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부령 용대 자연휴양림 여행 E3

(2021-06-10) 건봉사와 라벤더 마을

by 이재형

어제 평소보다는 좀 일찍 잤지만 아침에 일어나도 잠이 쏟아진다. 어제저녁 해둔 밥으로 아침을 먹었다. 어제 사온 오징어회를 데쳐 먹었는데 그다지 맛이 없다. 통오징어를 데치거나 삶아 먹으면 아주 맛있는데, 비록 회를 친 것이지만 그보다도 훨씬 싱싱한 오징어 체를 데쳤는데도 맛은 별로이다. 아침이라 입맛이 없어 그런지, 아니면 잘게 썬 회를 데쳤기 때문인지 알 수가 없다. 하여튼 똑같은 오징어이지만 요리 방법에 따라 맛이 천지차이인 것 같다.


5. 금강산 건봉사(乾鳳寺)


이곳 고성군은 오지라 주민들이 적어 사찰도 별로 없는 줄 알았는데, 건봉사(乾鳳寺)라는 절이 꽤 유명하다고 한다. 나는 이 절 이름을 처음 들었는데, 조선시대에는 우리나라 4대 사찰 가운데 하나였다고 한다. 건(乾)은 하늘이란 뜻이니까 건봉사는 “하늘을 나는 봉”이 깃드는 사찰이란 의미인가? 진부령 정상을 넘어 고성 방면으로 가다가 진부령 고개를 거의 다 내려온 지점에서 왼쪽으로 가면 건봉사가 나온다.


주차장에서 절 쪽으로 들어가니 <금강산 건봉사>라는 일주문이 나온다. 이곳은 설악산 자락 일터인데 왜 “금강산 건봉사”라 하는지 모르겠다. 안내판을 읽어 보고, 또 인터넷으로 찾아보았지만 여기에 관한 설명은 없다. 금강산과 지리적으로 가까워 그런가? 이곳은 설악산과 훨씬 더 가까울 텐데, 금강산이 설악산보다 “끗발”이 높아서 그런가? 하여튼 그 연유는 알 수 없다. 나는 이 건봉사란 사찰이 최근에 들어선 절로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다. 삼국시대 신라 법흥왕 시절에 창건한 절이라 한다. 그동안 여러 차례 파괴되고 또 중수를 거듭한 끝에 지금에 이르렀다고 한다. 조선시대에는 왕가에서 이 절을 각별히 생각하여 당시에는 꽤 번창하였다고 한다. 안내문에 따르면 건봉사는 조선시대에는 전국의 4대 사찰 가운데 하나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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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 건봉사

현재에 남아있는 건봉사는 그동안의 몇 번의 유실을 거쳐 비교적 최근에 건립된 것이다. 절집은 비록 최근에 지었다고는 하지만 불탑이나 석등 등 유적 가운데는 고려 때 만든 것, 조선시대에 만든 것 등 오랜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유물들도 제법 있다고 한다. 일주문을 지나 산길을 조금 올라가면 극락전이 나온다. 건물이 아주 새 것이고, 마당 등 주위도 제대로 정리되지 않는 것을 보니 아주 최근에 지은 건물인 것 같다. 극락전 들어가는 입구 근처엔 오래된 것으로 보이는 작은 연못이 있고, 그 위로는 석조로 된 작은 다리가 걸쳐 있다. 극락전 옆 산 위에는 왕소나무가 우뚝 서있다. 이 부근에는 큰 소나무가 많은데, 특히 왕소나무라 이름 붙은 이 소나무는 키는 보통 큰 소나무에 비에 그다지 눈에 띄는 정도는 아니지만 몸통은 정말 굵다. 그 튼실한 허리가 과연 “왕소나무”란 이름이 붙을 만하다.


대웅전 쪽으로 가니 평일 오전인데도 불구하고 신도들이 제법 많다. 이걸 보면 내가 몰랐지 건봉사는 사람들에게 꽤 알려진 절인 것 같다. 깊은 계곡을 끼고 계곡 양 쪽으로 들어서 있는 건봉사는 나름대로 특색 있는 절이다. 고성 방면으로 여행을 하는 사람들은 한 번쯤 찾아볼 만한 곳이다.


6. 라벤더 마을


다음은 라벤더 마을이다. 라벤더 마을은 건봉사에서 진부령 길로 나와 다시 진부령 정상 쪽으로 잠시 올라가다 왼쪽으로 들어서면 나온다. 라벤더 마을이라지만 별로 기대를 하지 않았다. 요즘 지방에 가면 무슨 마을이니 무슨 동네니 하여 특화된 관광 상품을 자랑하는 곳이 많은데 대부분 가보면 볼품없이 쇠락하여 방치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곳 라벤더 마을도 아마 그럴 것이라 생각했다. 아니면 기껏해야 땅 한쪽 구석이나 아니면 화분에 라벤더 꽃을 조금 심어놓은 정도라 생각했다.


