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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눈 비 그리고 바람 Mar 03. 2024

쓰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꿀팁

쓰기 설명서 그 여덟 번째 이야기

 오늘은 쓰기에 대한 작지만 결코 사소하지 않은 기술 몇 개를 준비했다. 어떻게 보면 쓰기에 대한 정석은 아니고, 잡기능 정도라 할 수 있다. 이런 소소한 능력이 모여 큰 틀에서의 글쓰기 재미와 흥미가 형성되는 것 같다. 


쓰기의 기술이라 함은 남을 더 끌어들이기 위해서보다, 자신의 이야기를 어떻게 하면 가장 쉽고 정확하게 말할 수 있을지에 대한 집중 능력이다. 계속할 수 있음에 대한 동기부여이기도 하다. 거두절미하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 보자.


첫 번째로 접속사 쓰지 않기다. 접속사는 접속부사라고도 하는데 그만큼 부사의 성격이 강하다. 그래서, 그런데, 그렇지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때문에, 왜냐하면 과 같은 단어들이다. 자신의 글을 잘 살펴보라. 이런 접속사가 과연 몇 개나 나오는가? 꼭지 하나당 한 개씩 나온다면 당신도 접속부사를 남발하고 있을지 모르겠다. 


나도 처음에는 의아했다. 논술시험이나 수능을 위한 지문 읽기에서는 접속사 파악이 중요한 단서였다. ‘그래서’로 시작하면 이전 문장의 요약, 보충, 부연 설명과 같은 글이 전개될 것이고, ‘그러나’ 또는 ‘하지만’이 오면 반대의 의견을 이어갈 것이라 배워왔다. 지금껏 이렇게 배워왔는데 쓰기에서는 가급적 사용하지 말라니. 내가 받아들이기 가장 어려웠던 사실 중 한 가지다.


글 처음 막 쓰기 시작했을 때의 글을 봤다. 앞문장마다 접속사가 간판처럼 붙어있다. 그중에서 ‘하지만’이 제일 많았다. 뭐가 그렇게 반증하고 싶었을까. 읽을 때는 몰랐는데 읽고 나면 무언가 부정적이 글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앞서 내가 설명하는 글 말고 보여주는 글 쓰라고 했던 적이 있다. 접속 부사도 많이 쓰면 설명하는 글이 될 수 있다. 뒷문장에 올 내용의 결을 미리 말해줌으로써 결말을 알고 보는 드라마 같다랄까? 정보와 사실 전달 위주의 글이라면 다를 수 있다. 논리의 흐름을 보고 접속사로 끊어주며 반전을 꾀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그런 글이 아니라면 남발하지 말자. 자칫 지루하거나 상투적인 글이 될 수 있다.


접속사는 습관과도 같다. 계속 써와서 쓰는 것이지 안 써보면 또 괜찮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빼보면 안다. 오히려 담백하기까지 하다. 너무 설명하려 들지 말고, 뻔한 말로 이어가지 말라. 요즘 세상에는 착해도 문제이듯, 글도 마찬가지다. 독자와 적당한 선에서 밀고 당기기는 오히려 글맛을 살리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두 번째로 ~인 것 같다. 일지도 모른다와 같은 불확실한 문장을 쓰지 말자. 글은 자신의 생각 말하기다.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데 애매한 말로 나열하면 이상하지 않은가? 자신의 생각이 무엇인지도 모르는데 글을 이어가는 사람 같다. 글 쓰는 사람이라면 최소한 자신에 대해서는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읽는 이는 쓰는 이 가 내려놓은 단단한 문장을 디딤돌 삼아 행간을 넘어 다닌다. 밟으면 미끄러질지도 모르겠다와 같은 말은 내 글을 읽지 말라는 것과 같은 말이다.


