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드라인이 있었다
"32세엔 무조건 독립해!"
뻐꾸기가 새끼를 날려 보내듯, 엄마의 최후통첩 같은 굳건한 룰이었다.
일본은 20살이면 독립한다는데 그에 비하면 꽤 여유로울지도 모르겠다.
"엄마, 왜 기준이 32살이야?"
"음~ 대학 4년 다니고, 재수랑 취업하며 1년 정도 여유를 준다 치고, 회사 들어가서 5년 정도 돈 모으면 얼추 독립할 때 되지 않을까? 3년은 좀 야박하잖아~. 엄마가 회사 5년 다니고 결혼했거든. 그래서 32살이야!"
그렇구나. 엄마가 세운 기준이 괜찮아 보였다.
오히려 실패에 대한 여유까지 주는 배려에 나는 감사함을 느꼈다.
그때까지는 즐겁게 지내며 돈을 모아야겠다! 그리고 32살에 맞춰 결혼해야지!
그렇게 부모의 그늘에서 오랜 시간을 보냈다.
생각해 보면 독립을 할 수 있는 기회는 많았다.
경기도민으로서 학교도 서울, 회사도 서울로 다니다 보니 지하철 편도로 한 시간 반에서 두 시간이 걸렸다.
즐거운 대학 생활을 위해 잠깐 고시원이나 하숙집을 살아보았지만 아까웠다. 월세로 50만원에 가까운 돈을 아깝게 쓰는 것보다는 힘들더라도 지하철로 통학/통근하는 것이 좋다 싶었다. 지하철에 서서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냈고, 아낀 돈으로 여행을 다니거나 하고 싶은 것을 배웠다.
독립의 로망도 별로 없었다. 주부인 엄마 모습을 보니 식구들 밥 챙기는 것도, 매일 청소하는 것도 힘들어 보였다. 매일 정돈된 침구, 바느질로 실밥 정리해 놓은 깨끗한 옷들, 조미료 하나 안 들어가는 정갈한 엄마표 밥상. 엄마의 일은 끝이 없었고, 엄마는 하루종일 바빴다. 도대체 집안일만 하는데 엄마는 왜 이렇게 힘들고 바쁜지 모르겠다. 이렇게 힘든 것이라면 직장을 다니는 나는 최대한 독립을 늦춰도 괜찮지 않을까?
조금씩 독립을 향한 데드라인은 가까워오고 있었다. 내 인생의 변화가 오고 있다!
내 인생에 결혼은 당연했다. 오래 만난 사람이 있었기도 했지만, 애초에 결혼을 안 하는 삶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사랑하는 사람과 미래를 꿈꾸는 게 얼마나 낭만적인가! 혼자 살 이유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