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0.28) 연지정과 함덕해수욕장, 그리고 일출봉
오늘 3박 4일 일정으로 제주도 여행을 왔다. 여러 차례 제주도에 와봤지만 이렇게 느긋한 일정으로 오긴 오랜만이다. 대부분 여행이 목적이 아니었기 때문에 바쁜 일정으로 쫒기 듯 다녀왔다.
청주공항에서 제주행 비행기를 탔다. 거리는 김포공항에 비해 짧은데 요금은 더 비싼 것 같다. 좀 억울하다. 이런 걸 보면 역시 경쟁이 활발해야 소비자의 이익이 보장된다.
제주에 도착했다. 쌀쌀한 세종에 비해 제주 날씨는 아주 따뜻하다. 조금 덥다. 예약해둔 렌터카 회사에 가서 차를 찾았다. SM6로 빌렸는데, 3일에 7만 원 정도다. 보험을 포함해 12만 원 정도. 렌터카 가격은 우리나라만큼 싼 곳도 없는 것 같다. 외국에서 빌리면 하루에 이 정도 할 것 같은데. 실제로 SM6 정도의 중형차라면, 미국은 하루 15만 원, 일본이라면 20만 원은 줘야 한다. 렌트비가 하도 싸서 낡은 차가 아닐까 걱정했는데, 그게 아니다. 아주 새 차고 느낌도 좋다.
렌터카 직원은 키만 건네주고 차를 가져가라 한다. 차를 탔는데 사이드 브레이크가 보이지 않는다. 한참을 찾다가 자동 브레이크란 걸 알았다. 내비게이션도 어렵게 찾아 운전해 나오니 라디오 소리가 귀를 찢는다. 라디오를 끄려고 하는데 도저히 못 끄겠다. 아무리 해봐도 끄는 방법을 모르겠다. 할 수 없이 시끄러워도 참고 운전하기로 했다. 그런데 시끄러워서 도무지 집중이 안 된다.
조작 버튼을 모두 그림으로 표시해 두었는데, 그림을 봐선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 온. 오프, 볼륨, 이런 식으로 알아보기 쉽게 표시해두면 좋겠는데, 왜 알기 어려운 그림으로 표시하는지 모르겠다. 일부러 소비자를 골탕 먹이려는 건지.
요즘 제품들 그런 것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집에 전등 스위치가 모두 터치식 보튼으로 되어있다. 그런데 이게 가볍게 한번 터치해서 말을 듣는 경우가 좀처럼 없다. 몇 번이나 힘을 주고 눌러야 말을 듣는다. 이전의 딸깍이 스위치가 훨씬 편리한데... 안방의 자동 점등 스위치는 어떻게 조금만 손이 잘못 닿아도 제멋대로 시간이 설정되어 전등이 켜진다. 요즘은 새벽 4시에 자동 점등이 되는데, 자동 점등을 취소하고 싶어도 방법을 몰라 할 수 없이 그냥 참고 지낸다.
스마트폰도 그렇다. 예전엔 전화가 오면 한 손으로 꾹 눌러 쉽게 받았는데 요즘은 슬라이드 식이라 그게 쉽지 않다. 가볍게 한번 터치해서는 잘 연결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한 손으론 받기 힘들다. 특히 운전 중엔 더욱 그렇다. 전화를 받을려다가 사고가 날 뻔한 적도 있다. 왜 이렇게 일부러 소비자를 불편하게 만드는지 모르겠다 나만 그런가...
어쨌든 라디오를 끄긴 꺼야 하는데 방법이 없다. 할 수 없이 집사람에게 렌터카 콜센터에 연락해보라고 했다. 콜센터 직원도 잘 모르겠다고 한다. 계기판 사진을 찍어 보내달라고 한다. 몇 번이고 사진을 찍어 보내는 등, 집사람과 콜센터 여직원 간에 여러 번에 걸쳐 격렬한 토론이 오간 뒤(라디오 소리가 시끄러워 어쩔 수 없이 고성이 오갈 수밖에 없다) 운전대 뒤쪽에 있는 스위치를 내리면 된다는 것을 알았다. 조용해지니 살만하다. 온오프 스위치를 왜 그리 숨겨놓은지 모르겠다.
먼저 제주시 근처에 있는 연지정(戀止亭)이란 정자를 찾았다. 여기선 연애를 하지 말란 뜻인가, 아니면 여기서 사랑이 끝났다는 말인가? 아무튼 포구 바로 옆에 있는 정자인데, 성곽 위에 지어져 있는 아주 독특한 정자이다. 바로 옆의 바다는 그야말로 쪽빛이다. 시원한 바닷바람에 취해 방파재 멀리까지 다녀왔다.
차 시동을 거니 또 라디오 소리가 귀를 찢는다. 임시방편이었던 모양이다. 그래도 다시 임시방편으로 라디오를 끄고, 함덕 해수욕장으로 갔다. 40년 전에 한번 온 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완전 시골이었으나, 지금은 많은 숙박업소와 상가가 들어와 있다. 바다는 그때보다 더 아름다운 것 같다. 바닷가에 한옥으로 지은 큰 카페가 있는데, 바다와 잘 어울린다.
성산 일출봉 근처에 있는 썬라이즈 호텔이란 작은 호텔로 숙소를 잡았다. 조식 포함 하루 7만 원, 아주 싼 호텔이다. 넉넉하게 생긴 여직원이 친절하게 맞아준다. 새로 지은 호텔인 것 같다. 아직 새집 냄새가 난다. 방도 넓고 깨끗하다. 부대시설이 변변치 않아 그렇지, 룸만 본다면 특급호텔보다 못할 것도 없다. 어차피 내가 부대시설 이용할 것도 아닌데.
저녁은 제주 흑돼지로 하기로 했다. 집사람과 2인분 주문하고 한라산 소주 한 병. 술이 남았는데, 안주가 없다. 이러면 안 되는데 하면서 1인분 추가 주문. 결국 후회가 되었다. 너무 배가 불러 걷기로 했다. 어두워진 후 일출봉으로 가니 매표소는 모두 퇴근. 산 중턱까진 가로등이 켜져 있다. 한참을 걸어 올라가니, 곧 가로등이 꺼진다는 경고방송이 흘러나온다. 하산, 그리고 오늘 일정 끝
2018년 10월 2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