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주 차, 하고 싶은 일을 찾다
임신과 관련해 가지고 있던 편견 중에 생활에 많은 제약이 따를 거란 생각이 있었다. 결혼하고 나서 임신이란 게 막연히 두려웠던 이유다. 한창 일해야 할 때인데 임신하게 돼서 일을 못하면 어쩌지 하는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그런 마음이 사그라들 즈음 시의적절하게 아기천사가 찾아왔다. 임신테스트기에 나타난 선명한 두 줄이 다행히도 반가웠다. 일도 어느 정도 안정기에 접어든 시기. 가족계획을 본격 실행에 옮긴 지 2-3개월 만이다.
임신 초기에는 감사한 마음 한편에 다소 아쉬운 심정도 있었다. 이듬해 봄 교환학생 시절 인연을 맺은 현지인 친구 결혼식에 참석하려고 말레이시아 여행을 계획했었는데 하필 날짜가 출산 직후와 맞물려 못 가게 돼서다.
당분간 여행은 못 가겠구나 하는 생각에 이어 말로만 듣던 육아전선에 뛰어들게 된다는 생각이 걱정을 낳았다. 내가 잘할 수 있을지, 커리어적으로도 앞으로 하고 싶은 게 많은데 쉬게 돼도 괜찮은 걸지 마음이 심란했다.
이런 걱정을 어디 나만 했겠냐만은 혼자 끙끙대던 며칠.. 감사하게도 가까운 지인이 출산예정일 하루 차이로 임신 동지가 됐다는 소식을 알려왔다. 또 이미 육아를 마치고 회사로 복귀한 주위 여전사들을 보며 용기가 생겼다.
임신 중기, 잘 때는 옆으로 돌아누워서 자야 하고 화장실도 자주 가는 등 불편한 건 어쩔 수 없으나 생각보다 많은 걸 난 여전히 하고 있었다. 요가하기, 건강한 음식 만들기, 책 읽고 글쓰기, 맛집 가기 등등..
어쩌면 임신 전보다 더 활발히 무언가를 하면서 루틴도 생겼다. 편안한 속을 위해 아침엔 과일채소 스무디로 꼭 첫끼를 챙기고 자기 전 요가를 빼놓지 않았다. 특별한 이 기간, 내 생각과 감정을 남기는 기록도 잊지 않았다.
배부른 막달까지 더 나아가 육아라는 걸 시작하기에 앞서 엄마로서 강해지는 토대를 마련하기 위한 무의식적인 움직임이었을까. 몸이 무거워지고 종종 소화도 잘 안 됐지만 할 수 있는 건 여전히 많았으니 갖고 있던 편견이 깨졌다.
임신은 엄마로서 생을 보내는 시작점을 준비하는 과정이다. 응당 필요한 인내의 시간이다. 왜 어른들이 이 기간 맛있는 거 많이 먹고 좋은 거 많이 보고 즐기라고들 하시는지 이해가 간다.
임신 중인 기간 가장 하고 싶은 일이 생겼고 분명해졌다. 지금 이 순간 하고 있는 글 쓰는 일이다. 이런 일도 저런 일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쓰고 싶은 책 목록까지 구상하게 됐다. 일단 쓰는 게 답이라 많이 써두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