 그 사업을 반대한다. 서울 근처에 대규모 아파트 개발을 하겠다는 계획이 확정되면 그곳에 땅 가진 사람들은 대부분 극렬하게 반대한다. 이런 반대들은 대부분 전략적인 것들이다. 반대를 하여야 더 좋은 조건으로 정부에 땅을 양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민들이 반대를 한다고 하여 만약 그 사업을 중단하겠다고 하면, 이번에는 사업 중단을 취소하라는 플래카드가 반대 플래카드보다 10배는 더 많이 나붙게 된다. 그런데 가끔은 주민들이 처음에는 전략적으로 반대운동을 하다가, 하다 보니 그것이 어느덧 신념으로 변해버려 정말로 투사가 되어 진심으로 반대 운동을 하는 경우도 있다. 참여정부 시절 추진되었던 굴업도 방사능 폐기장 건설 사업이 관점에 따라서는 그러한 면이 있었다.
참여정부 때 신행정수도로서 세종시 건설을 발표하자 이쪽 현 세종시 지역에서는 마을마다, 도로마다 신행정수도 건설 반대 플래카드가 나붙었다. 그러다가 MB 정부 시절 세종시를 신행정수도 대신에 첨단 기업형 도시로 건설하겠다는 변경 계획을 발표하자 이번에는 신행정수도 건설 반대 플래카드는 모두 사라지고 정부는 새로운 변경계획을 철회하고 원래 계획대로 신행정수도를 건설하라는 플래카드가 이전 반대 플래카드에 비해 10배는 더 많이 나붙었다. 사람 일은 원래 다 그런 것이다.
나는 가덕도 신공항 건설에 찬성하지 않는다. 부산 사람들이 왜 그렇게 가덕 신공항에 집착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부산 시민들이 정말 합리적으로 생각을 해서 가덕 신공항을 찬성하는지 아니면 소수의 이해관계자들에 휘둘려 부지불식간 그러한 생각을 갖게 되었는지 알 수 없다.
우리나라에서 인천공항이 허브 공항이며, 이제 국토의 남쪽에도 허브 공항이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는 데는 찬성한다. 그런데 공항이란 것은 크고 이용객이 많을수록 그 기능이 커진다. 뉴욕이나 파리 노선이 일주일에 한두 번 있는 공항보다는 매일 몇 편식 있는 공항에 이용객들이 몰리는 것은 당연하다. 대구에 있는 친구들도 외국에 갈 때는 대부분 대구 국제공항을 이용하기보다는 인천국제공항을 이용한다. 부산 김해 공항은 대구 공항에 비해서는 낫겠지만, 그래도 많은 부산시민들이 외국에 갈 때 인천공항을 이용할 것이다. 그것은 인천공항에 오면 언제 어디로든 편리한 시간에 여행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기 때문에 공항으로서는 이용객 수가 많다는 것이 가장 큰 경쟁력의 원천이 된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국내선 항공수요는 많지 않다. 기껏해야 제주노선 정도이다. 물론 부산, 대구, 울산 등의 국내선 수요도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은 이왕 항공편이 있기 때문에 개인 사정에 따라 그것을 이용하는 사람이 있을 뿐이다. 서울-부산이 항공여행 거리는 아니며, KTX로 간다고 하더라도 거의 문제가 될 것이 없다. 일본의 동경-오사카는 거리가 600킬로가 넘지만 항공편을 이용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러한 점을 감안한다면 신공항의 경우는 국제 여객을 중심으로 그 입지를 고려하여야 할 것이다.
만약 가덕도에 신공항이 건설된다면 그 이용객은 부산과 경남 남부 도시의 주민에 그칠 수밖에 없다. 그러면 이 공항은 550만 명 정도의 인구를 포괄하게 된다. 그러나 경남 북부지역에 공항을 건설한다면 (부산+경남)에다 대구와 울산, 그리고 경북 남부 지역까지, 아마 거의 1,000만 인구를 포괄할 수 있게 될 것이다. 550만 명을 포괄하는 공항과 1,000만 명을 포괄하는 공항, 어느 쪽이 나을지는 두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명실공히 한반도 남쪽의 허브 공항으로 탄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나면 또 폐쇄되는 부산공항이나 대구공항, 울산공항 등은 부지는 시민들을 위해 더 좋은 용도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정치권에서 그리고 부산시민들도 좀 더 넓은 안목에서 신공항 문제에 접근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