라벤더 꽃에는 특별한 기억이 있다. 10여 년 전 친하게 지내던 교수 몇 분과 함께 몽고 여행을 한 적이 있다. 그때 이름은 잊었지만 몽고의 어느 산을 등산한 적이 있었다. 높이가 거의 2천 미터에 가까운 산이었다. 험한 산 길을 지나 산 정상에서 약간 내려온 지점에 수만 평도 더 될 것 같은 넓은 평지가 나왔다. 나무도 거의 없는 그 땅을 온통 푸른색의 라벤더 꽃이 뒤덮고 있었다. 해발 1,500미터가 넘는 산 위의 숨겨진 넓은 평지를 야생의 라벤더 꽃이 뒤덮고 있는 그 풍경은 가히 장관이었다. 10년 전의 일이지만 지금도 그 광경이 눈에 선하다. 그런 장관은 기대할 수 없겠지만 하여튼 라벤더 꽃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라벤더 마을이 가까워지자 도로 색깔이 라벤더의 푸른색으로 칠해져 있다. 곧 라벤더 농장이 나온다. 예상외로 관광객들이 많다. 여러 명의 노인 분들이 주차 정리를 하고 있다. 주차장은 이미 거의 만차인 상태이다. 라벤더 농장의 입장권은 6천 원, 나는 경로 할인을 받아 5,000원이다. 농장 입구로 들어서니 작은 정원에 갖은 꽃들을 심어놓고 그리스 여신과 닮은 조각들이 이곳저곳에 들어서 있다. 상당히 신경을 써서 만든 정원으로서 기대 이상이다.


꽃 정원 옆으로는 건물이 있으며, 여기에는 식당과 기념품점 등이 들어서 있다. 이 건물을 지나가면 탁 트인 넓은 밭이 나온다. 족히 만평은 넘어 보이는 넓은 밭에는 온통 라벤더가 심어져 있다. 넓은 밭의 대부분은 라벤더이며, 그 주위에 보리와 함께 다른 꽃들이 심어져 있다. 이곳 라벤더 밭은 정말 기대 이상이다. 이렇게 넓은 곳을 가득 메울 정도로 라벤더가 심어져 있으리라고는 생각도 못하였다. 라벤더 꽃밭 사이로는 이리저리 길이 나있다. 사람들은 그 길로 들어서서 라벤더의 향기에 젖는다. 많은 관광객들이 이 라벤더 밭 사이로 난 길을 따라 꽃을 감상하며 즐겁게 떠들고 있다. 전부 웃는 얼굴이다. 역시 꽃이 주는 마음이 평안일 것이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아직 철이 되지 않아서 그런지 라벤더 꽃이 만개하지 않아 활짝 핀 라벤더 꽃의 아름다움을 볼 수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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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객들은 젊은 사람들도 있지만, 나이 든 사람들이 압도적이다. 그리고 역시 남자들보다는 여자들이 많다. 여자들끼리 온 팀들은 많지만 남자들끼리 온 팀들은 거의 찾기가 어렵다. 중년과 노년에 접어든 사람들이 모두 젊은 시절로 뒤돌아간 듯 들뜬 기분들이다. 한 무리의 여성 관광객들이 눈에 뜨인다. 10여 명 정도 되는 여성들이었는데 모두 마치 제복처럼 옛 그리스의 여신들과 같은 흰 드레스를 입고 있다. 멀리서 볼 때는 젊은 여성들이라 생각했는데, 가까이서 보니 대부분 중년 여성들이다. 하얀 드레스를 차려입고 풍선을 들고, 혹은 양산을 들고 마치 소녀시절로 돌아간 듯 떠들며 경치를 즐기고 사진을 찍고 있다. 옷을 미리 준비하고 왔다면 정말 대단한 정성이다. 그렇지만 나이가 들어 오랜만의 옛 소녀시절의 기분을 만끽해 보는 것도 생활에 있어 신선한 반전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근심이 있는 분들에게는 이곳을 한번 권장해보고 싶다.


라벤더 꽃밭을 한참 걸었더니 다리가 아프다. 카페와 기념품점이 들어있는 건물로 왔다. 라벤더 아이스크림을 팔고 있다. 마침 목도 마른 터라 하나를 사서 먹었다. 평소 아이스크림을 좋아하지만, 최근에는 편의점에서 파는 아이스크림 외에는 거의 먹어보지 않았다. 아이스크림이 정말 부드럽다. 아이스크림에는 잔잔한 라벤더향이 섞여 있어 더욱 맛을 돋운다. 이곳에 특별히 아이스크림을 잘 만드는 기술이 있는 것도 아닐 터인데 어떻게 이렇게 부드러운 아이스크림을 만드는지 모르겠다. 아마 이전에 비해 아이스크림 기술이 크게 발전했는데, 그동안 내가 먹어보지 않아 지금 이렇게 감탄하는지도 모르겠다.


이곳 라벤더 마을은 개인이 운영하는 곳인지, 아니면 마을에서 공동으로 운영하는 곳인지는 모르겠다. 그렇지만 어느 쪽이든 여러 명의 마을 주민들이 여기서 일을 하고 있어 마을 경제에 큰 도움이 되고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런 종류의 성공 모델들이 여러 곳에서 만들어지면 좋겠다. 여하튼 이곳 라벤더 마을은 고성지방을 여행하는 분들에게는 추천할만한 괜찮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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