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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국제버스를 타고 다낭으로

(2024-12-09) 배낭 하나 메고 또다시 동남아로

by 이재형

다낭으로 가는 버스는 새벽 4시에 호텔로 온다고 한다. 이걸 어떡하나. 잠을 자야 하나 말아야 하나. 생각 끝에 그냥 밤을 새기로 했다. 밤을 새우고 버스 안에서 자면 편하게 갈 수 있다. 내가 밤을 새우는 방법은 간단하다. 커피 한 잔만 마시면 된다. 그러면 자고 싶어도 못 잔다.


저녁에 밖에 나가 캔 커피를 하나 사서 마시고 들어왔다. 잠이 전혀 안 온다. 오전 3시 반까지 영화도 보고, 유튜브도 보고 하면서 시간을 보내다가 4시 조금 못되어 숙소를 나왔다. 조금 기다리니 버스가 왔다. 슬리핑버스가 아니라 우리나라 고속버스 타입의 버스다. 물론 우리 고속버스에 비해서는 훨씬 못하다. 승객이 거의 없다. 두 자리를 차지하고 가도 괜찮다. 장시간 여행에는 슬리핑버스가 좋은데 어쩔 수 없다. 구글지도로 확인해 보니 다낭까지는 약 500킬로 조금 못 미치는 정도로 나온다. 그러면 열 시간 정도는 잡아야 한다.


버스를 어떻게 열 시간씩이나 타나 하는 분들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동남아 배낭여행을 한다면 열 시간 정도의 버스 여행은 그냥 기본이라 생각하는 것이 좋다. 나는 최고 기록이 34시간, 두 번째가 32시간, 세 번째가 27시간이다. 열 시간 정도는 우리나라에서 시내버스 타듯 가벼운 기분으로 탄다. 34시간 버스여행을 한 이후는 열몇 시간 정도의 비행기 여행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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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저녁 커피를 마셔 밤을 새운 것까지는 좋은데, 버스를 타고도 잠이 안 온다. 음악을 듣다가 동영상을 보다가 바깥 경치도 보면서 아무 생각 없이 흔들리는 버스에 몸을 맡긴다. 버스를 탄지 7시간이 지난 오전 11시경에 국경에 도착했다. 올 1월에도 라오스 사반나켓에서 다낭으로 오면서 국경을 넘었다. 이번에도 같은 국경일 것이라 기대했는데, 다른 국경이다. 이러다간 베트남의 모든 육로 국경을 넘어보는 게 아닐까 하는 하는 생각도 든다.


지금까지 베트남의 육로국경은 7~8곳 정도 넘어봤는데, 출입국 사무소의 규모가 이번이 제일 작다. 라오스 출국절차도 금방, 베트남 입국절차도 금방 끝났다. 보통 국경통과에 한두 시간 걸리는데, 이번에는 10분 남짓 걸린 것 같다. 이번 여행에서 국경을 3번 넘었는데, 삥땅 뜯는 곳은 캄보디아 한 곳뿐이었다. 이들 동남아 국가들도 점점 부패를 잡아가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라오스와 베트남의 국경지대는 고산지대이다. 라오스에서 국경을 향하면 전반적으로 오르막인데, 베트남으로 들어오면 내리막이 시작된다. 고산지대의 우거진 숲사이로 난 도로를 달리노라면 풍광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 없다. 베트남으로 들어오면서 잔뜩 찌푸린 날씨가 되고 있다. 이곳 동남아 국가는 여름이 우기, 겨울이 건기일 것으로 생각하지만 지역에 따라 다르다. 베트남의 북쪽 사파는 겨울이 우기이지만 그보다 좀 남쪽에 있는 하노이는 건기이다. 그리고 다낭 쪽은 또 우기에 가깝게 된다. 나는 다낭의 조금 북쪽에 있는 후에를 세 번, 모두 12월에 갔었는데, 머문 날 중 비가 안 오는 날은 한 번도 없었다.

서너 시쯤 되면 도착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버스는 계속 달린다. 그러다가 팍세를 출발한 지 13시간이 지난 오후 5시가 되어서야 다낭에 도착하였다. 도시가 휘황찬란하다. 다낭은 올 때마다 달라지는 것 같다. 라오스에 있다가 이곳에 오니 마치 별천지 같다. 완전히 현대적인 도시로 탈바꿈하는 것 같다. 베트남은 이제 캄보디아나 라오스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발전하였다. 여긴 외국관광객이라면 거의가 한국인이다. 오죽하면 경기도 다낭시라 하겠는가. 라오스에서는 한국 관광객을 한 명도 못 봤지만, 이곳에서는 보이는 관광객은 거의가 한국인이다.


숙소는 아고다를 통해 예약해 두었다. 1박에 9천 원 하는 호텔인데 미케 해변 근처에 자리하고 있다. 다낭에 3일을 머무를 예정인데, 방이 너무 싸서 혹시 형편없는 방이 아닐까 해서 일단 하루만 예약하였다. 그런데 이게 웬일, 이번 여행에서 제일 좋은 방이다. 4성급 호텔이라고 하는데, 우리나라의 3성급 정도 되는 호텔이다. 이틀을 더 연장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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