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22) 배낭 하나 메고 또다시 동남아로
평소에도 알러지로 인한 비염 때문에 약을 상복하고 있다. 그런데 어제부터 부쩍 콧물이 심해진다. 비염인가 생각했더니 감기이다. 그저께 밤, 더워서 에어컨을 켜놓고 자서 그런 모양이다. 감기약을 가지고 와서 다행이다. 보통은 약 두어 봉지. 먹으면 금방 떨어지는데, 오늘 아침에 일어나니 목까지 아프다.
오늘은 쩌우덕으로 가야 한다. 버스를 예약하지 않았기 때문에 무작정 터미널에 가서 티켓을 살 수밖에 없다. 짐을 꾸려 나와 그랩 택시를 타고 터미널에 도착하니 오전 7시가 조금 넘었다. 쩌우덕행 버스는 매시간 정각마다 있다. 8시 차표를 끊고 쇠고기 쌀국수로 아침을 먹었다. 감기약을 먹기 위해서라도 밥을 잘 챙겨 먹어야 한다. 8시에 버스는 쩌우덕을 출발했다.
아마 대부분의 분들은 쩌우덕이라는 도시가 생소할 것이다. 쩌우덕은 메콩 델타에서도 캄보디아와의 국경 근처에 있는 도시로서, 인구는 15만 명 정도라 한다. 동남아의 소도시에는 고층빌딩이 거의 없기 때문에 인구가 10만 정도만 되더라도 넓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어 상당히 큰 도시로 느껴진다.
버스는 3시간 반 정도를 달려 쩌우덕 터미널에 내려준다. 이럴 수가! 터미널 주위는 모두 논이고 그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오토바이 택시들이 와서 자기의 오토바이를 타라고 성화이다. 지도로 확인을 해보니 예약한 숙소는 500미터 정도의 거리에 위치해 있다. 가까워 다행이다. 낮 12시가 가까워지고 있어 따가운 햇빛이 사정없이 내리쬔다. 얼마나 햇빛이 강한지 겨우 500미터를 걷는데, 땀이 물 흐르듯 흐르고 몸은 탈진상태가 된다. 도로 한 구비를 도니 도로 양옆으로 집들이 드문드문 보이고, 그 가운데 오늘의 숙소가 있다. 체크인을 하면서 물어보니 시가지는 이곳에서 2킬로 정도 떨어져 있다고 한다.
돈이 얼마 남지 않았다. ATM 기계가 있는 곳을 물어보니 시가지까지 가야 한단다. 방에 들어가 보니 뜻밖에 괜찮다. 잘 되었다. 몸 컨디션도 인 좋은데 여기서 하루 더 쉬어 가야겠다. 감기약을 먹으려면 점심을 먹어야 한다. 숙소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간이식당이 있어 맛없는 밥을 억지로 먹었다. 관광객이 많아야 맛있는 음식점도 많은데, 이곳에는 거의 현지인 상대 식당뿐이라 정말 맛이 없다. 겨우 먹었다. 정말 햇빛이 따갑다. 도저히 돌아다닐 날씨가 아니다. 숙소로 들어와 약을 먹고 그대로 잠들었다. 일어나니 벌써 날이 어두워졌다. 또 저녁을 먹어야 한다.
어두워지니 선선하다. 별로 덥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점심을 먹은 간이식당을 지나니 길 건너편에 조금 큰 식당이 보인다. 그런데 오토바이가 얼마나 달리는지 도무지 길을 못 건너겠다. 왕복 2차선의 좁은 도로에는 양쪽으로 달리는 오토바이들이 끊이지 않는다. 이곳 오토바이나 차들은 보행자에 대한 배려가 1도 없다. 좀 여유가 있다고 생각되어 손을 들고 길을 건너면, 달려오는 오토바이는 오히려 속도를 더 높인다. 내 앞으로 지나가기 위해서이다. 그런데 그 뒤로도 오토바이가 계속 따라오고 있기 때문에 속도를 높인 오토바이를 앞으로 보내고 나면 뒤따라 오는 오토바이들에 꼼짝없이 갇히게 된다. 조금 더 걸어가니 작은 국숫집이 보여 거기서 저녁을 때웠다.
동남아에서 길을 걷노라면 오토바이 외에 신경 쓰이는 것이 있으니, 바로 개다. 여기선 개를 거의 풀어놓고 키운다. 길을 걸으면 왈왈거리며 달려들려는 개를 자주 만난다. 이럴 때 개를 뒤로 보냈다간 잘못해서 뒤꿈치를 물릴지도 모른다. 그래서 개를 만날 때마다 잔뜩 경계해서 개를 앞에 두고 피해 간다. 현지 사람들은 그런 나를 보고 깔깔대며 웃는다. 그러나 아무리 작은 개에게라도 한번 물리면 광견병 주시 예닐곱 번은 맞아야 한다. 여긴 안전의 개념이 우리와 현격한 차이가 있으므로 아무래도 이 사회에 익숙해지긴 어렵다.
내일 아침에 식사를 하러 나오기는 번거롭다. 식사 대용으로 먹을 것을 찾는데 변변한 가게가 보이지 않는다. 일단 비스킷처럼 보이는 봉지를 하나 들고 왔는데 내용물이 뭔지는 모르겠다. 이제 오늘 저녁 약을 한 번만 더 먹으면 감기는 나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