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2-07) 배낭 하나 메고 또다시 동남아로
여행을 다니면서도 국내 상황 때문에 마음이 편치 않다. 윤석열이 최후의 발악을 하고, 극우 수구 세력들도 결집하는 것 같다.
늦게 일어나 어제 사 온 빵으로 아침을 때웠다. 오전 10시가 넘어 숙소를 출발했다. 이곳 팍송에서 가까운 명승지를 검색해 보니, 동쪽 방향에 소수민족 마을이 있고, 남쪽 방향에 타이거 폭포와 단야이 볼라반 고원 전망대가 있다. 그리고 북쪽으로는 타드로 폭포가 있다. 북쪽은 어차피 가야 할 방향이므로 동쪽과 남쪽을 갔다 온 후 마지막으로 북쪽에 있는 타드로 폭포에 가기로 했다.
먼저 동쪽에 있는 소수민족 마을부터 가기로 했다. 구글 지도를 보니 아주 판타지 속에 나오는 마을 같은데, 숙소에서 15킬로 정도의 거리에 있다. 하늘은 잔뜩 찌푸리고 있다. 한참 달리다 보니 사람들이 많이 몰려있는 곳이 나온다. 멈춰서 보니 사진에서 많이 본 장소이다. 바로 커피 농장에서 운영하고 있는 카페이다. 볼라벤 공원을 소개하는 사진에 자주 등장하는 곳이다. 안쪽으로 넓은 커피 농장이 펼쳐져 있고, 농장을 바라보며 사랑들은 카페 전망대에서 거피를 즐긴다. 유명한 곳이라 그런지 사람이 상당히 많다. 커피 한 잔을 하고 싶었지만. 잠을 못 자기 때문에 참았다.
다시 소수민족 마을을 향해 달린다. 구글 지도에 따르면 이곳은 아름다운 소수민족의 집과 화려한 의상, 그리고 환상적인 계곡을 볼 수 있다고 한다. 도로를 따라 달리다가 왼쪽으로 나있는 좁은 비포장 길로 들어가라 한다. 내키지는 않았지만 들어갔다. 폭이 1미터가 조금 넘는 정도의 좁은 길은 상당히 울퉁불퉁하다. 지도상으로는 1킬로쯤 들어가야 한다고 나와있어 계속 들어가다가 도저히 안되어 중간에 오토바이를 세워두고 걸어 들어갔다. 그런데 이게 웬일? 원주민 마을과 아름다운 계곡이 있어야 할 그곳에는 평범한 농가 한 채만 덩그러니 있을 뿐이다. 구글 지도에 또 속았다.
다음은 남쪽에 있는 타이거 폭포와 전망대다. 오토바이를 달리는데 빗방울이 한두 방울씩 떨어진다. 고원이라 공기가 차다. 팍송까지 돌아와 남쪽으로 향했다. 이곳 볼라벤 고원은 커피의 주산지이다. 그래서 가끔 나타나는 커피 농장은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넓다. 오토바이를 달리며 얼굴에 찬바람을 계속 받으면, 얼굴이 얼얼해지다가 나중엔 눈도 잘 안 보인다. 반팔 티셔츠를 입고 있어 춥다. 바람막이와 안면가리개를 하면 좋겠는데, 배낭 속에 들어있어 꺼내기가 귀찮다.
고원 특유의 멋진 풍경이 펼쳐진다. 이곳의 높이를 확인하니 해발 1,300미터이다. 어제 이곳으로 오면서 오르막이란 것을 전혀 못 느꼈는데, 어느새 이렇게 높이 올라왔다. 중간에 경치가 너무 아름다워 사진을 찍었다. 다시 출발하니 내비가 안된다. 인터넷 통신 권역 밖이라는 메시지가 뜬다. 구글 지도의 경우 내비기능을 켜고 달리면 인터넷 권역 밖이라도 길안내를 해준다. 그런데 지도를 한 번이라도 끄고 다시 하면 내비가 안된다. 좀 전에 사진을 찍었기 때문에 내비가 불통이 된 것이다.
어쩔 수 없이 내비 없이 달린다. 갈림길이 나오는데 직선길은 비포장 도로이다. 길이 넓어 괜찮으리라 생각하고 들어갔지만 역시 안 되겠다. 1킬로쯤 들어갔다가 돌아 나왔다. 다시 갈림길에서 포장도로인 오른쪽 길로 갔다. 30분쯤을 달렸으나 아무것도 없다. 내비도 안되니 어쩔 수 없다. 돌아가자.
다시 팍송으로 돌아왔다. 이번에는 전체 루트 상에 있는 북쪽으로 간다. 점심을 먹고 나니 오후 2시가 조금 지났다. 타드로 폭포까지는 65킬로 정도이다. 최소한 2시간은 잡아야 한다. 연료를 확인하니 반 정도 남았다. 타드로 폭포까지는 갈 수 있는 것 같은데, 그래도 만약의 경우를 대비하여 주유소를 찾아갔다. 기름을 가득 채우고 달렸다. 너무 춥다. 그리고 얼굴도 얼얼하다. 좀 전에 주유를 할 때 배낭에서 패딩과 얼굴 가리개를 꺼내야 했었는데 깜박 잊었다. 중간에 조금씩 쉬다 오니 거의 5시가 다 되어 타드로 폭포 근처의 마을에 도착했다.
폭포 구경은 내일 하기로 하고 일단 숙소부터 찾았다. 일단 타드로 폭포의 위치부터 찾기로 하고 내비가 이끄는 대로 갔다. 아주 넓은 부지에 세워져 있는 공동주택과 같은 곳으로 안내한다. 정문 입구 오른쪽에 건물이 있는데, “Hotel School”이라는 작은 간판이 붙어있다. 이곳이 숙소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여 직원을 불렀지만 아무도 안 나온다.
일단 부지 안으로 들어갔다. 3-4층 정도의 콘크리트 건물이 몇 채인가 들어서 있는데, 일반 주택 같지는 않다. 사람들도 모두 젊은이들 뿐이다. 아마 이곳이 호텔 학교이고, 건물은 학생들이 기거하는 기숙사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다시 정문 입구의 건물로 오니 여자 직원이 한 명 있다. 이곳이 호텔이냐고 물으니, 호텔은 맞는데 오늘은 만실이라 빈방이 없다고 한다.
다시 마을로 나왔다. 오토바이를 타고 돌아다니다 보니 게스트하우스가 보인다. 해가 곧 넘어가려 한다. 타드로 폭포가 있는 이곳은 제법 큰 마을이다. 폭포 구경은 내일 하기로 하고 일단 게스트하우스를 찾았다. 게스트하우스에 짐을 풀고 저녁을 먹으러 나갔다. 숙소에서 조금 걸어가면 아주 작은 시장이 하나 있다. 오늘 저녁엔 맥주를 한 잔 해야겠다. 꼬치 몇 개와 내일 아침 먹을 빵을 사들고 게스트하우스로 돌아왔다. 게스트하우스는 식당도 겸하고 있다. 주문한 음식과 함께 사온 꼬치로 맥주 한 병을 비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