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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앙코르 유적군: 앙코르와트와 바이욘 사원

(2024-11-27) 배낭 하나 메고 또다시 동남아로

by 이재형

오늘부터 앙코르 유적군 투어이다. 단단히 마음먹고 나가야 한다. 더위와의 싸움이다. 유튜브 뉴스를 들으니 한국은 오늘 폭설이라 한다. 그렇지만 나는 오늘 하루종일 35도를 웃도는 폭염과 싸워야 한다.


숙소 옆에 오토바이 렌트 가게가 있다. 하루 10불로 전기스쿠터를 빌렸다. 오토바이를 탈 때마다 제일 큰 스트레스가 수납함 뚜껑열기이다. 오토바이는 대개 좌석 아래가 수납함인데, 오토바이마다 그 여는 방법이 조금씩 다르다. 그래서 오토바이를 렌트할 때마다 수납함을 속시원히 열어본 적이 거의 없다. 가게 직원에게 수납함 여는 방법을 물어보니 간단히 여는 방법 시범을 보여준다.


날씨가 더우니 식욕이 없다. 에어컨이 잘 되는 식당이라면 들어가겠는데, 이곳 식당은 대부분 오픈형이라 에어컨이 없다. 아침은 적당한 때 먹기로 하고 먼저 매표소로 갔다. 매표소는 앙코르 유적군과 제법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3일권을 끊었다. 그때까지 1일권을 끊을지 3일권을 끊을지 결정을 못했는데, 1일권 줄이 너무 길어 3일권 줄에 선 것이었다. 티켓도 끊었으니 먼저 앙코르와트로 향한다. 달리다 보니 길가에 빵을 파는 리어카 행상이 보인다. 1,000리엘(350원) 짜리 빵을 하나 먹었다.

앙코르 유적지 매표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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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코르와트 주차장에 도착했다. 주차장 직원이 전기오토바이냐고 묻는다. 그렇다고 하니까 타고 들어가라고 한다. 덕분에 앙코르와트 깊숙한 곳에 주차할 수 있었다. 수납함에 넣어둔 물과 가방을 꺼내려는데, 아니다 다를까 역시 안 열린다. 도저히 안되어 주차장 관리원에게 열어달라고 부탁했다. 그들도 낑낑거리더니 못 연다. 어쩔 수 없이 수납함 여는 것을 포기하고 핸드폰만 들고 들어갔다. 앙코르와트 사원 안으로 걸어 들어가니 더워서 힘든 데다 허기까지 진다. 옆의 가게에 들어가 망고 주스를 한 잔 마셨다. 힘이 난다.


앙코르와트 입구에 들어서기 전 양쪽으로 넓은 호수가 있다. 이 호수는 경관용이 아니라 앙코르와트 건물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만든 것이라 한다. 앙코르와트는 늪지대에 건설되었기 때문에 건기와 우기의 땅속의 수분 차이로 인해 지반에 큰 변화가 생길 수 있다. 이를 안정화시키기 위하여 일 년 내내 수분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도록 하기 의해 인공 호수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앙코르와트는 당초에는 힌두교 사원으로 건설되었으나, 크메르 왕국이 불교를 국교로 하면서 불교 사원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그래서 불교양식과 힌두교 양식이 혼합되어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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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코르와트 입구로 들어서면 이어지는 건물을 통과하는 긴 메인 회랑이 있고, 건물이 나올 때마다 옆으로 연결되는 회랑이 뻗어나간다. 그리고 각각의 아름다운 부속건물들이 차례로 나타난다. 건물 하나하나가 정교하기 그지없으며, 전체적으로는 웅장하기 짝이 없는 사원이다. 중국에는 이보다 더 큰 사원이 있는지 모르겠으나, 우리나라나 일본에는 이 정도 규모의 사원이 없는 것은 확실하다.


