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28) 배낭 하나 메고 또다시 동남아로
아침 9시가 조금 못돼 숙소를 나왔다. 돌아다니려면 뭔가 든든히 먹어야 하지만 날씨가 더워 식욕이 없다. 근처 식당에서 볶음 국수를 주문하여 억지로 먹었다. 그래도 가장 입맛에 맞는 음식이 파인애플 볶은밥인데, 그렇다고 해서 맨날 그것만 먹을 수는 없다. 식사를 한 후 다시 스쿠터를 렌트하여 앙코르 유적지로 출발하였다. 전기 스쿠터라 달릴 때 아주 조용하다. 그 대신 파워는 좀 약한 것 같다.
처음 찾은 곳은 타케오(Ta Keo) 사원이다. 타케오 사원은 힌두교 사원인데, 챗GPT에 "타케오"의 의미를 물으니 "크고 신성한 산"이라는 뜻이라 한다. 정말인지 모르겠다. 챗GPT는 하도 능청스럽게 거짓말을 잘하기 때문에 대답을 곧이곧대로 믿어서는 안 된다.
사원 입구 쪽으로 가니 안내판에 타케오 사원의 이름이 한자로 "다교사"(茶胶寺)라 적혀있다. 교(胶) 자는 "아교" 혹은 "정강이"라는 뜻이라 하니 다교사가 무슨 뜻인지는 모르겠다. 챗GPT가 거짓말을 늘어놓은 건지, 아니면 다교사란 것이 음차 한 글자로, 챗GPT의 해석이 맞는 건지 모르겠다.
타케오 사원은 정글 속에 있다. 우거진 숲길을 걸어 들어가니 갑자기 넓은 공간이 나오고 높은 시찰이 나타난다. 캄보디아 기준으로는 크다고 할 수 없으나, 우리 기준으로 본다면 꽤 큰 시찰이다. 문으로 올라가는 길은 가파른 계단으로 되어있다. 캄보디아의 사찰 계단은 모두 가파르다. 이 사원은 피라미드 구조를 하고 있는데, 다섯 개의 탑이 계단식 피라미드 형태로 배치되어 있다. 사원의 꼭대기가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는 것은 신과 왕의 신성함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 한다. 그런데 이 사원은 미완성의 건축물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조각 장식이 거의 없어 소박하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
문을 들어서면 좁은 공간이 나오고 높고 가파른 계단이 계속된다. 이렇게 계단으로 계속 올라가면 가장 높은 본당 건물에 이른다. 탑이라 해야 어울릴 정도의 높고 가파른 건물이다. 지금까지 올라오는 계단은 모두 가팔랐지만 난간이 있어 별 위험은 느끼지 못했다. 그런데 본당으로 오르는 마지막 계단은 다르다. 높고 가파른 데다 난간마저 없다. 사람들은 거의 기다시피 하여 오르내리고 있다. 올라가 보고 싶었지만 위험해서 그만두었다.
정글 속에 아주 널찍이 자리 잡아 푸근한 마음이 드는 사찰이다. 보전을 위한 공사가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는데, 원래 보전 상태가 상당히 좋은 것 같다.
타케오 사원을 나오니 도로 건너편에 동모사(東茅寺)란 사원 안내판이 보인다. 이곳 발음으로 어떻게 발음되는지 모르겠다. 호기심이 생겨 찾아 들어갔다. 숲 속 길을 300 미터쯤 걸어 들어가니 돌무더기가 보인다. 이곳이 아마 동모사 유적지인 것 같다. 건물이 있었던 자리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남아있는 것이 별로 없다. 돌무더기뿐이라 볼 것도 없는 데다 전혀 관리가 되지 않아 주위를 걷기에 위험하다는 생각이 든다. 찾는 사람도 한 명도 없다.
스쿠터를 세워둔 주차장은 동모사에서 꽤 떨어져 있다. 아스팔트 도로를 거의 700~800미터가량 걸어가야 하는데, 땡볕을 받으며 걸으니 금방 힘이 빠진다. 이런 날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 수분을 충분히 공급하는 것이 최선이다. 주차장으로 가서 코코넛 한 통과 과일주스 한 컵을 그냥 마셨다. 아직 오전 11시도 안 되었는데, 벌써 이렇게 덥다.
얼마 걷지 않았는데 벌써 지친다. 오늘도 어제 못지않은 더위이다. 아니 어제보다 더 지독한 더위이다.
다음은 네악 뻬안(Neak Pean) 사원이다. 이 사찰은 특이하게 호수 가운데 위치하고 있다. 구글 지도를 네악 뻬안에 맞추어 놓고 스쿠터를 달린다. 조금 가다 보니 길가에 사원 유적이 보인다. 내려서 확인해 보니 프레루프라는 힌두교 사원이라 한다. 마치 메 "산"(山) 자 같은 모습의 3개의 부드러운 탑으로 이루어진 사원이다. 프레루프는 일몰 때 환상적인 아름다움을 볼 수 있다고 하여 일몰 명소라 한다.
프레 루프는 10세기 경에 건립되었는데, 프레 루프의 의미는 “몸을 뒤집는다” 혹은 “시신을 돌린다”라는 뜻이라 한다. 크메르 전통 장례의식에서는 시신이 화장되는 동안 몸을 회전시키는 관습이 있다고 하는데, 이에 비추어 프레 루프는 화장터로 사용되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프레 루프는 3단으로 이루어진 피라미드형 사원으로서, 꼭대기에는 5개의 탑이 있는데, 가운데 탑이 가장 크다.
프레 루프 안으로 들어갔다. 사원 앞에서 입장권을 체크하는 직원이 반갑다는 듯 일어나 입장권을 보자고 한다. 이곳을 찾는 관광객이 거의 없어 입장권 체크 직원도 심심했나 보다. 입장권을 건성으로 보고는 이런저런 말을 건다.
피라미드형 구조의 사원이라 그런지 사원의 모습 자체는 단순하다. 평지에서 계단을 오르면 첫 번째 단에 몇 개의 탑이 보이고, 다시 계단을 오르면 또 넓은 석축이 나타나 탑이 건설되어 있는 모습이다. 따라서 사원의 계단을 오르면 사원 전체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