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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삼산(Sam Mountain)과 쩌우독 시장

(2024-11-23) 배낭 하나 메고 또다시 동남아로

by 이재형 Jan 13.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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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저녁도 감기 때문인지 언젠지 모르게 잠이 들었다. 일어나니 새벽 4시경인데, 전등도 끄지 않고 잠들었던 것 같다. 다시 불을 끄고 잠들었다. 아침에 일어나 어제 사 온 과자 봉지를 뜯었다. 비스킷으로 생각했는데  카스텔라 비슷한 빵이다. 아침으로 때우기 괜찮다. 약을 먹고 다시 자다 깨다를 반복 했다.


이곳 쩌우독에는 베트남에서 제일 큰 대불이 있다고 한다. 구경도 할 겸 또 돈도 인출해야 하므로 일단 외출하기로 했다. 숙소 사장 말로는 여기서는 택시를 불러야 한단다. 택시를 타고 먼저 돈을 인출하기 위해 시가지에 들렀다. 운전사에게 말했더니 ATM 기계가 있는 곳으로 데려다준다. 첫 번째 ATM에서 돈을 인출하는데 실패하고 두 번째에 성공했다. 다음으로 삼산(Sam Mountain)으로 향했다. 이곳엔 산 정상까지 운행하는 케이블카가 있다. 


케이블카 스테이션은 마치 큰 공원처럼 조성되어 있다. 건물 앞에 정차하길래 내릴려고 했더니 운전사가 차 안에서 기다리라고 한다. 그리고는 직원에게 뭔가 묻는다. 그리고는 다시 차를 출발하여 건물 뒤쪽에 있는 정원으로 가서 건물 앞에 차를 세운 후 내리라고 하면서 이 건물에서 표를 사야 한다고 가르쳐준다. 내가 내려서 건물 안에 들어가 표를 끊으니, 운전사가 그곳까지 따라 들어와 내가 케이블카 티켓을 제대로 끊는지 확인하고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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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산은 높이 284미터로서 이 일대에서는 제일 높은 산이다. 케이블카를 이용하는 사람이 한 사람도 보이지 않는다. 혼자서 케이블카를 탔다. 내려오는 케이블카를 봐도 모두 텅텅 비었다. 산 정상에 나 혼자만 있게 되지 않을까 모르겠다. 높이가 300미터가 안 되는 산이지만, 평지에서 출발하니 꽤 높아 보인다. 케이블카가 높아질수록 주위 풍경이 멀리까지 보인다. 산 한쪽이 잘려나가듯 한 상태로 바위가 다 드러나있다. 채석장인가 생각했더니 불상을 만들고 있다.


케이블카에서 내렸다. 바로 근처에 스카이워크 형태의 전망대가 있다. 전망대에 오르니 눈 아래에 끝없는 평야가 펼쳐진다. 끝없이 편편한 평야지대이다. 비옥한 메콩 델타의 모습이다. 이 산에 가린 한쪽 면을 제외하고는 삼면이 모두 지평선까지 연결된다. 어떻게 땅이 이렇게까지 평평할 수 있을까? 호남의 김제평야에 가면 지평선을 볼 수 있지만, 그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넓은 평야이다.


전망대 근처에는 조그만 절이 있다. 마치 디즈니 애니메이선에 나오는 것과 같은 환상적인 모습의 절이다. <뮬란>이나 <쿵푸 판다>에서 이러한 모습의 사찰을 본 것 같다. 분수가 있는 정원도 작지만 몽환적이다. 조금씩 계단을 걸어 올라갈 때마다 새로운 풍경이 펼쳐진다. 이곳은 아마 쩌우독 시가 테마공원으로 조성하고 있는 것 같다. 작지만 아기자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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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빵 한 조각을 먹고는 아직 아무것도 못 먹었다. 마침 근처에 음식을 파는 곳이 보인다.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주문했다. 국수가 나온다. 국수를 먹고는 자리에 앉아 다리를 쉬었다. 좁은 공간에서 아이 네댓이 놀고 있다. 모두 이 가겟집 아이들인 것 같다. 그들 가족은 이곳에서 살면서 탐방객을 상대로 음식을 팔아 생계를 유지하는 것 같았다. 과자를 한 봉지 샀다. 뜯어서 아이들에게 먹으라고 주니, 부끄러워하면서 안 받겠다고 한다. 제일 작은 녀석에게 억지로 안겼다.