유명한 역사유적을 찾아가면 전체 건물 가운데 특히 아름다운 부분이 있고, 그 부분이 그 유적을 대표한다. 그러나 앙코르와트는 그런 것이 없다. 어느 곳, 어느 구석을 찾아가더라도 모두 아름답다. 건물은 전체적으로 크고 아름다우면서도 구석구석까지 아름답고 정교한 벽화 조각들이 새겨져 있다. 2년 전에 이곳을 찾은 적이 있지만, 다시 봐도 역시 아름답다.


앙코르와트 구석구석까지 둘러보고 나오니 벌써 지친다. 어느덧 오전 11시가 되었다. 뜨거운 햇볕은 사정없이 내리쬔다. 더위에 숨이 턱턱 막힌다. 오토바이를 주차해 둔 곳까지 걸어오는데도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는 기분이다. 오토바이를 출발하려 하자 관리인이 달려온다. 내가 없는 사이 수납함을 여는 방법을 알아놓았다는 것이다. 그가 하는 대로 따라 하니 쉽게 열린다. 내 어려움을 잊지 않고 기억했다가 솔루션을 알려주는 그가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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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을 너무 흘려 갈증이 난다. 시원한 과일주스를 주문하여 마시니 더위가 조금 가시는 것 같다. 동남아는 너무 덥지만 대신 맛있는 과일주스를 언제 어디서나 싼 값에 마실 수 있어서 좋다. 이곳에서 과일주스는 우리 돈으로 보통 1,000~1,500원 정도이다. 그래서 이곳에서는 과일주스를 마음껏 마실 수 있는 것이 작은 행복이다.


다음은 바이욘 시원으로서, 앙코르와트에서 3킬로 정도 떨어져 있다. 이곳 앙코르 유적지로 들어오면 내부 도로는 모두 숲길이다. 오토바이를 달리니 시원하다. 투어고 뭐고 하루종일 오토바이를 달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바이욘 사원(Bayon Temple)은 앙코르 유적지 중심부에 있는 독특한 불교 사원으로서, 앙코르 제국의 상징적인 건축물 중 하나이다. 이 사원은 12세기 초 대승불교를 국교로 삼은 자야바르만 7세 국왕에 의해 건설되었다고 한다. 사원 중심부에는 54개의 탑이 있으며, 여기에는 미소 짓는 사람의 얼굴이 새겨져 있다. 이후 앙코르 제국에 인두교가 부흥하면서 힌두교적인 요소가 크게 도입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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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욘 사원에 도착했다. 바이욘 사원은 앤젤리나 졸리가 분탕질을 친 곳이다. 영화 <라라 크로프트: 툼 레이더>에서 주인공 라라 크로프트 역을 맡은 앤젤리나 졸리는 "빛의 트라이앵글"을 찾는다면서 바이욘 시원을 아예 절단 내 버렸다. 영화를 감상하면서 CG라는 것을 알면서도 안타까웠다. 바이욘 시원은 앙코르와트처럼 웅장하지는 않다. 그저 정글 속에 다소곳이 숨어있는 수수한 사원처럼 보인다.


바이욘 사원은 그다지 넓지 않다. 바이욘 사원 역시 지난번에 온 적이 있지만, 얼마 전에 <라라 크로프트> 영화를 감상해서 그런지 더욱 새롭게 다가온다. 좁은 정문으로 들어서면 여러 개의 탑이 보인다. 탑을 유심히 쳐다보면 각 탑에는 사람의 웃는 모습이 새겨져 있다. 바로 저 유명한 "크메르의 미소"이다. 바이욘 사원의 벽에는 수많은 벽화 조각이 새겨져 있다. 천국과 지옥을 그린 종교적 그림이 있는가 하면, 전쟁의 승리를 기록한 것도 있고 동물을 묘사한 것도 있다.


영화 <라라 크로프트>를 보면 바이욘 사원이 동굴로 묘사되고, 그 안에는 많은 석상이 있는 것으로 나온다. 그러나 실제로는 사원은 지상의 단층 건물이며, 석상 같은 건 존재하지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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