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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 건 원래 다 그런 거야

by 눈 비 그리고 바람

호흡이 어렵다.

숨을 쉴 수가 없을 만큼 가슴이 조여 온다. 가슴 가장자리부터 새까만 답답함으로 물들었다. 내 폐가 잔뜩 쪼그라드는 상상을 한다. 공기가 가시처럼 목을 긁고 지나갔다. 나 이대로 괜찮은 걸까? 결국 또 이런 말이 내 폐에서 식도를 타고 터져 나왔다.


이제는 익숙하다. 3년 전 일태기, 코로나가 잘라가 버린 생활패턴, 마흔에 대한 두려움과 실제로 나를 덮쳤던 암담함까지. 그때도 마찬가지였다. 숨을 쉬지 못했고 잠을 잘 수 없었다. 눈만 감으면 두근거림이 몰려와 나를 쿡쿡 찔러댔다. 다시 그 익숙한 통증이 그때의 불안을 떠올렸다.


이유 없는 두근거림, 가슴이 모두 비어있거나 새까맣게 타버렸을 듯한 공허함, 지금껏 헛살았을 것 같은 자괴감까지. 나쁜 감정은 더 나쁜 감정을 끌어들이는 힘이 있었다. 잿빛으로 타들어간 생각은 불행을 모조리 흡수해 응축하는 것 같았다. 아래로 더 아래로 가라앉는 기분이 든다. 거의 소진될 때까지, 더 이상 부정스러운 기억마저 떠올릴 힘조차 없을 때까지.


끝없이 내려앉는 기분이 들었지만 무섭지는 않았다. 물속에서 가장 공포스러울 때는 허우적 대던 팔다리에 아무것도 닿지 않을 때다. 살아야겠다는 생각 때문에 아무거나 잡겠다는 심정이지만 아무것도 잡히지 않는다. 모든 희망이 무너져 내리고 만다. 이제는 나도 알고 있다. 당장에 못난 감정이 엎친데 덮친 격으로 나를 감싸고 있을 때, 그때는 가만히 내버려 두는 게 좋다는 사실 말이다. 허우적 대지 않으면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감각할 이유도 없으니까.


못났고 새까맣고 거대한 존재인 듯 보여도, 가만히 들여다보면 별것 아닌 감정들 뿐이다. 소나기는 세차게 내릴수록 빨리 지나간다. 당장에는 모든 걸 삼켜버릴 듯 보여도 계속 그렇게 내릴 수 없는 것처럼. 이 또한 지나간다는 말로 위로하지 않는다. 내가 힘든 이유는 내가 가진 힘보다 더 큰 힘이 잠시간 나를 누르고 있을 뿐이다.


내가 필라테스를 하는 이유, 내가 뛰고 있는 이유, 내가 팔 굽혀 펴기를 하는 이유, 내가 글을 쓰는 이유까지. 모두 다른 행동이지만 원하는 결과는 모두 같다. 근육을 한계로 몰아 더 큰 근섬유를 얻는 방법을 알기 때문이다. 큰 고통이 있을수록 나를 바로 잡는 힘은 클 수밖에 없다.


마흔으로 살아보니 알 것 같다. 세상 나쁜 습관은 모든 일이 순탄하게 흘러가게 두는 것이다. 주어진 각본 대로 살며, 요철 없이 성공하는 일이 가장 불행한 일 같다. 내가 허리 디스크가 터지지 않았다면, 내가 일태기와 우울증이 오지 않았다면, 단 몇 줄을 써 내려가지 못해 포기했다면 어땠을까?


아마도 몸은 더 굳어져 주워 담을 수 없었겠지. 지금 내가 평온한 연휴에 책상에 앉아 글 쓰는 일도 없을 테니까. 고통은 시작이자 끝일 것이다. 나는 그 사이쯤 어딘가를 오가며 확신으로 나아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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