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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막나비 Oct 01. 2022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도움을 주려는 선한 마음

  

우연히 TV를 보다 <미스테리 듀엣>이라는 방송에서 김호중과 이응광의 일화를 알게 되었다. 20살 성악가를 꿈꾸는 학생이 한번 만나보고 싶다는 메일을 보내자 이미 세계적인 성악가 였던 이응광씨는 흔쾌히 스위스로 오라는 메일을 보냈다고 한다. 당시 신혼이었던 이응광씨는 일주일 동안 자기 집에 머무르게 하며 어린 학생에게 자신이 무리 없이 할 수 있는 선에서 도움을 주었다. 김호중 씨는 그때 기억을 회상하며 노래하는 내내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나 역시 인생을 되돌아보니 ‘나도 모르게 작은 호의를 베풀었던 사람들’에게 큰 매력을 느꼈던 것 같다. 따지고 보면 큰 호의는 아니었다. 예를 들자면 바쁘게 돌아가던 인턴 생활 중 깜박 잊고 차트정리를 못해 발을 동동 구르며 달려갔는데 누군가가 대신 차트를 정리해 주어 위기를 모면했던 일이 있었다. 사소하지만 기대하지 않았기에 더욱 감동적인 배려였다. 나중에 평소에 별로 친하지 않은 반 친구가 그랬다는 사실을 알고 그에게 큰 인간적인 매력을 느꼈던 기억이 있다. 무연고지인 부산에서 아이를 출산하고 산후조리원에 있을 때 전혀 예상치도 않았던 선배 언니가 아이 옷을 사 들고 와 축하해 주었을 때의 감동은 지금도 잊히지 않고 언니에 대한 애정을 깊어지게 했다. 그리고 어떤 식으로든 그 사람들에게 받은 ‘ 대가 없이 베푼 작은 호의’라는 숨겨진 보물을 누군가에게 다시 선물해주는 전달자가 되고 싶었다.      

지쳤다고 생각될 때마다 꺼내 보는 영화가 있다. 바로 우리에게 <안경>,<고양이를 부탁해> 등으로 알려진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의 <카모메 식당>이라는 영화이다. 주인공 사치에는 아무런 연고도 없는 헬싱키의 모퉁이에 작은 동네 식당을 열지만 한 달째 손님은 없다. 하지만 온화하고 안정적인 그녀의 마음 주변으로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한다. 일본만화 애호가인 토미가 첫 손님으로 와 ‘독수리 오형제’를 묻는다. 기억이 날 듯 말 듯 한 사치에는 우연히 서점에서 일본인 미도리를 만나 토미를 위해 ‘갓챠맨’ 주제가를 묻는다. 눈을 감고 세계지도를 찍어보니 핀란드여서 여행 오게 되었다는 미도리에게 사치에는 특별한 계획이 없으면 자신의 집에서 지내는 것은 어떤지 물어보며 호의를 베푼다. 비행기 환승 중에 짐이 사라져 찾을 동안 헬싱키에 머무르게 된 마사코도 <카모메 식당>에 머물며 마음의 안정을 찾는다. 그러던 중 매일 식당 안을 째려보던 여자가 불쑥 들어와 술 2잔을 마시더니 그대로 뻗어버리는 사건이 일어난다. 다 같이 여자를 집에다 데려다주러 가서 여자가 바람나서 집 나간 남편 때문에 슬프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마사코는 자신이 ‘20년 동안 아프신 부모님을 모시고 살았는데 최근 두 분이 돌아가시면서 좀 그런 말이긴 하지만 20년 만에 족쇄가 풀린 느낌’이라고 말하며 여자를 위로한다.      

갈등이라고는 없는 영화이지만 많은 사람이 보고 또 보는 이유가 뭘까? 왠지 힘들 때 <카모메 식당>에 가면 자신도 사치에의 조건 없는 배려의 온기로 따뜻해지지 않을까 하는 상상 때문인 것 같다. 주인공 사치에를 중심으로 등장인물들이 모여드는 이유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녀의 대가를 바라지 않는 ‘작은 배려’의 향기에 이끌린 것이다. 동시에 그녀의 배려로 마음이 따뜻해진 사람들은 또 타인에게 자신이 받은 온기를 전달하고 싶어 한다.      

타인에 대한 열린 마음을 가지고 도와주려 애쓴다. 관계 동냥을 하지 않고 ‘나답게 사랑받고 싶다면 오늘부터 작은 배려를 연습하자. 주의 사항은 절대 상대가 알아차리길 기대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오히려 부담스러워할 수도 있다. 츤데레가 하듯 은근하면 은근할수록 더욱더 효과적이라는 점 명심하시길. 이런 작은 배려들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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