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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껀터: 까이랑 수상시장

(2024-11-21) 배낭 하나 메고 또다시 동남아로

by 이재형 Jan 10.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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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에 한 달 정도 여행하면 배가 쑥 들어간다. 도착했을 때의 사진과 떠날 때의 시진을 비교해 보면 확실히 체형뿐만 아니라 얼굴 모습도 확 달라진 것을 느낀다. 여행 온 지 10일 정도 되었는데, 벌써 허리가 많이 줄었다. 이러다가는 체중 조절을 위해서라도 일 년에 한 번씩 동남아 여행을 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많이 움직이고 적게 먹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오늘 새벽엔 까이랑 수상시장에 가기로 했다. 까이랑 수산시장은 메콩 델타 지역에서 가장 큰 수상시장으로서, 오래전부터 과일, 농산물, 수산물 등이 거래되었다고 한다. 지금은 완전히 관광상품화되어 껀터의 첫 번째 명소로 자리 잡게 되었다. 시장은 새벽 4시부터 오전 9시 정도까지 열린다고 한다. 까이랑 수상시장으로 가는 배는 거의 닌키에우 부두에서 출발하는데, 새벽 5시경부터 출발한다고 한다.


새벽 3시에 일어났다. 잠을 한두 시간밖에 못 잔 것 같다. 4시 반쯤 나왔는데, 숙소에 셧터가 내려져있다. 직원을 찾았지만 안 보인다. 셔터를 흔들어 보았으나 꿈쩍도 않는다. 낭패다. 짜증이나 셧터를 한 번 걷어찼다. 그런데 이게 웬일, 셔터가 슬금슬금 올라간다. 그랩으로 택시를 불렀더니 금방 온다.

닌키에우 부두에 내리니 금방 까이랑 수상시장 투어를 하라면서 사람들이 달려온다. 제일 처음 말을 걸어온 여자의 배로 가기로 했다. 까이랑 수상시장 투어에는 여러 상품이 있다. 최하 2시간 코스에서 최장 10시간 코스까지 다양하다. 비쌀수록 좀 더 많은 코스를 방문한다. 나는 이전에 이미 하루에 걸쳐 메콩강 투어를 한 적이 있기 때문에, 이번엔 제일 싼 2시간 코스를 택했다. 요금은 25만 동.


5시 조금 넘어 배가 출발했다. 15인승 정도의 배였는데, 나와 일가족 4명  모두 5명이다. 선장 외에 여성 가이드가 함께 가는데, 모두 베트남어라서 있으나 마나이다. 껀터에는 서양인 관광객은 많으나 한국 관광객은 잘 보이지 않는다. 이곳에 도착한 이후 한 사람도 본 적이 없다. 배는 어둠 속을 달린다. 30분 정도 달렸을까, 먼동이 터오고 수상시장이 보인다.

과일을 실은 작은 배가 우리 배 옆으로 다가오더니, 사공이 능숙한 솜씨로 우리 배와 묶는다. 망고를 비롯한 여러 열대과일을 시식하라며 준다. 과일은 맛있었지만 이미 빵으로 아침을 때운 터라 끌리진 않는다. 이번엔 코코넛을 잔뜩 실은 배가 다가온다. 목이 마른 터라 한 개 샀다. 아주 커서 물이 상당히 많다. 그리고 아주 신선하다. 다 마시기 부담될 정도의 양이다.

이곳 수상시장에서 현지인들 사이의 활발한 거래를 볼 수 있으려나 기대했지만 그런 건 잘 보이지 않는다. 대부분 관광객들을 상대로 한 과일이나 음료수, 식사 장사들이다. 할머니가 탄 작은 배가 우리 배 옆에 붙는다. 식당배다. 좁은 배 안에는 조리 도구와 식재료가 잔뜩 실려 있으며, 숯불로 꼬치까지 굽고 있다. 쌀국수 한 그릇을 먹고 싶었지만, 빵에다 코코넛까지 한 통 먹은 뒤라 더 이상 들어갈 배가 없다. 나를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은 모두들 국수 한 그릇씩 비운다.

가다 보면 이상한 배들을 만난다. 제법 큰 배를 옆으로 3개에서 5개 정도 옆으로 연결시킨 배다. 배가 상당히 낡아 보여 운행하는 배 같지는 않고, 아마 수상 주택으로 사용하고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해 본다. 

보트는 강 가장자리 쪽에 있는 수상 상점에 우리를 내려준다. 그곳에서는 과일로 만든 캔디류를 중심으로  건어물, 다양한 과일색의 쌀국수. 그리고 간단한 기념품 등을 팔고 있었다. 나와 같은 배를 탄 가족은 신나게 쇼핑을 하였지만, 난 별 관심이 없어 주위 경치나 구경했다. 돌아오는 길, 배가 규칙적으로 흔들리니까 잠이 쏟아진다. 2시간 투어로 충분하다. 기대보다는 좋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현지 주민들의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싶었지만, 결국 본 것은 관광객들과 관광객들을 상대로 하는 상인들 뿐이었다. 이래서야 앞으로 까이랑 수산시장이 껀터의 대표적 명물로서 지속가능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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