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기쁨

6주 차, 임신 소식 전하다

by Reen



임신 사실을 가족들에게 대대적으로 처음 알리게 된 장소는 동생 결혼식장이었다.



임신 초기에는 몸조심해야 한다는 얘기를 듣고서 마음은 조심조심, 겉으로는 티 내지 않고 동생 결혼식이 진행될 때까지 가족들에게 알리지 않았다.



식이 다 끝나고 뷔페에서 첫 번째 접시를 비우고 난 뒤에야 말할 타이밍이 생겼다. 정확히는 마음의 준비가 됐달까. 손님들 챙기느라 바쁘다가 한숨 돌리는 아빠에게 남편과 함께 처음 그 소식을 전했다.



아니나 다를까. 아니 그 이상의 반응이었다. 아빠는 이제껏 본적 없이 함박웃음을 띠면서 남편과 격한 기쁨의 악수를 나눴다. 진심으로 축하한다는 말을 거듭하면서 말이다.



두 번째 접시를 채우러 자리를 비우고 돌아온 사이 내 임신 소식은 삽시간에 친인척들에게 퍼졌다. 여기저기서 축하의 말을 전해왔다. 얼떨떨하면서도 기뻤다. 내 인생에 이런 경사를 전할 날도 오는구나.



평소 손녀딸의 손주를 보고 싶어 하던 친할머니는 소식을 듣고 몹시 기뻐하셨다. 눈물이 살짝 비칠 만큼. 임신했을 때 좋은 음식도 많이 못 먹고 낳고 나서도 오히려 눈치 보고 고생하셨다면서 사랑하는 손녀딸의 아기는 안고 싶으셨나 보다.



그동안 손주 얘기만 꺼내면 말하지도 말라고 한소리 하는 손녀딸 무서워서 입을 꾹 닫고 계셨는데 이제는 마음껏 축하해 줄 수 있게 되서일까. 할머니의 눈은 그날따라 애틋했다. 어린 시절 8할은 할머니 손에 컸으니 이제야 손주로 효도하게 되는 셈이다.



하지만 딸의 임신소식에 엄마만큼 마음이 뭉클해지며 희열을 느낄 사람은 아마 없을 거다. 뱃속에 10달 동안 직접 품고 있던 그 애기가 어른이 되어 또 다른 애기를 품게 됐으니..



그런데 예상과 달리 평소 밝고 명랑한 소녀 같은 엄마 모습치곤 꽤 담담한 반응이었는데, 돌아보니 다른 건 둘째치고 내 건강부터 신경이 쓰이셨나 보다. 임신기간 틈틈이 보내온 반찬에는 엄마의 사랑이 담겨있었다.



내가 임신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한 나날도 있었기에 임신 소식을 전하기 전까지만 해도 괜히 부끄러웠다. 기쁜 소식을 빨리 전하고 싶어 안달이 났던 남편만 아니었다면 임신 사실을 더 늦게 알렸을 것이다.



그런데 막상 많은 가족 어른들에게 축하와 격려를 받게 되면서 임신 소식을 전한 일만으로도 한 뼘 성장한 것 같아 감사했다. 이미 자녀를 낳고 길러본 부모 선배들로부터 공감을 얻고 기운을 받으니 후배인 나도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도 생겼다.



한 생명을 품으며 인간은 진정 어른의 길로 접어드는 게 아닐까. 거친 세상 풍파 속, 자식 농사 위해 온갖 볼 꼴 못 볼 꼴 다 보면서 철없던 시절 지나 철이 들겠지 미리 짐작해 본다. 임신과 출산 그 후 새로운 삶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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