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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니엘 May 02. 2024

남편 없이 신혼생활 시작합니다

독립을 시작하다



내 나이 32살. 남편과 함께 할 결혼이라면 해보고 싶은 게 많았는데, 혼자 생활하려니 무얼 해야 할지 모르겠다. 예쁜 신혼 생활을 하고 싶었던 욕망과 그럴 수 없는 현실 사이에서 머물렀다. 멘붕이다. 충격과 허무함과 상실과 공허함 등등 복합적인 감정이 나를 짓눌렀다. 씁쓸하지만 그게 나의 현실이었다.




내 결핍(욕심)은 내가 스스로 채우는 거라고 그랬다. 그래야 성숙한 성인이라고.


결혼으로 내 욕심을 채우려고 한 게 문제였을까. 예쁘게 요리 만들어서 함께 먹기, 아침 챙겨주기, 회사 갈 때 배웅하기, 주말에 함께 취미생활하며 추억 쌓기, 넷플릭스 영화 드라마 함께 보기, 집안일 함께 하기, 맛있는 야식 먹으며 도란도란 이야기하기 등등. 연애 때부터 함께 하기를 좋아했던 나는 결혼해서도 '함께'를 원했다. 나는 하고 싶은 게 참 많았다. 내가 신혼 생활로 하고 싶은 게 사회 통념상 잘못된 건 아니라 생각했다.


결혼은 상대를 이해하고 인정하는 끊임없는 수행이랜다. 행복한 날보다는 서로 슬픔을 감싸주며 힘들 때를 같이 채워줄 수 있어야 한단다. 인생의 굴곡 없이 자라서 상대의 깊은 내면을 이해하고 감싸줄 힘이 부족했을까. 도전하고 나아가는 것은 자신 있어도, 여유 있게 머무르고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이 문제였을까 자꾸 내게 원인을 찾았고 속상하고 억울한 마음도 넘쳐났다.


마음을 다스리는 것과 별개로, 내 시간은 넘쳐났다. 심심해, 할 게 없어, 뭐 하지. 인간은 가지지 못한 것에 엄청난 집착이 생긴다 했을까. 내 마음속 깊은 욕망과 내면을 바라봐야 했다. 난 정말 결혼이 하고 싶은 건 맞았을까? 그 사람이 아니라면 결혼은 내게 어떤 의미이지? 그렇게 가치를 둘만한 것이었을까. 혼자라도 해보면 마음을 알 수 있지 않을까.




한 사람에게 주고 싶었던 무한하고 넘치는 사랑을 나 자신과 주변 사람에게 주기로 했다. 아직도 주지 못한 사랑이 차고 넘쳤다. 그가 없어도 나는 내게 주어진 시간을 살아야만 했다.


(친구/동생을 초대해서) 예쁘게 요리 만들어서 함께 먹기, (동생의) 아침 챙겨주기, 회사 갈 때 배웅하기, (친구/가족들과) 주말에 함께 취미생활하며 추억 쌓기, (혼자/동생과) 넷플릭스 영화 드라마 함께 보기, (동생과) 맛있는 야식 먹으며 도란도란 이야기하기, (혼자) 집안일하기.

- 동생.... 어부지리 ㄱ이득!


그렇게 전략을 바꿨다. 지금 이 시점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동생은 혈연이니 자연스레 내 곁에 있었다. 30년간 즐거움을 함께 한 가장 친한 친구였고, 그가 다른 누군가와 연애하기 전까지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동생을 잡아두진 않는다. 나는 매번 동생에게 이야기한다. 좋은 사람 생기면 얼른 가라고. 언젠가 동생이 연애 및 결혼한다면 내가 느낄 외로움과 심심함에 대한 마음의 준비도 해야 한다.)


지금 할 수 있는 건 하나씩 해보기로 했다. 뭐라도 해야겠다 싶어 하루하루 하고 싶었던 것을 해보았고, 정신없이 시간을 채운 2년이 지난 지금에야 깨닫는다. 나는 나 홀로 신혼생활을 끝냈다는 것을!



슬픈 일이나 괴로운 일은 머지않아 희미해지기 마련이니까. 하루하루 기억을 쌓으면서 과거를 덮어나가는 거야. 산다는 건 그런 거니까. -가토 겐



나는 마음이 많이 아팠지만, 앞으로 나아가야만 했다. 내게 없을지도 모를 신혼 생활을 기다리기만 할 수는 없었다. 긴 시간을 멍하니 있을 수만은 없다. 내 결핍(욕심)을 건전하게 채워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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