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0.29) 우도의 삼륜차 여행, 비자나무 숲과 백약이 오름
오전에 우도(牛島)로 가기로 했다. 섬에 와서 또 섬으로 가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강화도에 가면 꼭 석모도에 들리는 생각이 나, 하여튼 가보기로 했다. 호텔에서 걸어서 20분 정도 가니까 우도 선착장이 나왔다. 우도까지 가는 배는 1시간에 한 번씩 있다. 20분 남짓 걸려 우도에 도착했다. 배에서 나눠준 우도 설명서에는 섬 일주가 6킬로 정도라 한다. 그 정도면 걸어볼 만하다. 그런데 멀리 배에서 보기로는 그보단 훨씬 더 될 것 같다.
선착장에 내리니 근처에 탈 것을 빌려주는 대여소가 여기저기 많이 있다. 집사람 의견을 물어보니, 도보로 섬 일주는 엄두가 나지 않으니 탈 것을 빌리자 한다. 종류는 4가지. 전기 스쿠터, 90cc 오토바이, 오토바이를 개조한 오픈 3륜 차, 역시 오토바이를 개조한 3륜 차. 스쿠터와 오토바이 등 두 바퀴 차는 일단 제외했다. 집사람을 뒤에 태우고 가다 넘어지거나 사고라도 나면 큰일이니까. 일간 넘어질 염려가 없는 삼륜차 가운데 하나를 택하기로 했다. 오픈 삼륜차를 선택했다. 손잡이에 달린 엑쎌이 아주 민감하다. 핸들도 제대로 말을 안 듣는다.
너무 위험해 자동차형 삼륜차로 변경했다. 오픈 삼륜차보단 조금 나았지만 이 역시 위험하긴 마찬가지다. 우리가 매일 운전하는 자동차는 우리가 알게 모르게 많은 안전장치가 구비되어 있다. 그런데 여기서 빌려주는 삼륜차들은 이러한 안전장치가 모두 생략되어 있다. 외관상으론 아주 깜찍하고 귀엽게 생긴 자동차이다. 그러나 실상은 위험하기 짝이 없는 탈것이다. 2시간 렌털비가 2만 원이다. 소나타 렌털비보다 훨씬 비싸다.
바다 옆으로 나 있는 섬 일주도로를 따라 경치를 즐기며 섬을 일주한다. 멀리서 볼 때는 지극히 평범한 섬으로 보였는데, 의외로 볼 것이 많다. 섬 가장자리가 절벽으로 된 섬과는 달리 도로가 바로 바다에 접해있어 바다에 바로 내려가 볼 수도 있어 매우 친수적(親水的)인 환경이다. 작은 섬이라 길이 단순하다고 생각해서 그런지 도로 안내판이 거의 없다. 몇 번이나 길을 잘못 들었다. 섬을 일주하니 그럭저럭 2시간 반 정도 걸렸다.
선착장에 와서 점심을 먹으려고 했다. 그런데 보이는 몇 곳의 음식점이 모두 짜장면, 짬뽕집이다. 여기서 먹는 걸 포기하고 배를 탔다. 그런데 문득 떠오르는 생각. 왜 선착장(船着場)이라 할까? 선발장 (船發場)이라 하지 않고. 이런 쓸데없는 생각을 하며 성산 선착장으로 돌아왔다.
비자나무숲으로 갔다. 비자나무? 듣긴 많이 했지만 사실 어떻게 생긴 나무인지는 모른다. 나무 둥치나 가지는 활엽수같이 생겼는데, 잎은 향나무나 삼나무, 편백나무처럼 약간 넓은 침엽수같이 생겼다. 비자나무 숲길을 걸으니 좋은 향기가 난다. 기분이 아주 상쾌하다. 비자나무는 좋은 바둑판 재료다. 바둑판으로 최고급 나무가 비자나무고, 그다음이 은행나무다. 간혹 주목 바둑판이 아주 좋다는 사람이 있는데, 주목은 고급 목재이긴 하지만 색이 너무 붉어 바둑판으론 좋지 않다. 아름드리 비자나무를 보며, 저걸로 바둑판을 몇 개나 만들 수 있을까? 쓸데없는 생각을 해본다.
백약이 오름으로 갔다. 저녁노을이 일품이라 들었다. 올라가는 길이 만만찮다. 가파른 계단 길을 근 30분 동안 열심히 올라가니 정상이다. 올라가는 도중에 많은 젊은 커플이 여러 포즈로 사진을 찍고 있다. 웨딩드레스를 입고 사진을 찍는 커플도 있다. 한 커플은 여자가 점프를 하면서 남자에게 사진을 찍어 달랜다. 그렇지만 평소 운동을 안 했는지 점프력이 너무 약하다. 체공시간이 짧으니 사진을 찍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모두들 귀엽다. 요즘은 신혼여행을 모두 외국으로 가는 줄 알았는데, 여전히 제주도로도 오는 모양이다.
저녁을 먹으러 가야지. 오늘 저녁은 회다. 늘 실패를 하면서도 또 네이버 맛집을 검색, 추천 맛집으로 갔다. 최악이다. 값도 비싼 편인데 질은 형편없고, 게다가 양도 몇 점 안된다. 쓰키다시도 형편없다. 말이 나온 김에 쓰키다시가 무얼까? "쓰키"라 하는 사람도 있고, "찌게다시"란 사람도 있다. 바른말은 "쓰키다시", 한자로는 突出(돌출)이라고 쓴다. 주문한 요리가 나오기 전에 안주나 하라고 내놓는 가벼운 요리를 말한다. 그건 그렇고 앞으론 정말 네이버 맛집 안 믿는다. 블로그에 맛집 글 올리는 넘들, 대부분 주인과 짜고 하는 엉터리 평가라는 생각이 든다. 아무 음식점이나 그냥 무작정 찾아가는 게 차라리 더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2018년 10월 29일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