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주 차, 먹덧의 시작
단맛과 짠맛 중 선호하는 맛을 고르라면 후자다. 단맛은 좋지만 빨리 물리는데 짠맛은 쉽사리 질리지 않는다. 짭조름한 맛은 먹고 뒤돌아서도 다시 생각나는 맛이랄까.
원체도 이렇게 짭조름한 맛을 좋아하는데 임신하고 나니 이 맛에 더 구미가 당기기 시작했다.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것 자체가 사실 감사한 일이다. 입덧이 심한 사람은 물 냄새만 맡아도 물 비린내 때문에 잘 먹지 못한다는데 내 경우는 먹덧이었다.
먹덧도 나름의 고충은 있다. 먹어야 속이 편해서 공복감은 참기 어려운데 특히 임신 초기에는 더욱 그랬다.
6주 차부터 삼시세끼 꼬박 먹고 간식까지 먹어야 허기를 가라앉힐 수 있었다. 배가 고프면 뱃멀미가 올라오듯 스멀스멀 속이 안 좋았다. 이때부터 스스로 음식의 노예가 된 양 임신 기간 내내 음식에 대해 집요함이 생겼다.
임신기간 내가 좋아하는 짭조름한 음식 중 최애는 집에서 간단히 해 먹을 수 있는 엔초비 식감의 새우젓오일파스타였다. 면 삶고 올리브유에 편마늘을 먼저 달달 볶은 뒤, 페퍼치노와 숙성된 새우젓 한 스푼을 넣고 약간의 면수와 함께 면과 야채를 넣어 볶아주면 끝이다.
임신 전에는 저녁에 소화가 잘 안 되는 경우가 많아서 웬만하면 밀가루 음식은 안 먹었는데 이때는 웬일인지 이런 걸 먹어도 잠이 솔솔 왔다. 감칠맛 나는 짭조름함에 면발이 쉴 새 없이 입으로 들어간다. 어느 날은 남편이 고작 한 젓가락을 거들뿐 2인분의 몫을 혼자 슥슥 다 비웠다.
출산까지 30주가 넘는 여정을 두고 답답함과 막막함이 몰려올 때 짭조름한 새우젓오일파스타는 내게 살맛을 선사했다. 먹덧이 되면서 먹는 일에 보다 진심이 됐던 나. 돌아보니 임신부로서 건강한 음식을 즐기기 위해 틈틈이 해낸 요리와 글쓰기는 임신 기간 내내 큰 힘이 됐다.