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21) 배낭 하나 메고 또다시 동남아로
잠이 쏟아진다. 숙소에 가서 빨리 눕고 싶다. 배를 내리니 오토바이들이 몰려와 타라고 한다. 숙소까지 얼마냐고 물으니, 처음에는 15만 동이랬다가, 나중엔 10만 동을 달라고 한다. 새벽에 이곳까지 그랩택시로 5.4만 동을 주고 왔다. 보통 오토바이 요금은 택시의 꼭 절반이다. 바가지를 쓸 일 없어 귀찮지만 그랩으로 택시를 불렀다. 3.3만 동. 그랩 택시는 꼭 미리 정한 요금만 받는다. 1원도 더 요구하지 않는다. 그랩 오토바이라면 1.7만 동이 적정가격이다.
숙소에 돌아와 샤워를 하고 잠깐 잠을 잤다. 오후 2시쯤 되어 숙소를 나왔다. 처음 들를 곳은 껀터 큰 감옥(Historic Prison Can Tho)이다. 이곳은 어제 갔던 껀터 박물관과 좁은 도로 하나를 두고 마주 보고 있다. 땡볕이 강렬하다. 조금만 걸어도 땀이 흐른다. 건물그림자 아래를 걸으며 햇빛을 피해 보지만, 그늘이 없는 구간도 많다. 컨터 큰감옥까지 1킬로 조금 넘는 거리를 걸은 것으로 땀이 물 흐르듯 흐르고 갈증이 온다.
껀터 큰감옥은 19세기말 프랑스 식민지시절 프랑스가 만든 감옥 건물로서, 독립운동가들과 정치범을 수용하기 위한 목적이었다고 한다. 이후 베트남 전쟁 때는 미국과 남베트남 정부에 저항하는 반체제 인사들을 수용하였다고 한다. 2년 전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보았던 킬링필드 때 사용되었던 감옥이 생각난다. 그곳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고문당하고 죽어나갔는데, 여기도 그에 못지않은 잔인한 감옥이었던 것 같다.
건물은 크지 않았다. 좁은 정문으로 들어가면 중앙에 행정동이 있고, 오른쪽에는 주로 남자, 왼쪽에는 주로 여자들을 수용하는 감옥이 있다. 그러나 남녀의 구분이 엄격하지는 않았던 것 같았다. 넓은 감방에는 몇십 명의 죄수들이 한꺼번에 갇혔고, 그 옆에는 한 평 정도 될까 말까 한 독방이 몇 개 딸려 있었다. 독방 수감자들은 발에 쇠사슬이 채워진 채 심한 고문을 받은 것 같다. 그리고 마지막 방은 끔찍한 고문실이다. 감옥은 2층으로 되어있으며, 1층은 전시실로 쓰이고 있으나 2층은 내부 공사 중이다. 전시준비가 완전히 된 것 같지는 않다. 아마 다음에 이곳을 방문한다면 그때는 완전한 전시관으로 변모할 것 같다.
큰 감옥을 나왔다. 아직 점심을 먹지 않아 허기가 진다. 그러나 주스를 파는 곳은 많은데, 식사를 파는 곳이 얼른 눈에 띄지 않는다. 더위로 걷기도 힘든다. 근처에 있는 컨터 박물관을 찾아가 마당에 있는 카페에 들러 커피와 주스를 주문했다. 마시고 나니 좀 정신이 돌아온다. 선선한 바람도 불어오고 해서 오랫동안 쉬었다.
다음은 크메르 무니르 사원이다. 이곳은 박물관에서 300미터 정도 떨어져 있다. 크메르 무니르 사원은 크메르 형식의 사찰로서, 건축물이 마치 황금색 불꽃처럼 생겼다. 캄보디아에 가면 이러한 형태의 사찰을 많이 볼 수 있다. 그다지 크지 않은 사찰인데, 본당에는 부처가 모셔져 있다. 본당 뒤에는 마치 아파트처럼 생긴 4~5층 정도의 건물이 있는데, 승려들이 기거하는 기숙사인 것 같다.
이곳 껀터 지역은 옛날 크메르 세력권이었고, 그래서 크메르 민족이 많이 이주를 해왔다고 한다. 그래서 이곳은 지금도 크메르 문화적인 요소가 많이 남아있다고 한다. 2년 전 크메르에서 불교사찰을 많이 보았다. 무니르 사원은 크메르 본토의 사원에 비해서는 아무래도 규모와 화려함이 못 미친다. 그렇지만 이 지역에서는 독특한 양식의 사찰이어서 많은 사람이 찾는다고 한다.
아직 날이 밝다. 숙소로 돌아가긴 이른 시간이라 다시 닌키에우 부두로 갔다. 이곳은 어두워져야 붐빈다. 닌키에우 부두에는 많은 배가 정박해 있지만, 강변 쪽은 모두 아름다운 공원으로 조성되어 있다. 한참 동안 산책을 즐긴 후 택시로 숙소로 돌아왔다. 어제 맡긴 세탁물도 찾았다.
오늘 알아본 바에 의하면 껀터에서 프놈펜으로 바로 가는 배는 없으며, 껀터에서 메콩강 상류 쪽으로 120킬로쯤 떨어진 쩌우덕으로 가야 한다고 한다. 버스로 프놈펜으로 바로 갈까, 아니면 쩌우덕에서 배를 타고 갈까 망설이다가 일단 쩌우덕에 가 보기로 하였다. 호텔직원에게 쩌우덕에 가는 버스를 예약해 달라고 하였더니, 자신은 예약을 할 줄 모른다고 하면서 직접 하라고 한다. 어쩔 수 없이 내일 직접 터미널로 찾아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