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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니엘 May 07. 2024

독립의 시작은 집 인테리어 꾸미기

내 공간을 만드는 시간


독립은 쉽지 않았다. 코로나 시기에 집은 가뭄에 콩 나듯 나왔고, 힘들게 구한 집에 내 스타일에 맞게 인테리어를 하나씩 고르는 일도 어려웠다. 몇 달이 걸렸다. 새시, 도배, 가전제품, 인터넷 TV.. 맨 땅에 헤딩하는 기분이었다. 동네 인테리어 가게 세 곳 정도를 들러 상담하고 일정을 잡았다. 통신사도 새로 가입하고 결합해야 다. 하나를 끝내면 또 다른 모르는 분야가 기다리고 있었다. 이렇게 모르는 것이 많았었구나.. 휴우, 세상은 끊임없이 알아야 할 것 투성이었다.


다들 코로나로 집에만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지자 집 인테리어가 유행했. 그런 사회적 분위기에 편승해 나도 열심히 알아보았다. 집이 생겼으니- 이왕 살 집이니- 사는 동안에는 애정을 가지고 잘 살고 싶었다.


대 공사였다.


기초 공사가 마무리되자, 세세한 가구들을 찾아봐야 했다. 이케아와 마트를 찾아다니며 트렌드와 내 취향을 비교했고, 인터넷으로 검색하며 내 마음에 드는 가구들을 고르고 또 골랐다. 여러 후기도 쓰며 사은품도 받았고, 파격 할인하는 가성비 좋은 마트 상품(ex. 스탠드, 서랍장, 그릇 등등)을 득템 했을 때는 재밌었다. 하나씩 채워지는 모습에 뿌듯하기도 했지만 지금 뒤돌아 생각하면 그 과정이 너무 어렵고 힘들어서 다시 하라면 못할 것 같기도 하다.


인테리어 소품도 너무 다양해서 어려워


그렇게 하나씩 나의 공간이 채워졌다. 침실, 옷방, 베란다, 거실, 화장실까지 내 손이 안 간 곳이 없었다. 누군가와 함께 하고 싶었던 시작을 혼자 꾸역꾸역 해나가는 일은 멋지긴 하지만 그만큼 씁쓸함이 배어있었다. 열심히 공간을 채울수록 그만큼 내 마음 안에는 어둠이 생겼다.


이상한 마음이었다. 사람은 분명 혼자서도 든든히 서있어야 한대서 악착같이 열심히 했는데, 혼자 해낼수록 공허하고 슬펐다. 내게 주어진 인테리어를 하나씩 완성하고 공허에 드러누웠다가 다시 힘내서 또 하나를 힘들게 완성했다. 나아가고 나아가고- 그렇게 간을 반복했다. 속되는 담금질, 해야 하는 일과 다잡아야 하는 마음을 끊임없이 제련하며 시간을 버텼다. 무치게 힘든 나날이었다.




베란다는 나의 작은 힐링 공간 ♡


나는 집안의 모든 공간을 애정한다. 내 작은 손길이 구석구석 담긴 공간들이다. 나를 위한 편한 동선. 블루 코발트색 주방에서 간단하게 한끼 요리를 하고는 TV 앞에 앉아 음식을 냠냠 먹으며 오늘은 무슨 영화를 볼까~ 넷플릭스를 시청하곤 한다.


힐링을 누리고 싶을 때면 베란다의 흔들의자에 앉아 인조잔디의 초록빛을 느끼며 풀밭에 앉아 쉬는 것처럼 순간을 만끽한다. 조용히 책을 읽기도, 잔잔한 유튜브 노래 음악 속에서 눈을 감고 깊게 숨을 쉬기도 한다.


다크 브라운 색의 아늑하고 편안한 서재에 앉아서 하고 싶은 공부를 할 때도 평온하다. 드레스룸에서 계절옷을 바꾼다고 집안을 뒤집을 때도 뿌듯하다. 공간의 힘은 위대하다.


그래, 이것이 내게 주어진 행복의 크기구나. 내게 주어진 공간의 안정감에 만족하고 감사하려고 노력하며 하루하루 살아간다. 오늘의 나는 어떻게든 살아가고 있다.



라고 합니다. 괴테여 무슨 삶을 산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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