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부산기장달음산자연휴양림여행(3)

(2021-05-13) 범어사와 통도사

by 이재형

어제 운전을 오래 하고 많이 걸은 탓인지 아침에 늦게 일어났다. 창문을 여니 시원한 숲 바람이 창 사이로 흘러들어 온다. 낮에는 날씨가 덥지만 이곳은 산이 높은 탓인지 해가 지면 바로 서늘해져, 밖에 나가기 부담스러울 정도로 온도가 낮아진다. 어제 먹다 남은 멸치회로 회비빔밥을 만들어 아침을 먹었다. 부산에 찾을 곳은 크게 문화재와 바닷가 경치, 그리고 도시시설 등으로 나뉜다. 도시시설이야 그게 그거니까 문화재와 바다 경치 중심으로 돌아보기로 하였다.


7. 금정산 범어사


먼저 금정산 범어사로 갔다. 부산에서 그다지 운전을 해보지 않아 이곳 기장에서 범어사까지 어떻게 가는지는 알 수 없고, 그저 내비가 인도하는 대로 따라갔다. 부산은 도로 사정이 아주 좋지 않다는 인상이 있었는데, 넓은 도로가 곳곳에 새로이 뚫려 있다. 그리고 시내 곳곳에 높은 빌딩과 고층 아파트들이 보인다. 이전에는 부산이 대구나 그다지 차이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와서 보니 그게 아니다. 부산은 대구나 대전에 비해 훨씬 크고 발전된 도시이다. 대구는 고향이니까 종종 찾아가지만 몇십 년 전과 비교해 그다지 달라진 느낌을 받지 못한다. 이에 비해 부산은 찾을 때마다 달라져, 지금은 완전 첨단도시로 바뀐 느낌이다.


범어사는 달음산 휴양림에서 8시 방향에 있다. 그러나 바로 가는 길은 없고, 큰 U자 형태로 돌아가야 한다. 범어사는 이전에 가본 적이 없고 이번이 처음이다. 범어사까지 달리는 대부분의 길은 자동차 전용도로나 그와 비슷한 정도의 넓은 길로 시원하게 터져 있지만, 교통량이 많아 빨리 달릴 수는 없다. 범어사가 가까워지자 가파른 언덕길이 시작된다. 매번 느끼지만 부산은 정말 가파른 언덕이 많은 도시이다. 내 친구들 중에선 부산 출신이 많다. 그런데 부산 출신 친구들은 대부분 몸이 건장하고 튼튼하다. 바닷가 도시에서 항상 싱싱한 해산물을 먹고, 이렇게 가파른 길들을 걸어 다녔으니 저절로 건강해졌나 하는 생각이 든다. 범어사 가는 길도 상당히 가파른 도로의 연속이다.


범어사는 약간의 이론(異論)이 있지만 신라시대의 의상대사가 창건한 사찰이라 한다. 그리고 이곳은 선찰 대본산(禪刹大本山)이라 한다. 전통이 오래된 큰 사찰이다 보니 많은 문화재를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4월 초파일이 가까워서 그런지 절 입구부터 등이 줄지어 걸려 있다. 큰 사찰이라 그런지 다른 절에 비해서는 등의 색깔이 상당히 세련되어 보인다. 파스텔 색조에 등 위에서부터 아래쪽으로 색조가 점점 옅어지도록 되어 있다. 다른 절에서 볼 수 있는 일반적인 등들은 상당히 싸게 보이는데, 여기는 그래도 상당히 세련되고 품위 있게 보인다.

20210513_121309.jpg
20210513_121826.jpg
20210513_123546.jpg

절에 들어가니 온통 등이다. 이래서야 절 건물도 안에 있는 문화재도 제대로 볼 수 없다. 집사람은 대웅전에 들어가 불공을 드리겠다고 한다. 나는 밖에서 어슬렁 거리며 여기저기 건물과 문화재를 둘러보았다. 선찰대본산이라 그런지 스님들이 참선을 하고 있는 건물이 많다. 그런 곳에는 입장이 안되므로, 접근이 가능한 건물들만 돌아보았다. 그런데 석등이나 탑, 전각 등은 아무리 오래되고 귀중한 문화재라 하더라도 내가 보기에는 그게 그거고 그래서 그다지 특별한 느낌이 들지는 않는다. 그보다는 절 주위에 있는 나무들과 경치들을 보는 것이 훨씬 더 좋다.


