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0-11) 칭다오에서 둔황까지- 중국 횡단여행 (42)
우리나라의 인터넷 지도인 네이버맵이나 T맵 등은 대중교통을 이용한 지역 간 이동에서 최적 방법을 아주 정확히 가르쳐준다. 그렇기 때문에 네이버맵이나 T맵 어느 것을 보더라도 교통수단의 선택과 경로는 거의 같다. 둘 다 최적화된 답을 내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가 아무리 노력한 들 그보다 나은 최적수단을 찾기가 힘들다.
그런데 중국 지도들은 다르다. 고덕 지도와 바이두 지도는 교통수단의 선택이나 경로의 선택이 일치하는 경우가 잘 없다. 그리고 중국 지리를 잘 모르는 내가 지도보다 더 효율적 경로를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사실 현재의 컴퓨터는 최적화 문제를 해결하는데 취약하다. 중국이 워낙 땅이 넓고 교통수단이 복잡해서 그런지 아니면 중국 지도앱이 최적화 문제를 해결하는데 취약해서 그런지는 잘 모르겠다.
구채구와 황룡 관광을 마쳤으니 이제 이번 여행의 마지막 목적지인 시안으로 가야 한다. 구채구로 오는 교통편을 선택하느라 골치를 많이 썩혔지만, 다시 이곳을 빠져나가기도 힘들다. 어떻게 가는 것이 가장 쉽게 시안으로 가는 방법일까?
인공지능들은 이곳에서 시안으로 직행하는 버스가 있다고 했는데 도착해서 확인하니 없다. 중국의 고속철 교통망이 하도 빠르게 발전하다 보니 장거리 버스 노선이 많은 영향을 받고, 인공지능들조차도 그 정보를 제대로 업데이트하지 못하는 것 같다.
여러 노선을 두고 검토하다 결국 버스로 다시 롱난으로 가서, 그곳에서 광원(廣元) 행 기차를 탄 후 광원에서 시안으로 가는 기차로 갈아타기로 했다. 이것이 현재로서는 내가 알고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었다. 어제저녁 롱난 행 버스를 예약하는데도 우여곡절이 있었다. 이곳 구채구 풍경구에 2개의 버스터미널이 있고, 여기서 30킬로 떨어진 구채구 읍내에 또 하나의 버스터미널이 있다. 디디추싱으로 차를 예약하려는데 목적지를 입력할 방법이 없는 것이다.
내가 가고자 하는 터미널은 구채구 매표소 바로 옆에 있는 터미널이다. 그런데 그 터미널의 정확한 이름을 모른다. 호텔 지배인 여자에게 도움을 청하였는데, 그녀는 터미널의 이름을 중국명으로는 알지만, 영어로는 모른다. 나의 앱은 영문버전이기 때문에 중국어 입력은 안된다. 그렇다고 해서 다른 사람이 대신 예약해 줄 수는 없다. 승객 앱을 통해 결제를 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중국을 여행하다 보면 이런 쉬울 것 같은 사소한 문제가 발을 거는 경우가 허다하다. 여하튼 우여곡절 끝에 9시 버스를 예약하고 버스터미널로 왔다.
시간이 넉넉해 터미널에 있는 버스 운행표를 보니, 이런, 광원행 직행버스가 있다. 광원으로 바로 가면 기차를 갈아탈 필요가 없이 바로 시안으로 갈 수 있다. 황급히 버스를 변경하려 했으나, 광원행 버스는 출발시간이 3분밖에 남지 않았다. 3분 내에 터미널 직원에게 내 사정을 설명하고 티켓을 변경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번 롱난 행 차는 9인승의 아주 고급스러운 차다. 요금도 일반 고속버스보다 50% 정도 더 비싸다. 운전사 옆자리에 앉으니 앞과 옆의 경치를 동시에 볼 수 있다. 왔던 길을 돌아가며 다시 보는 경치이지만 도로 옆과 앞에 펼쳐지는 경치는 정말 절경이다. 도로 앞쪽으로 저 멀리 보이는 눈을 이고 있는 높은 산맥은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다.
버스는 이렇게 산속 도로를 달려 롱난에 도착했다. 다시 온 롱난이지만 정말 산속에 둘러싸인 도시라는 사실을 새삼 느낀다. 약 250만 인구의 도시를 2,000 미터가 넘는 산들이 감싸고 있다.
롱난에서 광원까지는 거의 산악 구간인 것 같다. 기차는 거의가 터널을 통과한다. 한 시간의 운행 시간 중 거의 40분 이상이 터널인 것 같다. 긴 터널의 경우에는 기차가 거의 20분 정도는 계속 터널 속을 달리는 것 같았다. 그렇지만 터널을 빠져나오면 깊은 산이다. 주위 경치가 그렇게 절경일 수 없다. 높고 험하고 아름다운 산의 연속이다.
광원에서 시안행 기차를 갈아 탔다. 여전히 터널이 계속되고 아름다운 경치의 연속이더니 시안이 가까워지자 바깥 풍경은 광활한 평야로 변한다.
