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그리고 내 친구, 가또 에 마미와 에 마미 살롱 드 떼

지금은 없는 서울의 카페들 - 09

by 이정미

2010년 전후, 이름에 ‘에 마미(et M’amie)’라는 어구가 들어간 가게들이 여러 곳 있었다. 성신여대 부근의 아뜰리에 에 마미와 마미 인 더 키친(나중에는 마미 리틀 블랙 팟이 되었다), 분당 정자동의 비스트로 에 마미, 현대백화점 압구정점의 에 마미, 이태원의 카페 에 마미, 홍대 앞의 가또 에 마미, 경복궁 근처의 에 마미 살롱 드 떼. 나는 다른 곳의 가게들에는 가 볼 기회가 없었지만 가또 에 마미와 에 마미 살롱 드 떼를 좋아했다.


그때는 에 마미가 무슨 뜻인지도 몰랐고 이 가게들이 서로 어떤 관계인지도 몰랐다. 지금에서야 검색해 보니 에 마미는 프랑스어로 ‘그리고 내 친구’라는 뜻이라고 한다. 본점인 아뜰리에 에 마미는 지금까지 영업을 하고 있다. 당시 카페 컨설팅 서비스를 겸했다고 들었는데, 그 이야기가 사실이라면 내가 좋아하던 홍대와 경복궁의 가게들도 아마 컨설팅을 받아서 연 가게가 아닐까 싶다.


홍대 앞의 가또 에 마미(Gateaux et M’amie)는 비탈길 옆, 1층과 반지하의 중간쯤 되는 곳에 있었다. 빨간색으로 칠한 외벽이 눈길을 끌었다. 내부는 간결한 디자인이면서도 알찼다. 아담한 공간에 작은 나무 테이블이 옹기종기 놓여 있었다. 흰색 벽에는 원목 재질 위주의 주방용 소품을 걸어 장식했다. 나무 선반에는 심플한 모양의 유리잔과 그릇을 진열해서 판매했다.


가또에마미 04.jpg 눈에 잘 띄던 빨간색의 외관. 출처는 사진에.


간판에 쓰여 있는 French Dessert Cafe라는 말에서부터 알 수 있듯 가또 에 마미는 프랑스풍의 디저트에 집중하는 가게였다. 가짓수는 많지 않았지만 대부분 주문을 받고 바로 구워냈다. 아이스크림도 가게에서 직접 만들었다. 부드러운 겉면을 숟가락으로 뜨면 따뜻하고 진득한 초콜릿이 흘러나오는 쇼콜라 폰당, 달게 조린 사과와 아이스크림을 올린 패스트리인 타르트 따땅이 가장 인기가 있었다. 쇼콜라 쇼(핫초콜릿)도 여러 종류가 있었다. 많이 달지는 않았지만 진하고 묵직해서 음료보다는 디저트에 가까웠다. 싱그러운 로즈마리 향이 물씬 나던 쇼콜라 로즈마리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 음료는 디저트만큼 유명하지는 않았지만 탄산수에 산딸기를 넣어 직접 만든, 새빨간 색이 예쁜 산딸기 소다는 명물이었다.


가또에마미 01.JPG 쇼콜라 폰당. 산딸기 소스나 크림 소스, 또는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추가할 수 있었다.


같은 에 마미 브랜드의 카페인데도, 경복궁역 부근의 에 마미 살롱 드 떼(et M’amie Salon de the)는 가또 에 마미와 여러 모로 달랐다. 작은 공간을 오밀조밀 정성껏 꾸몄다는 것 정도가 공통점이었다. 가또는 빨간색의 강렬한 외관에 비해서 내부는 심플했는데, 살롱 드 떼는 검은색의 차분한 외관과 달리 내부가 제각각 개성 있는 소품으로 꽉 차 있었다. 그릇을 판매하는 것은 두 가게가 마찬가지였지만 그릇의 디자인은 각자 가게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반영했다. 가또가 현대적이라면 살롱 드 떼는 빈티지풍이었다.


에마미 살롱드떼 03.PNG 깃털 달린 전등이 특히 눈에 띄었다. 사진 출처: https://blog.naver.com/luvpoli/220828519351


메뉴도 두 가게가 완전히 달랐다. 에 마미 살롱 드 떼라는 이름에서 ‘살롱 드 떼’는 티룸이라는 뜻이다. 차와 함께 즐길 수 있는 디저트도 물론 갖춰 놓았지만 주인공은 홍차였다. 디저트 카페이고 음료는 조연인 가또 에 마미와는 반대였다. 살롱 드 떼도 에 마미 브랜드의 다른 가게들과 마찬가지로 프랑스풍이었기 때문에, 홍차도 프랑스 브랜드인 마리아쥬 프레르의 제품을 사용했다. 유명한 마르코 폴로와 웨딩 임페리얼은 물론이고 다른 카페들에서 흔히 팔지 않는 제품들도 많았다. 찻잎을 소분해서 판매하기도 했다.


다만 디저트는 특별히 프랑스풍은 아니었다. 케이크와 샌드위치 정도가 있었고, 영국식 티푸드인 스콘도 있었다. 당시로서는 드물게 스콘에 클로티드 크림을 같이 줘서 반갑던 기억이 난다. 이 가게에 처음으로 찾아가게 된 계기도, 어느 블로그에 올라온 사진에서 클로티드 크림을 봤기 때문이다.


에마미 살롱드떼 01.JPG 꼬냑 샷을 추가한 밀크티, 클로티드 크림을 함께 줘서 좋았던 스콘.


확실하지는 않지만 가또는 2009년쯤, 살롱 드 떼는 2011년쯤 문을 연 듯하다. 2010년대 중반에 가또가 먼저 없어지고 그 후 살롱 드 떼도 없어진 것으로 기억한다. 에 마미 브랜드의 가게들은 거의 모두 그 시기에 차례로 없어진 모양이다. 같은 브랜드에 속하면서도 서로 비슷한 점보다는 차이점이 더 많아서 흥미로웠을 뿐 아니라, 브랜드를 떠나서 그 자체로 특색이 있는 가게들이었는데 아쉽다. 틀로 찍어낸 듯한 대기업 프랜차이즈가 아니라 하나의 작은 가게에서 시작한 느슨한 브랜드들이 앞으로도 계속 생겨나고 번성했으면 좋겠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