범어사에는 특히 느티나무가 많은 것 같다. 아주 오래되어 큰 느티나무는 두어 그루에 불과하지만, 적당한 크기의 느티나무가 절 여기저기에서 시원한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이곳의 느티나무 숫자는 수십 그루, 아니 백 그루가 넘을지도 모르겠다. 느티나무란 나무는 볼수록 마음에 드는 잘 생긴 나무이다. 대웅전 옆으로 올라가니 저 아래 전각 지붕 사이로 멀리 바다가 보인다.


8. 양산 통도사


다음 행선지는 양산 통도사이다. 통도사에는 20년 전쯤에 한번 왔던 것 같다. 그때는 긴 계곡 옆길을 따라 많이 걸었던 것 같다.


통도사 근처에 오니 주차장이 여러 개다. 가능하다면 적게 걸으려고 자동차로 갈 수 있는 데까지 가기로 하였다. 큰 주차장을 지나니 암자로 올라가는 길이라는 표시가 나온다. 통도사에는 암자가 엄청 많다. 20개도 넘는 것 같다. 집사람이 이전에 이곳에 몇 번 온 적이 있다며 서운암이라는 암자까지 가자고 한다. 서운암에 도착하니 기념품과 차를 파는 곳, 그리고 암자에서 직접 담근 된장을 파는 곳을 제외하면 이렇다할 특별한 곳이 보이지 않는다. 집사람 말로는 이전에는 이곳은 참선을 하는 스님들을 위한 장소였다고 하는데, 지금은 완전히 달라진 것 같다.


다시 통도사 본사로 내려왔다. 주차장을 나오면 얼마 걷지 않아 바로 절 경내로 들어갈 수 있다. 사찰 깊숙한 곳에까지 주차장을 새로 만들었나 보다. 절 쪽에서 내려오는 계곡에는 오래전부터 있던 다리도 있지만, 새로 만든 것 같은 돌다리도 몇 개 보인다. 나는 사실 통도사라는 절보다도 이곳 계곡이 더 좋다.


통도사는 신라의 자장 율사가 창건하였다고 한다. 불교에서 삼보(三寶)라면 불법승(佛法僧)을 말하는데, 이곳 통도사는 불보사찰(佛寶寺刹)로서 우리나라 3대 사찰 가운데 하나이다. 1점의 국보와 21점의 보물, 그리고 다수의 지방문화재를 보유하고 있다. 또 통도사는 영주 부석사, 안동 봉정사, 보은 법주사, 공주 마곡사 등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다. 통도사는 경상도 지방에 있는 사찰로는 상당히 넓은 터에 입지 해 있다.

20210513_135629.jpg
20210513_135649.jpg
20210513_140257.jpg
20210513_140335.jpg

통도사에도 등이 가득 달려있다. 세련된 색상의 범어사의 등과 비교해서 통도사에 걸린 등은 어느 사찰에서나 볼 수 있는 단색의 등으로서 좀 촌스럽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들어가면서 몇몇 건물은 단청이 벗겨져 상당히 고풍스런 느낌을 준다. 단청이 오래되어 바래서 그런지 아니면 고풍스런 분위기를 살리려 일부러 단청을 퇴색시켰는지는 알 수 없으나, 보기에는 단청이 퇴색된 쪽이 훨씬 멋있어 보인다. 단청을 한 건물들은 새 건물처럼 보이는데, 사실 단청을 하고 않음에 따라 세월의 차이가 많은 것 같지만. 실제로는 건물의 나이에 그다지 차이가 없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집사람은 불공을 들인다고 대웅전으로 들어가고 나는 절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오늘은 날씨가 정말 덥다. 한참 돌아다니다 보니 힘도 들고 돌아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집사람은 무슨 불공을 드릴게 그리 많은지 나올 생각을 않는다. 할 수 없이 혼자 주차장으로 내려와 차에서 기다렸다.


범어사와 통도사는 부산에서 내륙에 위치해 있는 절이다. 이제 내륙 관광을 마쳤으니 바닷가로 간다. 다음 행선지는 휴양림과 가까운 곳에 위치한 해동용궁사이다.


keyword
이전 20화부산기장달음산자연휴양림여행(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