드디어 마지막 여행지인 시안에 도착했다. 고속철 역사로서 새로 건설된 시안북역은 엄정 넓고 화려했다. 서울역의 10배 이상은 될 것 같았고, 이용객 또한 많았다. 그러나 역사가 워낙 넓다 보니 조금도 복잡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지도를 확인해 보니 이곳에서 호텔 바로 앞으로 가는 지하철이 있었다. 그러나 지하철 타는 것도 번거롭고, 시안 시내도 구경할 겸 택시를 탔다. 택시는 금방 지하 택시탑승장을 빠져나왔다.
시안 역사 앞 풍경은 놀라웠다. 이곳은 신도시로 개발 중인 것 같다. 역사 앞은 넓은 녹지이다. 여의도 공원보다 몇 배나 넓어 보이는 녹지는 숲과 초목들로 아주 잘 관리되어 있다. 녹지 저 건너에는 개성 있는 현대식 고층 빌딩이 널찍널찍하게 자리를 차지하며 늘어서 있다. 그 근처에는 이미 완공된 고층 아파트 단지들이 위치해 있었으며 공사 중인 아파트들도 많았다. 아주 현대적이며 품격 있는 도시의 모습이다.
이 지역의 개발이 하도 인상적이어서 관련 자료를 찾아보았다. 시안북역 개발사업은 중국의 고속철도 시대를 대표하는 대규모 도시 개발 사례로서, '도시의 새로운 중심지'를 조성하는 프로젝트라 한다. 기존 역 앞이 낙후되고 복잡한 이미지였다면, 시안 북역 앞은 비즈니스, 금융, 문화, 생활이 결합된 현대적인 도시 구역으로 탈바꿈하였다고 한다. 이곳을 앞으로 새로운 금융 및 비즈니스 중심지로 삼을 예정으로서 초고층 빌딩군인 '그린랜드 센터' 등 마천루들이 들어서 웅장한 스카이라인을 형성 중이라 한다.
이곳에는 국내외 유수 기업들의 지역 본사 유치하고 있다고 한다. 이 외에도 고급 상업 시설: 대형 쇼핑몰, 명품점, 호텔 등이 들어서며, 시안 실크로드 국제회의 센터도 건설되어 "일대일로" 정책의 핵심 인프라로 기능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넓은 생태 공원 및 녹지를 조성하여 고밀도 비즈니스 구역에 휴식 공간을 제공하는 '도시의 허파' 역할을 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세계 여러 도시를 가보았지만 이렇게 인상적인 도시의 모습은 처음이다. 고대 실크로드의 출발점이었던 시안이 21세기형 실크로드의 핵심 허브로 거듭나고 있는 현장이라 할 것이다.
예약한 호텔은 시내 중심부에 있다. 시내로 들어가는 도로는 잘 건설되어 있다. 넓은 입체적인 도로망이 복잡하게 깔려있다. 시안은 끝없는 평지 지역에 위치하고 있다. 택시를 타고 시내로 들어오는 동안 산은 물론 낮은 언덕 하나 보이지 않는다. 다운타운 지역으로 들어왔다. 시안 성벽이 보인다. 다운타운 지역 역시 도로는 넓다. 그러나 교통량이 많다 보니 무질서와 난폭운전도 적지 않다. 호텔에 도착했다. 택시요금 50위안.
시안의 랜드마크는 종루이다. 우리로 치면 종각에 해당하는데, 남대문 몇 배 크기의 대형 건물이다. 호텔은 바로 종루 바로 건너편에 위치하고 있었다. 종루의 위치는 우리나라 남대문을 연상시킨다. 예약한 호텔은 바로 대한상공회의소의 위치에 해당하는 자리다.
숙소는 삼덕호텔이라는 제법 규모가 큰 호텔인데, 아주 가성비 높은 호텔이다. 1박에 아침 식사 포함 6만 원이다.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분은 더 좋은 고급호텔을 찾으시고, 여행 경비에 신경을 쓰시는 분이라면 이 호텔이 아주 괜찮은 선택이라 생각된다.
밤의 종루 거리는 휘황찬란하다. 종루는 화려한 조명을 받으며 서있고, 호텔 앞에는 전통 중국 의상을 입고 종루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여성들이 많이 보인다. 호텔 건너편, 그러니까 북창동 쪽은 화려한 조명을 밝힌 큰 백화점 건물이 있고, 주위 골목은 사람들이 몰려 불야성을 이루고 있다.
호텔 바로 뒤에 먹자골목이 있어 식사를 하러 갔다. 젊은이들이 좋아할 것 같은 아주 현대적인 풍의 거리이다. 식당들은 깨끗하며 직원들의 복장도 단정했다. 그런데 손님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국수 한 그릇과 만두 2개로 집사람과 나누어 먹었다. 조금 부족한 듯하여 치킨 다리를 하나 주문하였는데, 닭이 통째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