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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여행 D3, 정방폭포, 한림공원과 관음사

(2018.10.30) 섭지코지, 약천사, 차귀도

by 이재형



호텔에서 아침 식사를 하고 바로 섭지코지로 갔다. 호텔에서 자동차로 약 10분 거리다. 이름이 특이 하여 무슨 뜻인지 찾아보니 "섭지"는 제주 사투리로 좁은 땅, "코지"는 곶, 즉 반도란 뜻이라 한다. 좁은 곶인가? 푸른 바다가 끝없이 펼쳐져 있고, 성산 일출봉의 전체 모습이 또렷이 보인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 햇빛이 따갑다. 그렇지만 바람은 서늘하여 더없이 상쾌하다.


다음 목적지는 서귀포에 있는 정방폭포다. 빠른 길로는 한 시간이 안 걸리지만 일부러 해안도로를 따라갔다. 좁고 구불구불한 길이라 상당히 오래 걸린다. 제주 해변이 갖가지 모습으로 바뀐다. 자연 그대로의 모습도 아름답지만 작은 포구 등과 같은 인공구조물과 자연이 잘 어울리면 더욱 멋있다. 이름은 기억나지 않지만 고대 그리스 철학자 누군가가 "사람이 있기 때문에 자연이 더 아름답다." 비슷한 말을 했다는 것을 들은 것 같다.


정방폭포에 도착했다, 그동안 멀리 서는 몇 번인가 관람했지만, 바로 폭포 아래에 까지 가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에는 정방폭포는 아무런 멋도 없는 폭포라 생각했는데, 가까이서 보니 꽤 괜찮다. 웅장한 맛이 있다.


다음 행선지는 약천사란 절이다. 독실한 불교신자인 집사람은 어딜 가더라도 잘 알려진 절이 있으면 빠짐없이 들린다. 무종교인 나는 집사람이 불공을 드리는 동안, 밖에서 이곳저곳 어슬렁거리며 구경을 한다. 지은 지 오래된 절은 아닌 것 같다. 약천사는 바닷가에 지은 절인데, 규모가 매우 크다. 터도 상당히 넓게 차지하고 있다. 특히 대웅전은 높기도 하려니와 규모도 어마어마하다. 주로 콘크리트로 지은 것 같은데, 이곳저곳 칠이 벗겨진 곳도 보인다. 목조건물은 단청이 바래더라도 또 다른 기품을 느낄 수 있는데, 콘크리트 건물은 칠이 벗겨지니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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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상절리로 갔다. 전에도 몇 번 간 것 같은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 기대보다 초라하다. 주상절리 앞에 펼쳐진 바다는 좋지만, 주상절리 자체는 변산반도의 주상절리보다 못한 것 같다. 사진만 몇 장 찍고 서귀포 지역을 뒤로했다.


오설록 티 뮤지엄으로 갔다. (주)태평양이 운영하는 차 박물관이다. 수십만 평이나 됨직한 차 농원이 펼쳐져있고, 한켠에 티 뮤지엄이 있다. 평일 날이라 다른 관광지는 한산한 편인데, 여기는 관람객들로 빽빽하다. 별것도 없는 것 같은데, 관광객이 왜 이렇게 많은지 궁금하다. 입장료가 없어서 그런가? 관광버스도 수 십 대는 될 것 같다. 차도구와 여러 차들이 전시되어 있다. 나는 차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기 때문에 녹차 아이스크림 하나 먹으며, 집사람 관람을 하는 동안 기다렸다. 시설은 깨끗하게 잘 관리되고 있다. 공공부문에서 운영하는 시설이라면 엉망일 텐데... 웬만한 공공시설은 민영화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민영화에도 여러 방법이 있으니까.


한림공원으로 갔다. 개인이 만든 수목림인데 규모가 상당하다. 야자수, 소철 등 열대수종부터 다양한 종류의 나무가 풍성히 들어서 있다. 1970년대 중반부터 조성하기 시작했다는데, 당시 형편에서 어떻게 이러한 사업을 시작했는지 감탄이 나온다. 수많은 종류의 나무에다가, 협재굴 등 동굴, 민속마을 등 여러 볼거리가 있다. 제주도에 가면 한 번쯤은 가볼만한 곳이다. 입장료가 비싼 것이 흠이다만.


차귀도로 갔다. 차로 갈 수 있다길래 다리로 연결된 섬인가 생각했는데, 그건 아니고 근처 포구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섬이다. 뭍에서 보는 섬이 절경이다. 포구는 주로 낚싯배로 채워져 있다. 이 포구는 낚싯배로 특화된 곳인 것 같다. 포구는 매우 아늑한 곳에 자리 잡았는데, 차귀도와 아주 잘 어울려 한 폭의 그림 같다. 바다 풍경으로는 제주에서 손꼽을 만한 곳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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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음사로 갔다. 거의 해발 600미터 정도 된 곳에 위치하고 있어, 꽤 춥다. 집사람 말에 따르면 제주도의 조계종 중심 사찰이라 한다. 옛날 절은 아닌 것 같다. 이곳도 아주 넓은 터를 차지한 큰 절이다. 약천사도 그렇지만, 관음사도 매우 커 육지에서도 이만한 크기의 절을 찾는 건 쉽지 않을 것 같다. 제주 사람들은 스케일이 큰 것 같다. 밖에 있는 큰 미륵석불은 황금빛으로 빛나고 있다. 대웅전 지붕도 황금색으로 칠해져 있다. 중생을 위해 고행한 부처님이 과연 금칠을 한 절집과 불상을 보고 좋아할는지는 모르겠다.


오늘은 아침부터 많이도 돌아다녔다. 작년 집사람과 뉴욕에 갔다가 귀국하는 날, 새벽부터 공항에 가야 하는 11시까지 약 5시간 동안, 프린스톤 대학을 거쳐, 할렘가, 유엔본부, 월스트리트, 그라운드 제로, 브루클린 다리를 거쳐 롱아일랜드까지 돌아보고, "알기 쉬운 뉴욕"으로 자평한 적이 있었다. 오늘 스케줄도 "알기 쉬운 제주", "제주 간략 정리"라 할 만하다.


저녁을 대학 친구 김주식 국장과 함께 했다. 서울 집을 잠시 비워야 할 사정이 생겨, 그 참에 2년 정도 살 예정으로 제주로 왔다고 한다. 스스로 좋은 선택이라고 했고, 나도 그렇게 생각된다. 재미있는 제주생활을 들었다. 그렇지 않아도 집사람과 나중에 두 세 달 제주도에서 살아보자고 얘기했는데, 꼭 그래야겠다. 기분 좋게 소주 몇 잔 비우고, 운전대는 집사람에게.


내일 1시 비행기니깐 오늘이 여행 끝이다.

퇴직을 하면 제주 두 달, 속초 한 달, 울릉도 한 달, 이런 식으로 살고 싶은데 가능할지 모르겠다.


3박 4일 제주여행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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