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노트르담 대성당과 생트 샤펠

(2025-05-26 일) 서유럽 렌터카 여행(53)

by 이재형

요즘은 유럽의 웬만한 박물관에 가려면 거의 인터넷을 통해 예약을 하고 입장권을 구입해야 한다. 현장 구매는 불가능한 경우가 많고, 가능하더라도 한정 없이 줄을 서야 한다.


아침에 루브르 박물관 입장권을 사려고 루브르 박물관 홈페이지에 접속하였다. 베르사유 궁전과는 달리 절차가 착착 진행된다. 그런데 마지막 결제 단계에서 속을 썩인다. 내가 가진 국민카드로 해보려 했으나, 뜻도 알 수 없는 요구를 자꾸 해서 실패. 집사림의 현대카드로 해보았으나 또 무슨 복잡한 요구가 있어 시 실패. 마지막으로 한도가 꽉 찬 나의 우리 카드를 거래한도 상향조정하여 시도한 결과 겨우 성공. 1인당 22유로, 두 사람 이므로 44유로이다. 15시 30분 입장이다.


오늘의 첫 행선지는 노트르담 대성당이다. 1인당 13유로짜리 1일 교통패스를 끊었다. RER을 타고 가 지하철로 환승한다. 그런데 지하철에서 환승하려고 교통패스를 개찰기 투입구에 넣었으나 개찰구가 열리지 않는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 집사람도 마찬가지이다. 역무원에게 설명을 했더니, 표를 새로 끊어준다. 그러면서 티켓을 휴대폰에 가까이하지 말란다. 무슨 쌍팔년도 아니고... 그래도 역무원이 있어서 다행이지, 없었더라면 차표를 그냥 날릴 뻔했다.

르 호텔(Hotel de Ville) 역이라는 곳에서 내렸다. 얼마나 대단한 호텔이길래 역이름으로까지 사용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하철 역에서 지상으로 올라오니 바로 광장인데 옆에는 큰 고색창연한 석조건물이 서있다. 빌르 호텔인가 생각했더니, 아니고, 파리 시청이라 한다. 아주 보기 좋은 훌륭한 건물이다. 시청 옆쪽에 시청 보다 좀 작은 석조건물이 보이는데, 빌르 호텔이라는 조각 글씨가 새겨져 있다. 우리네 상식으로는 시청역이 되어야 할 터인데, 왜 빌르 호텔역일까? 서울의 지하철 시청역을 플라자 호텔 역이라는 꼴이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호텔 더 빌르”가 “시청”이란 뜻이라 한다.


올해는 파리 올림픽이 열리는 해이다. 그래서 시청 건물에는 파리 올림픽과 관련한 많은 휘장들이 걸려있다. 그리고 광장에는 무슨 행사를 준비하려는 사람인 듯 음악 연습을 하고 있다. 파리 시청 청사도 파리의 명소의 하나로서 많은 관광객을 끌어드리고 있다.

세느깅

이곳에서 노트르담 대성당은 800미터 정도 떨어져 있다. 센 강을 건넌다. 제법 넓었던 것 같은 기억이 남아있는데, 폭이 아주 좁다. 센 강은 그리 작은 강은 아닌데, 이 구간이 특히 좁은 것 같다. 얼마 전 감상한 캐나다 드라마 <바이킹>에서는 바이킹 대군이 거대 함대를 끌고 센 강을 거슬러 올라와 파리성을 공략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대군이 진격할 정도의 강은 아닌 것 같다. 실제로 파리성은 약 2만의 바이킹 대군의 공격을 받고, 수백 명의 병사로 겨우 지켜내었다고 한다.

https://blog.naver.com/weekend_farmer/223276504263


다리를 건너 골목을 몇 곳 지나니 노트르담 대성당이 나타난다. 노트르담 대성당(Notre-Dame de Paris)은 센 강의 시테 섬에 위치한 세계적으로 유명한 고딕 양식의 대성당이다. 이 대성당은 프랑스뿐만 아니라 유럽 전역에서 가장 중요한 중세 건축물 중 하나로 꼽힌다. 1163년 당시 교황이었던 알렉산데르 3세가 시작하여 200년에 가까운 공사 끝에 완공되었다고 한다. 이렇게 건축기간이 오래되다 보니까 건축 도중에 다양한 건축양식의 변화가 있었고, 그런 이유로 성당은 더욱 화려하게 태어날 수 있었다고 한다. 이곳은 파리의 종교적 중심지로서, 여러 프랑스 왕들이 이곳에서 대관식을 가졌다. 1981년 빅토르 위고가 쓴 소설 “노트르담의 꼽추”가 대히트를 치면서 이 건물은 더욱 유명하게 되었다.


2019년 4월 노트르담 대성당은 대화재가 발생하여 지붕과 첨탑이 붕괴되는 등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이후 대성당은 복원 작업 중에 있다. 성당의 아래쪽 절반 정도가 가림막으로 둘러 쳐져있으며, 성당 안으로의 입장은 금지되어 있다.

노트르담 성당
파리 경찰청 건물

성당의 정면 방향에는 관광객의 편리를 위해 앉을 수 있는 계단이 준비되어 있다. 많은 사람들이 그곳에 앉아 노트르담 성당의 모습을 감상하고 있다. 크고 아름다운 성당이지만 옛날만큼의 감흥은 없다. 이번 여행에서 크고 아름다운 성당들을 너무 많이 봐버렸다.


다음은 생트 샤펠이다. 생트 샤펠로 가는 도중에 경비가 삼엄한 큰 고대풍의 석조건물이 보인다. 바로 파리 경찰청이다. 그리고 조금 더 가니 역시 둥근 형태의 아름다운 석조건물이 나온다. 파리 법원이다. 역시 예술의 도시라 그런지 관청 건물도 예사롭지가 않다.


법원을 지나니 생트 샤펠(Sainte-Chapelle)의 아름다운 건축물이 보인다. 이 성당은 중세 고딕 건축의 걸작으로 여겨지며, 특히 화려한 스테인드 글라스 창문으로 유명하다. 루이 9세가 1242년부터 약 25년간에 걸쳐 건축하였는데, 왕이 예루살렘에서 가져온 성유물들을 보관하기 위해 지었다. 이 성당은 프랑스 왕실 예배당으로 사용되었다.

루이 9세는 “성왕(聖王)”(Saint Louis)라는 호칭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 제7차 및 제8차 십자군 원정에 참전하였다. 그러나 독실한 신앙심과는 달리 전사로서의 능력은 시원찮은 것 같았다. 그의 첫 출진인 십자군 7차 원정에서는 이집트에서 포로로 잡혔다가 몸값을 지불하고 석방되었으며, 8차 원정에서 원정 도중 튀니지에서 사망하였다고 한다. 성당에는 예수 그리스도의 가시관과 십자가의 일부 등 많은 성유물이 보관되어 있다고 한다. 루이 9세는 신앙심이 깊어 기독교에 헌신했으며, 많은 사회사업을 통해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죽은 후 성인으로 시성 되었다고 한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