~이다. ~다 와 같은 확실한 문장으로 끝을 맺자. 설령 잘 모르는 내용이면 쓰지를 말자. 아니면 자료를 찾아 확실하게 전달하자. 모르는 내용은 모른다고 말하고 아는 것은 명확하게 쓰는 습관이 필요하다. 이는 글에 대한 예의이고 상대에 대한 배려다. 설익은 생각과 추측만을 가지고 자기가 대단한 사실을 쓰는 것 마냥 하면 안 된다. 독자는 안다. 당신이 알고 쓰는지 모르고 쓰는지를. 


세 번째는 조금 의아할 수 있겠지만 단문으로만 쓰지 말자. 앞서 단문 쓰기를 강조한 적 있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너무 짧게 쓰면 이야기의 흐름이 끊어진다. 분명 단문의 힘은 강하다. 군더더기 없음과 말하고자 하는 것에 본질을 건드리는 활자의 본분 같다. 여기에도 함정은 존재한다. 계속 단문을 쓰면 하고 싶은 말이 금방 끝날 수밖에 없다. 너무 건조하고 딱딱해 밋밋한 글이 될 수 있다는 거다.


지금 돌이켜보니, 장문을 쓸 줄 아는 사람이 단문도 잘 쓰는 것 같다. 단문만 쓰겠다는 생각만 머리에 가득하면 생각도 끊어지게 마련이다. 짧게 쓰겠다고 틀을 정하는 것보다는 자연스럽게 활자를 내려놓아 보자. 퇴고하는 과정에서 리듬을 타며 장문과 단문의 비율을 조절하면 된다. 악보에도 8분 음표만 있는 것보다, 4분 음표 2분 음표가 같이 어우러지면 한층 더 생동감 넘치는 글을 쓸 수 있는 거니까. 비율은 말할 것도 없이 단문의 비율이 높아야겠지.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부분인데, 바로 거짓말하지 말자이다. 주변에 보면 재미있는 이야기 꾼들이 있을 것이다. 이들은 이야기를 100% 진실값으로만 하지 않는다. 자신의 생각을 더하고 조미료 좀 더 쳐서 살짝 과장도 덧붙인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이야기를 말하면 그렇게 재미가 있다는 것을 아는 눈치다. 글도 이렇게 쓰는 사람이 있다. 


뭐 그래 어느 정도의 양념은 무방하겠지 한다. 어차피 내 이야기를 하는 것이고, 내 머릿속에 들어갔다 나오지 않은 이상 아무도 모를 것이니까. 완벽한 범죄를 꿈꾸며 글로 쓰고 만다. 이는 범죄행위는 아니지만, 글쓰기 세상에서는 범법행위와도 같다. 나도 거짓말로 글을 써봐서 안다. 거짓말을 글로 옮기면 뒤에 가서 고생한다. 처음만 쓰고 말 것이라면 상관없겠지만 한번 조미료 맛을 봐버린 이상 쉽게 끊을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나중에는 거짓말이 거짓말을 부르고, 다시 쓰는 것 이외에는 답이 없는 삭제의 저주가 이어질 것이다.


꼭 글이 감칠맛이 돌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날은 담백하기도 하고 어떤 날은 짜기도 하고, 또 어떤 날은 달달하기도 하다. 우리네 삶과 닮아있다. 글은 우리를 초월할 수 없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둘 중 하나가 먼저 앞서 나갈 수야 있겠지. 어떻게든 글을 쓸 수는 있겠지만 오래 쓸 수는 없을 것이다. 글 하루 이틀 쓰다 말 것은 아니지 않은가?


글 쓰는 데 있어 필요한 꿀팁 몇 개를 써봤다. 이중에는 몸에 익어서 잘 지켜지는 것도 있는 반면에, 의식하지 않으면 지켜지지 않을 규칙도 존재한다. 모두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어떻게 하면 출발선에 멀어져도 오랫동안 글을 쓸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오래 쓰려면 덜 힘들어야 한다. 덜 힘들고 싶으면 나름의 규칙과 기준이 있어야 한다.


나는 이런 것들을 모으고 또 모은다. 세상을 글로 가득 채우려는 욕망이 끊이질 않는다. ‘왜?’라는 물음 몇 번에 쓰기의 근간을 흔들기도 하지만 다져주기도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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