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차이나 3국 배낭여행(D+0)

(2022-10-16) 호찌민 시로 출발 밤 늦게 도착

by 이재형

오늘은 여행 출발일이다. 비행기가 오후 7시 40분 발이라 오후 2시발 인천공항행 공항버스를 예약해 두었다. 예전엔 세종에서 거의 매시간 공항버스가 있었지만, 코로나 이후는 하루에 몇 번밖에 없다. 그런 중에도 이번 비행기 스케줄에 딱 맞는 시간대의 버스가 있어 다행이다.


짐을 꾸렸다. 생각보다 짐이 많다. 복용해야 하는 갖가지 약들, 그리고 외장 하드, 충전기, 태블릿 PC, 보조 배터리, 우산, 이어폰, 셀카봉, 우산 등 이전이라면 필요하지 않았을 물건이나 없었던 물건이 거의 반을 차지한다. 꽤 큰 배낭이 빈틈없이 꽉 찬다. 무게를 달아보진 않았지만 거의 15킬로 정도는 될 것 같다.


한 달 이상을 집을 비우게 되니 화분에 있는 식물들이 문제다. 그러다 생각해낸 방법이 2리터 들이 생수병에 바늘로 작은 구멍을 내어 화분에 눕혀두는 것이었다. 이걸로 며칠이나 물을 공급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병원에서 링거 주사를 맞아보면, 링거액이 가끔 한 방울씩 떨어지는데도 불구하고 하루 이틀 지나면 그 큰 병의 액이 모두 없어진다. 생수병의 물이 얼마나 버텨줄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리고 화분 받침대에 물을 가득 채워 두었다. 식물도 이럴진대 개나 고양이와 같은 동물을 기르는 사람은 장기 여행은 엄두도 못 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공항버스는 좌석의 반 정도 승객이 찼다. 버스 출발 후 2시간 반 정도가 지나 인천공항에 도착하였다. 생각해보니 인천공항은 2019년 봄에 일본 출장을 갔던 이래 처음이다. 이제 해외여행이 다소 풀렸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공항은 한산하다. 간단히 탑승 수속을 끝내고 와이파이 도시락을 수령한 후 탑승장으로 향한다. 저가 항공이라 탑승 게이트는 탑승동에 있다. 내부 이동 열차를 타고 탑승동으로 이동했다. 이곳은 본 탑승장에 비해 한산하다. 아니, 한산한 정도가 아니라 적막강산이라 해야 될 것 같다. 긴 회랑에는 사람들이 거의 보이지 않으며, 대기실도 대부분 한산하다.


탑승구까지 긴 회랑을 걸으니 무거운 배낭이 어깨를 짓누른다. 생각해보니 고등학교 졸업 이후 무거운 배낭은 처음인 것 같다. 내가 고등학교 다닐 당시, 등산 꽤나 한다는 사람들은 대부분 '키스링'이라는 배낭을 메었다. 키스링은 키는 낮은 대신 폭이 아주 넓은 배낭이었다. 장기간 등산을 하면 짐 무게가 40킬로가 넘어, 배낭을 매고는 비틀거리며 겨우 일어설 정도였다. 그때는 그런 무거운 배낭을 짊어지고도 잘도 돌아다녔는데, 지금은 15킬로의 배낭도 힘들다. 요즘 배낭은 등 쪽에 프레임이 들어가 있어 아주 편하다.

한산한 인천공항의 풍경

비행시간은 5시간이 조금 넘는다. 비행기 좌석은 반 정도가 비었다. 10년 정도 전에 저가 항공을 이용하여 태국에 간 적이 있는데, 그때는 못 견딜 정도로 괴로웠다. 그런데 이번엔 아무렇지도 않다. 태블릿 PC로 <달마야 서울 가자>와 <무릎과 무릎 사이> 영화 두 편을 보고, 마작 두 세 게임, 그리고 스도쿠 퍼즐 몇 게임하고 나니 금방 호찌민 공항이다.


태국의 경우 한겨울에 가더라도 공항 밖으로 나가는 순간 무덥고 습기 찬 공기가 확 몰려온다. 마치 한증막에 들어가는 느낌이다. 그리고 그 습기 찬 공기 속에는 고수 냄새와 같은 비릿한 향신료 냄새가 강하게 섞여있다. 그런데 이곳 호찌민 공항은 전혀 그렇지 않다. 약간 덥긴 해도 바람막이까지 입었는데도 불구하고 땀이 날 정도도 아니다. 우리나라 8월 말이나 9월 초 정도의 기온이다. 더위로 인한 불쾌감은 전혀 없다.


호찌민 공항은 밤 12시가 다되어 가는데도 불야성이다. 환전을 했다. 4백 불에 960만 동 정도 된다. 그러니까 60만 원이 960만 동이 된 셈이다. 일이 년 전만 하더라도 60만 원이면 1,200만 동이었는데 베트남 화폐가 상당히 강세다. 우리 원화가 약해진 건지... 그래도 천만에 가까운 돈을 지갑에 넣으니 든든하다.


공항 문을 빠져나가려는데 택시 카운터에서 자기네 택시를 타고 가란다. 값을 물어보니 40만 동 달란다. 너무 비싸다고 거절하고 그랩 택시를 부르려는데 잘 안된다. 주위를 살피고 있으니까 또 누가 달려와 택시를 탈 거냐고 묻는다. 버스를 타고 갈 거라고 대답했다. 실은 예약한 호텔로 가는 버스가 있는지, 그보다도 호텔이 어디에 있는지조차도 모른다. 그러지 말고 그랩 요금으로 해줄 테니 자기 차로 가자고 한다. 마지못한 척 승낙했다. 17만 동으로 호텔까지 왔다.


예상보단 아주 수월하게 호텔로 왔다. 호찌민 공항은 바가지요금으로 난장판이란 경험담을 많이 봤는데, 운이 좋았는지 아니면 그동안 많이 정화된 건지 모르겠다. 호텔은 사진에 보던 것과는 아주 다르다. 꽤 근사한 호텔로 보였는데, 작고 초라한 호텔이다. 방도 일본 비즈니스호텔 객실 정도의 작은 크기이다. 그래도 침대에 누우니 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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