이곳은 참 아기자기하게 꾸며 놓은 곳이다. 그리고 곳곳에 아래 경치를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가 마련되어 있다. 걷다가 쉬면서 이곳을 찬찬히 둘러보았다. 좁은 곳이어서 그리 시간도 걸리지 않는다. 


그런데 베트남에서 제일 크다는 불상은 아무 곳에도 보이지 않는다. 다시 인터넷을 확인하였다. 내가 잘못 왔다는 것을 알았다. 대불이 있는 곳은 캄산(Cam mountain)인데, 이곳은 삼산(Sam mountain)이다. 캄산은 이곳에서 20킬로 정도 떨어졌는데, 오후 4시까지만 입장이 가능하다고 한다. 베트남에서 제일 큰 대불은 포기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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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저녁과 내일 아침 식사를 해결해야 한다. 케이블카에서 내려 걸어 나오니 늘그수레한 사람이 따라붙으며 자신의 오토바이를 타라 한다. 어차피 여기선 내가 택시를 부를 방도가 없다. 여기는 그랩이 통하지 않기 때문이다. 쩌우독 시장까지 간다고 하니까 5만 동을 달라고 한다. 합리적인 가격이다. 그렇지만 오토바이 뒷자리는 탈수록 불안하다. 


시장 근처에 내려 시장을 둘러보았다. 1960년대의 우리나라 전통시장과 같은 모습이다. 의류, 신발, 잡화 등을 파는 가게는 큰 건물에 모여있는데, 정말 손님이 단 한 명도 없다. 상인들만이 가게에 앉아 졸고 있다. 점포가 아무리 적어도 100개는 넘어 보이는데, 어떻게 이렇게 손님이 한 명도 없을 수 있나.... 어마 아직 손님이 찾을 시간이 아니라 그런지 모르겠다. 근처에 카페가 보이갈래 과일주스를 한잔 시키고는 다리를 쉬었다.

걷다가 사원 비슷한 건물이 보이길래 들어가 보니 관제묘(關帝廟)라는 현판이 걸려있다. 관우를 모신 사당인 것 같다. 안쪽에는 관우상이 모셔져 있고, 벽에는 도원결의, 관우/장비와 여포의 싸움, 삼고초려 등의 벽화가 그려져 있었다. 이곳도 확실히 중국 문화권인 것 같다. 그렇지만 지금은 이곳 사람들 중에 현판과 벽화에 쓰여진 한자를 읽을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지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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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아침 식사 대용으로 사과와 빵을 샀다. 여긴 사과가 상대적으로 비싸다. 당구공만 한 조그만 사과가 한 알에 천 원 정도인데, 우리 사과에 비해 맛이 많이 떨어진다. 세종 전통시장에 사도 이 정도 크기의 사과는 한 알에 천 원 정도로 충분히 살 수 있다. 맛은 물론 이곳 사과보다 훨씬 더 좋다. 오늘 저녁을 해결해야 하는데 식당이 안 보인다. 한참을 헤매다 쌀국숫집을 하나 찾았다. 아무거나 달라고 했더니 닭국수를 내놓는다. 


이제 숙소로 돌아갈 일이 남았다. 식당 주인 딸인 듯 보이는 젊은 아가씨에게 택시를 불러달라고 부탁했다. 10분쯤 기다리니 택시가 온다. 숙소까지 와서 요금을 물으니 미터기를 가리킨다. 3.9만 동이다. 이곳 쩌우독에 온 이래 외국인 관광객을 단 한 명도 못 봤다. 이렇게 외부와 접촉이 없다 보니 사람들이 무척 순박하다. 물가도 싼 데다 관광객이라 해서 과도한 돈을 요구하는 경우도 없다. 


내일이면 이제 베트남을 떠난다. 프놈펜까지의 보트 여행이 어떨지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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