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thinking cloud Oct 23. 2021
점포냐 주차장이냐 그것도 문제로다.
빌라를 짓기 전에 건물주가 고심하는 부분이다. 1층을 주차장으로 쓸 것인가 점포를 만들 것인가에 따라 건물의 구조가 바뀌고 수익도 바뀐다. 희망동 원룸촌의 경우는 반반이다. 점포를 선택한 빌라와는 다르게 주차장을 선택한 빌라는 싹 다 필로티 구조이다. 지하를 팔 수 없기 때문에 주차장으로 쓸 공간이 1층밖에 없다. 기둥 몇 개 가 건물 전체를 떠받치고 있는데, 주말 낮에 차가 없을 때 필로티 건물이 모인 곳을 지나가면 물 빠진 태국 수상마을이 이런 모습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점포를 선택한 건물이 월세도 받고 수익률 면에서 유리하다고 보이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 차가 있는 사람은 주차 가능 여부를 중요하게 따진다. 주차장이 없어서 세입자를 놓치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이다. 약간 넓은 길을 접한 코너의 건물이 필로티인 경우는 모르는 차들이 드나들어서 문제다. 주차장 입구에 콘을 세웠다가 쇠사슬을 걸었다가 최후의 수단으로 자동 개폐기를 설치하기도 한다. 건물주가 웬만하면 건물에 큰돈 안들이려고 할 텐데 마음고생이 어지간한가 보다.
1층을 점포로 만들고 주차장을 포기한 빌라의 경우는 짜투리 공간에 밭전(田)자 주차장이 흔하다. 이중 주차를 할 수밖에 없는 형태다. 그나마도 1층 점포가 여는 시간에는 점포 손님들이 주차하도록 배려를 안 할 수 없다. 첫 원룸이었던 발렌타인이 밭전자 주차장이었다. 내가 안쪽에 세워둔 날은 앞 차에게 빨리 차를 빼 달라고 전화했고, 내가 앞쪽에 세운 날은 차를 빼 달라는 전화가 왔다.
개인적으로는 필로티가 원룸에 맞다고 생각한다. 원룸도 널널한 주차대수 확보가 필요하다. 현재 살고 있는 르네상스는 15개의 방으로 되어있는데, 주차는 여덟 대까지 가능하다. 그 자리는 밤에 어김없이 가득 찬다. 자기 원룸에 대지 못한 차들은 도로가로 넘어온다. 밤늦게 도로가에 줄지어 쉬고 있는 차들을 보면 주차 문제도 원룸촌의 불편사항 중 하나로 칠 수 있겠다.
필로티 구조로 1층을 차에 내어준 빌라들도 가만 보면 옳은 주차공간이 안 나오는 자리를 발견한다. 통로가 없는데 주차선을 그어놓았거나 앞에 차를 대면 뒷차가 빠져나갈 수 없음이 명백한데도 떡하니 앞자리에 주차선을 그어 놓는다. 차를 못 대는 자리는 그냥 죽은 공간이다. 나중에 보면 그런 자리는 오토바이가 차지하고 있다. 땅 값 비싼 줄 알고 어떻게든 써먹는다.
이따금 동네에 주차된 차들을 눈으로 훑는다. 준중형, 중형, 국산, 검은색, 흰색, 회색 이 낱말들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차가 대부분이다. 그랜저급도 잘 없는 것이 다들 사는 게 빤한 모양이다.
여자들은 모르겠는데 남자들은 그 사람이 타고 다니는 차로 재력을 판단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
'중국음식점 오래 하신 사장님이 마셰라티를 모닝 중고처럼 끌고 다닌다'
'10평짜리 횟집 하면서 마이바흐 모는 사람 처음 봤다'는 식의 평이었다.
국산 중형차를 몰던 지인이 등급이 높은 국산 신차로 바꿀지 외제차 중고로 바꿀지 고민을 했다. 며칠 뒤에 본 그분의 차는 외제차 중고였다. 차가 그 사람의 능력을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면 현재 내 능력은 15년 된 중고 국산 준중형이다. 내 능력이 이거 밖에 안 돼? 아니. 보이는 게 다가 아니라고 마음을 다잡는다. 다른 사람의 능력도 스윽 훔쳐본다. 르네상스 세입자들의 차는 모두 국산 (준)중형인데, 건물주 차만 신형 그랜저다. 헐. 이런...... 차를 확 바꿔?
오다가다 그 빌라 입주자의 차로 추측되는 고가의 차를 보면, 이런 차 타는 사람이 원룸촌에 왜 살지? 이 차 살 돈을 보태서 집이나 사지, 하고 반사적으로 반응한다. 은연중에 나도 차로 사람을 평가하고 있었다. 능력이 아니라 경제관념까지도. 차 하나로 사람을 어디까지 알 수 있고 오해할 수 있는가. 의식하니 부끄러웠다. 아직 깨지지 않은 돌덩어리가 머릿속에서 떡하니 굴러다니고 있었다.
내 차는 삼백만 원을 주고 샀다. 무리하지 않으면서 당시에 내가 살 수 있는 가장 좋은 차를 산 것이었다. 다른 차도 사정이 비슷비슷할까. 아니길 바란다. 더 좋은 차 살 여유 있는데 그냥 막 타고 다니려고 산 차라고 해줘. 다 나 같은 사정으로 차를 샀다는 건 동네 전체가 다 형편이 거기서 거기라는 말 같아서 서글프다. 그래도 이런 차에 대한 단상 또한 포스라운 일일지 모르겠다. 단칸방 살면서 꼭 차 몰고 다닌다고 비판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