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주 차, 안전제일
임신 초반 위시리스트 중 하나가 해외 태교여행 가기였다. 임신 전 주변 지인들의 임신 소식과 더불어 베트남이나 괌 등 휴양지로 떠난 사진들을 보니 내심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나 보다.
둘이 셋 되기 전, 남편과 마지막으로(?) 단둘이 떠나는 로맨틱하고도 신나는 태교여행을 꿈꿨는데 임신부가 되고 나서는 생각이 유연해졌다. "해외여행 당장 안 가면 어때. 안전하고 건강한 출산이 더 중하지."
물론 임신 중기에 흔히들 떠나는 해외 태교여행이 마냥 위험하지는 않을 거다. 안전을 위해 여러기지 준비를 더 잘할 수밖에 없고, 변수가 있지 않는 한 여행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힐링 효과가 더 클 테니 말이다. 그러니까 다들 해외로 태교여행을 가는 일이 다반사겠지.
하지만 아무래도 임신은 처음이라 조심스러운 마음이 들어서일까. 서울 근방에서 콧바람만 잘 쐐도, 동네 산책만 살살해도 기분전환되고 좋았다. 해외로 태교여행을 갈 바에야 차라리 아기가 세상에 나오면 그때 함께 떠나는 해외여행을 준비하는 게 더 나을 거 같다는 생각도 처음 들었다.
해외여행을 무척 좋아하던 나인데 이런 생각에 영향을 미친 사건들도 있었다. 2024년 12월 문턱에 들어서면서 갑자기 계엄사태가 터졌고(아주 잠깐이었지만) 그 여파로 환율이 1500원대를 향해 치솟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는 제주항공 사고까지 발생하면서 해외여행이 망설여지게 됐다.
당시 외국인 국내 여행은 취소가 늘어난 반면 내국인 국내 여행객은 오히려 늘었다는 뉴스를 봤다. 사람 생각이 크게 다르지는 않은가 보다.
언젠가 주변 결혼 선배들 중 하나가 해외 태교여행은 사진발이 전부라고 한 말이 생각난다. 당시 들을 때에는 별로 와닿지 않은 말이았는데 어쩌면 그게 맞다 싶었다. 아니면 무의식 중에 주워 담은 이 말로, 마음 한구석에 남아있던 해외여행 욕구를 스스로 잠재우려고 한 건지도.
아무튼 어차피 안 간 거, 못 간 거 다행히 크게 아쉽거나 후회되지는 않았다. 첫째 아이를 건강하고 안전하게 낳을 수 있길 가장 바랐는데 감사하게도 바람대로 됐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둘째 아이를 가지게 될 즈음엔 가고 싶을 것 같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때는 즐기는 마음으로 다녀올 수 있길. 세상도 별일 없이 보다 나아져있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